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FMD가 첫 발생하기 몇 년 전 국내 양돈업계는 돼지고기의 대일본수출로 호황을 누렸다. 1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는 조합들이 잇따랐고, 기타 돼지고기를 수출하는 업체들 역시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당시 일본은 푸드마일(Food Mile)이 긴 유럽 등보다 품질 면이나 거리 면에서 가까운 한국의 돼지고기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에 발맞춰 국내 돼지고기 생산 시스템도 갖춰지기 시작해, 사육일수 180일, 체중 105kg이라는 규격돈이 뿌리를 내렸다. 그즈음 국내 돼지 사육마리수의 적정선이 과연 얼마냐는 문제에 대해 한 조합장은 1300만 마리가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그 기준은 국내와 해외 수출이었고, 그 중심에 삼겹살이 있었다. 만일 비선호 부위를 기준으로 한다면 600만 마리 이하가 맞다는 것이다.

 

‘달콤한’ 기회만 강조

 

FMD가 발생해 일본으로의 수출이 막히자, 그동안 호황을 누리던 조합이나 업체들은 많이 수출했을수록 그에 비례해 타격을 입었다. 도산하는 업체가 잇따랐고, 조합들도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여기 저기 다른 수출선을 찾아 보려고 노력했지만 FMD 발생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숨 가쁜 대한민국 세일즈에 나섰다. 잇따른 FTA 타결도 그 결과임에 틀림이 없다. ‘무조건 문을 열면 뒤에선 당국자들이 알아서 할 것이니 난 내 길을 간다’는 마이 웨이이다. 향후 빚어지는 문제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니 문제될 것이 없다.

이즈음 농축산부를 포함한 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비롯 연구소 그리고 FTA 찬성론자들 사이에서는 ‘위기가 기회’라는 달콤한 말이 나왔다. 우리만 문을 연 것이 아니고, 저들도 문을 열었으니 우리에게도 수출의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니 농민들은 그 기회를 충분히 살리라고 말이다.(농민들 중 어느 누구도 FTA의 진행과정에 참여하지도 못했고, 희생 당하는 만큼의 보상도 약속 받지 못했다)

한우 홍보 관련 업체 선정 심사위원회에 참석했을 때 업체의 제안서를 심사하던 교수 한 분이 말한다. “한우도 중국으로 수출되나요? 그거 희소식이네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한우가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위생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아쉬워했지만 그도 역시 ‘수출은 산업과 그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밀집사육 감당 못해

 

일반적인 상품의 수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축산물의 수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농산물의 수출에 대한 체계적인 로드맵도 없는 데다, 어떻게·어떤 방식으로 수출해야 할지 조차도 밑그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산물 수출이라…글쎄다.

중국으로 국내산 소·돼지고기가 수출된다고 한 번 가정해 보자. 현재 정부가 책정해 놓은 적정 마리수인 260여만 마리는 순간 300만 마리를 훌쩍 넘겨야 한다. 돼지 사육 마리수 역시 1000만 마리로는 불가능하다.

가축을 사육할 수 있는 땅은 한정되어 있어 효율성을 높이려면 더 심한 밀집사육이 불가피하다. 아무리 경영을 개선하고 사료 효율성을 높인다고 해도, 소의 체중 1kg을 얻는 데 9kg 이상의 곡물이 필요하다. 이는 돼지의 2 배, 닭의 3배 이상이다. 그런데 소의 경우 뼈와 내장을 제외하고 살코기만을 기준으로 했을 땐 정육이 50%대이니 살코기 1kg을 얻는 데는 정확히 20kg이 필요하다.

가축이 먹는 곡물은 대부분 옥수수와 콩 등 수입 농산물이다. 기존 적정량 이상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외국산 곡물을 수입해야 하는 데, 환율과 수송료, 곡물값이 항상 값싸게 받쳐 주지 않는다.

최근 환경을 둘러싼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이니 6차 산업이니 그렇게 하지 못하면 축산업은 결코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될 수 없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현재의 마리수로도 환경 오염산업으로 낙인 찍힌 축산업이, 중국으로의 수출이 가능한 시점에서 어떻게 변할지 안보고도 그려진다.

중국 소비자들의 식생활이 서구적으로 바뀌면서 쇠고기에 대한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GDP가 일인당 6000달러에 달하면 육류 소비량이 급상승하는 것처럼 중국도 그 수준에 이르렀다. 이것은 중국의 육류에 대한 소비가 터닝포인트를 맞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때문에 FTA를 체결한 우리에게 좋은 기회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정부가 무턱대고(일단 수출의 운을 떼기는 했지만 방법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없다는 의미에서) 주장하는 ‘식육 수출의 절호점’은 아니다.

 

고부가가치 창출을

 

가공품에 대한 비중을 높이지 않으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가공을 하면 할수록 부가가치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슈퍼마켓에서 시리얼 340g짜리 한 봉지를 5000원에 구입하면, 이 가운데 곡물비용은 370원 미만이다. 상점에서 소매가의 20%를 가져가고, 생산 비용과 포장 비용을 36%선이라면 시리얼 회사가 가져가는 이익은 40% 이상이다.

농산물이든 축산물이든 어떤 방식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 먼저 고민해야 하고, 그 후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아니면 허울만 ‘자유’라는 틀에 갇히게 될 뿐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