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윤 축산경제신문사 회장

2014년 농업·축산업계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타결된 FTA 수만 15개, 국가별로 따지면 54개국과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해 전 산업부문에서 자유스럽게 교역을 하겠다는 약속이다. 경쟁력이 있는 기업에게는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겠지만, 어떤 FTA든 희생되는 산업은 농업이고, 그 고통을 온전히 몸으로 감내하는 이는 농축산인이다.

지난해 교수들이 뽑은 ‘2014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중국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말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농민은 죽어가는 데 정부는 잇따른 FTA 체결이 국민 경제를 위한 것이니 인내해야 한다는 둥, 위기는 기회이니 십분 살려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둥, 농축산업이 미래산업이니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홍보를 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기회 있을 때마다 축산은 환경 오염의 주범이니, 이 참에 더욱 싸고 맛 좋은 외국산 축산물을 수입해 먹는 것이 좋다는 논리를 펴면서 가뜩이나 상처난 농축산인들의 마음에 소금을 뿌리고 있는 상황이다.

AI가 일년 내내 발생하면서 악성 가축질병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또 다시 FMD까지 발생해 ‘2010년 11월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방역당국은 원인을 철새니, 농가의 백신 미접종으로 규정하고 다시 ‘마녀사냥’에 돌입했다. 모든 책임도 이젠 농가가 짊어지는 상황이다. 어디에도 축산업의 우군(友軍)이 없다.

대한민국은 대대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백성을 먹여 살리는 ‘농민들 가치’와 ‘식량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대 받는 이도 농민이었다. 인구가 증가하고, 곡물을 생산하는 재배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은 곧 무기이다. 어떤 것으로도 식량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여타 국가들과 숨 가쁜 FTA가 체결될 조짐이다. 더 이상 농축산업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에서도 ‘이득’이라는 결과물은 농축산업이 함께 공유해야 한다. ‘무역이득공유제’가 반드시 관철돼야 하는 이유이다. 갑오년이 저물고, 을미년(乙未年) 새해가 밝았다. 농업가족, 축산가족 모두 더 잘되고 만사형통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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