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D 악몽」서 벗어나자

 
 

2014년 12월 3일 충북 진천에서 FMD가 발생했다. 이후 양성 판정농장이 꾸준히 증가해 14일 현재 13개 시·군 50개 농장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FMD가 날씨가 따뜻해지는 3~4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바이러스의 활동이 둔해지며, 소독약이 얼지 않고 효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날씨가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축산현장에서 애태우는 농가들은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축산업계에는 FMD 백신효능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백신을 접종했고 항체형성도 잘 됐지만 양성판정 받는 사례가 다수 나타나고 있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지역에서도 FMD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6일 경기도 안성에서는 항체형성률이 높은 한우가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논란은 더욱 과열되는 분위기다. 이 한우는 2012년 4월 생으로 6개월 간격으로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수의사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백신효능이 특별히 좋아야 확산을 막을 수 있는데 백신효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 한다”며 “전국에서 FMD 백신을 접종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피해는 적지만 이러한 다수의 사례들로 인해 백신에 대한 신뢰는 이미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영국의 퍼브라이트 연구소는 “지금 한국이 사용하는 백신으로는 FMD 방어가 힘들다”는 내용이 포함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결과 백신을 만드는 데 사용한 균주와 바이러스가 너무 달라서 이 백신으로는 FMD를 막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검역본부는 이 보고서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백신효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백신이 광범위한 항원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변이가 일어나도 충분한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용 중인 FMD 백신은 고역가로 우리나라 및 유럽연합의 기준을 통과한 효능이 검증된 제품으로, 현재 국내에서 유행하는 FMD를 방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언론은 훨씬 효능 있는 국산백신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4년 전부터 있었지만 농축산부가 이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는 4년 전에 당시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FMD 바이러스와 사용된 백신의 효능을 연구했다. 이 백신은 46년 전 터키에서 발생한 FMD 바이러스에서 분리한 균주로 만들었다. 당시 우리 정부가 샘플로 보낸 6개 바이러스 가운데 2개는 이 백신으로 방어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에서 균주를 분리해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농축산부는 지금까지 이 의견을 듣지 않았다.

이 언론은 “지금까지 농축산부가 한 일은 4년 전에 쓴 것과 똑같이 백신원료를 수입해 국내 5개 회사에서 완제품으로 만든 뒤 보급한 것”이라며 “4년 동안 허송세월하며 FMD 백신의 국산화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또 “농축산부는 여전히 현재의 백신으로도 효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동물보건기구 180개 회원국 가운데 백신 접종하고도 FMD 발생으로 청정국 지위를 잃은 유일한 나라”라고 비꽜다.

특히 많은 양돈농가들은 올바른 FMD 백신 접종 방법을 준수했는데도 항체형성률이 크게 낮게 나오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백신을 냉장 보관하고, 접종시 온도를 맞추고, 1회용 주사기를 사용해 근육 안에 정확하게 주입하는 등 최대한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낮은 항체가로 과태료를 맞으면 ‘차라리 백신을 접종하지 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소·돼지 등 우제류에 대한 백신접종을 농축산부가 책임진다면 FMD 미접종으로 우려하는 사항들을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 됐다.

B 양돈컨설턴트는 “공무원 입회하에 백신을 접종해도 항체형성률이 형편 없이 나오는 상황에서 농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신고 기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농축산부가 백신접종을 직접 실시하면 FMD 청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통해 정부는 FMD 확산의 책임을 농가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관련 예산은 연간 150억원~200억원 가량으로 FMD 재발로 인한 소요경비보다 훨씬 경제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농축산부는 지난 14일 기자 브리핑에서 FMD 확산을 막기 위해 농가에 대한 백신 미접종시 규제를 오히려 더욱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천일 축산정책국장은 “백신 미접종 농가에 대한 책임부여 문제에 대해 여러 곳에서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과태료 부과, 살처분 보상금 감액, 정책자금 지원 제외, 재입식시 축산업 허가기준 준수 여부 확인 등과 함께 현장에서 건의한 내용 중 삼진아웃제에 대해서도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다만 백신의 어떤 효능이나 이런 것에 대해 현장에서 많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잘 알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실험 등을 통해 결과를 점검하고 공개를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병한 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장은 “영국 퍼브라이트에서는 매년 FMD 백신주로 추천하는 바이러스가 있다”며 “2012년, 2013년 추천서를 보면 제 1순위가 O1 마니사다”라고 전했다.

또 “O1 마니사는 오래된 바이러스지만 항원 방어 영역이 아주 넓다”며 “여러 바이러스를 공통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특성 때문에 O1 마니사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따라서 우리가 쓰고 있는 백신주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C 수의사는 “FMD 접종 프로그램을 2회 접종했다 할지라도 백신과 야외바이러스 유전자 차이가 커서 백신효능이 떨어져 지금과 같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방역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역당국을 비롯한 방역전문가들은 “물론 FMD 백신이 100%의 효능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백신접종과 차단방역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D 수의사는 “백신이 결코 만능은 아니지만 현재는 백신접종에 충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확산된 상태임을 인지하고 차단방역에도 힘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항체형성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정량의 백신이 정확하게 돼지에게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FMD 사태로 백신이 안고 있는 한계를 직시한 만큼 이에 대한 보완대책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FMD 바이러스가 확산 속도는 빠르지만 실제 피해는 PED보다 약한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보니 농장주와 해당 시군 공무원 성향에 따라 FMD 발생 농장의 가축 매몰 정도가 결정되고 있어 확산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백신효능에 대한 실험의 필요성을 재차 제기했다. 검역본부 시설을 활용해 실험을 함으로써, 명백하게 효능을 증명해 백신에 대한 불신을 없애자는 것이 목적이다.

E 수의학 박사는 “현재 발생 중인 FMD 박멸과 함께 앞으로 지금보다 백신에서 더 벗어난 바이러스가 나온다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며 “이에 대한 실험은 검역본부와 생산자 단체가 함께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FMD 발생국에 둘러 있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오늘 청정화를 이룩해도 내일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와도 백신 바이러스를 빠르게 찾아서 단기간 내에 적용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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