근거 없는 ‘추정’ 때문에 축산 농가만 피멍
근거 없는 ‘추정’ 때문에 축산 농가만 피멍
  • 한정희 기자
  • 승인 2015.01.30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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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D 악몽」서 벗어나자
 
 

진천발 FMD 사태가 발생한지 60일이 넘었는데도 진정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설 명절이 다가올수록 방역당국이나 생산자 모두 초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대로라면 명절에 한우 등 축산물 소비에도 영향이 간다. 그러나 소비하락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다가오는 설 명절 대이동이 FMD의 전국 확산에 또 다른 발화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어디까지 확산 된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명절 전에 불길을 잡기란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다. 날씨가 따뜻해져야 수그러들 것이란 전망만 있을 뿐이다.

막막하기만 한 FMD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관 모두가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FMD 확산의 책임이 축산농가에 있다고 주장한다. 설상가상으로 규제를 한층 강화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니 농가들만 죽을 맛이다.

정부는 그동안 “현재 발생하는 FMD는 백신으로 충분히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또 “FMD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기 때문에 확산된다”며 미묘하게 농가들에게 책임을 떠 넘겨 왔다.

그 후 1, 2차 추가 접종을 했음에도 FMD가 확산되자 “백신 접종이 미흡한 돼지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백신을 했어도 차단방역을 잘 하지 못하면 FMD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을 보탰다. 사태가 바뀔 때마다 정부는 방역정책을 개선하기보다 말을 조금씩 바꿔가며 농가들의 미흡한 방역 실태만 조명했다. 결국 어려운 일을 겪으며 농가들의 손을 놔 버리는 정부의 태도에, 정부에 대한 농가의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소통 부재의 최고봉은 백신 효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많은 증거자료들이 나오고 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사용 중인 백신(고역가, 3가)에 대한 안전성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입증됐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권고한 백신주를 사용한 백신이다. △EU 기준을 통과한 제품으로 국내 전문기관(검역본부)의 검정과정에서도 국내사용에 적합한 것으로 판정됐다. △2014년에서 2015년 발생 시 백신접종을 제대로 한 경우 돈사 내 인접 동 또는 발생농장 주변에서도 발생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2010~2011년 FMD(O형)도 같은 종류의 백신으로 종식시켰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축산관계자들은 “정부 스스로 이것을 정말로 믿고 있는 것인지, 믿어야 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인지 의아하다”고 전했다.

2000년, 2002년, 2010년 1~4월에 발생한 FMD 청정화 사례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신속한 청정국 지위 획득으로 세계동물보건기구(OIE)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의 찬사를 받았다. 실제로 이를 배우고자 하는 나라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우리는 그 후 2010년 말에 최악의 FMD 사태를 맞았다. 사태의 흐름에 따라 방역정책도 같이 바뀌어야 하는데 ‘과거의 좋았던 방법’만을 고집한 정부는 실패의 쓴맛을 봐야 했다. 그러고는 그 실패의 원인으로 축산농가를 지목했다.

2010년 경북 안동 상황을 살펴보자. 안동의 한 양돈장에서 FMD 의심을 신고한 날짜는 11월 23일이다. 돼지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안동시청에 신고했다. 가축위생시험소 직원들은 간이 진단키트로 검사한 후 음성이라며 돌아갔다. 당시에 사용하던 진단키트는 항체키트로 질병이 발생하고 7~10일 이후에나 확인이 가능 한 것이다. 신고가 이보다 빨랐기 때문에 음성으로 나온 것이다. 항체키트가 계속해서 문제가 되자 후에 항원키트로 바뀌었다.

11월 29일 정부는 28일 오후 경북 안동의 양돈장 2곳에서 농장주가 의심돼지를 신고해 검사한 결과 FMD 양성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처음 신고와 일주일 차이가 발생했다. 안동시에서 이동초소를 마련하는 등 초동방역에 나섰지만 이미 시기를 놓친 상태였다.

특히 중앙과 지방의 조직이 손발이 맞지 않으니 FMD가 어디로 확산됐는지도 모른 채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인 살처분만을 고집했다.

결국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바뀌지 않은 방역정책이 피해를 키웠다. 당시에 초동방역에 문제가 있었고 이로 인해 바이러스가 상당부분 확산된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방역정책을 바꿨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사상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바이러스가 확산된 이후 진압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농가만 죄인이 됐다.

이번에도 그 때의 실수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FMD 확산에도 끊임없이 “백신을 접종하니 큰 확산은 없을 것이다. 과거에도 이 백신으로 FMD를 종식시켰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방역전문가들은 이번 FMD 사태에서 정부의 가장 큰 실수는 이같이 ‘지난번에 잘 들었던 처방이다’란 과거지향 사고라고 지적한다. 가축전염병 방역은 변수가 많다. 그런데 정부는 바뀐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상황이 악화되면 그 책임은 모두 농가의 몫이다.

축산업계 원로인 A 씨는 “이기는 싸움을 위해서는 적군이 매복해 있는 위치 파악이 최우선 과제인데, 정부는 FMD가 어느 정도 확산됐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오로지 추측에 기대어 싸움을 하고 있다”며 “이는 군인이 전투에서 눈을 감고 싸우는 것과 같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국제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악성가축질병의 국내 유입의 1차적인 책임은 국경방역을 소홀히 한 정부의 책임이며, 초동방역에 실패해 확산시킨 책임도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과거와 같이 이번에도 외국을 다녀온 사람이 FMD를 묻혀왔을 가능성에 대해 살짝 언론에 흘렸다. 자칫 2010년과 같이 이번 FMD 발생도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에 의한 유입으로 낙인 될 뻔 했지만 이번에는 불발로 끝났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축산관계자들이 정부의 행태에 대해 기가 막혀 했다.

B 방역 전문가는 “인체 내의 세포조직은 유해한 세균이 유입되면 사방에서 공격해 그것을 죽인다. 가축방역도 유기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방역은 너무도 경직되어 있다. 지침서를 따르는 것도 주요하지만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과 같이 중앙과 현장이 따로 움직이면 아무리 좋은 매뉴얼이 있어도 무용지물일 것”이라며 “현재 FMD는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이 확산되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C 수의사는 “현재 정부는 가축방역을 추정에 근거해 실시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없다.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추정이란 단어를 남발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추정에 의해 농가는 천하의 죄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FMD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들어왔다면 이것이 농가의 잘못은 아니라고 외치지만 허공만을 맴돌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앙정부의 마녀사냥 여파는 지자체에까지 번졌다. 지자체에서 살처분 처리 비용을 농가에게 물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FMD가 발생한 농장은 살처분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 동원 경비 등 일체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FMD가 발생하면 방역당국이 나서 매몰한 뒤 보상금에서 처리 비용을 뺀다는 계획이다.

지금의 FMD 사태는 농가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재산은 자신이 지켜야 하는데 ‘의식이 부족해서’ 막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몰아가기에 농가는 맥없이 욕만 먹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이천에서 돼지 2000두 규모의 양돈장을 운영하는 D 대표는 “잘못된 것이 있으면 하루라도 빨리 바꿔야 우리 축산업에 미래가 있다”며 “이런 식으로 관과 농가 간에 불신만 키우면 앞으로 이 산업이 어떻게 될 것인가. 더 이상의 불신 초례는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농가에 도움 받을 것은 받자”며 “FMD 청정화는 농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농가의 빠른 신고가 없이는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나 매뉴얼이 있어도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FMD 발병원인에 대한 양돈농가 책임 전가는 이미 2010/11년 FMD 사태가 진정되는 시점부터 예견됐다. 3조원이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FMD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은 농가에게 돌아갔다. 농가들이 가축전염병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죄, 국가 재정에 큰 손해를 입혔다는 죄로 인해 상심하고 있는 사이에, 정부는 농가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는 ‘FMD 발생 및 확산에 대한 모든 잘못은 농가 책임’을 규정하며 농가들에게 주홍글씨로 남아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경기도 안성에서 돼지를 키우는 E 대표는 “2010~2011년 FMD 확산은 방역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그 때와 같이 지금도 정부는 FMD의 뒤만 쫓아 다니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농가에 대한 규제만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F 수의사는 “농가 책임론이 광적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꿀 먹은 벙어리인양 있어야 하는가”라며 “지금처럼 국내 양돈인들을 죄인으로 몰아간다면 국내 축산업은 기반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누구나 어떤 일에서든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지금은 농가들이 함께 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 하겠지만 그 이상을 요구하면,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편법과 불법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는 규제가 강화될수록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며 “지금이라도 농가와 정부가 한마음으로 협력해 질병 극복의 바른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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