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트남FTA 체결 벌꿀 값 국산의 1/3

 

지난 10일 타결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천연꿀에 대한 관세를 15년 뒤에 완전히 철폐하기로 하면서 국내 양봉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베트남으로부터 수입하는 천연꿀에 대한 현행 관세는 243%이지만 FTA가 발효되면 15년 뒤 관세가 모두 사라진다.

지금까지 미국이나 캐나다, EU와의 FTA에서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으로 무관세로 벌꿀이 들어온 적은 있지만 관세 철폐를 통해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국산 벌꿀의 1kg당 가격은 7800원 수준이지만 베트남산 벌꿀은 1kg당 2500원으로 1/3 수준이다.

현재 베트남에서 국내로 수입되는 벌꿀은 7톤 정도로 적지만 관세가 철폐되고 값싼 베트남산 벌꿀이 무제한으로 수입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국내 양봉농가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천연꿀 시장 개방은 국내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잃은 국산 벌꿀의 소비가 줄어들면 양봉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게 되고 이로 인한 벌 감소로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양봉협회 최규혁 사무총장은 “양봉산업의 국가 농업생산 기여도는 수조원에 이르는 한편 벌이 식물을 수정시켜 생태계 순환에 큰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2차, 3차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전 세계 주요 100대 농작물 71%가 꿀벌에 수정을 의존하고 있다. 미국 농무성은 꿀벌이 기타 1차 생산물 보다 143배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꿀벌의 경제적 지위가 소, 돼지에 이어 3번째로 중요한 가축으로 정할 정도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꿀벌이 농작물 수분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는 약 6조원에 달한다. 이처럼 꿀벌은 생태계 보전의 공익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농축산부 관계자는 “양봉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베트남 측에서 천연꿀 시장 개방을 강력하게 요구해 결국 개방하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천연꿀 시장 개방 소식이 전해지자 양봉업계는 정부를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한국양봉협회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베트남과의 FTA 협상 전에 양봉관련 단체, 학계, 농가와는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날치기 협상을 했다”면서 “이는 4만 국내 양봉농가를 우롱한 처사”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양봉협회는 특히 “15년 후 3배 이상 싼 가격의 베트남산 벌꿀이 국내로 무제한 들어올 경우 기반이 조성되지 않은 국내 양봉농가는 일시에 붕괴 될 것”이라면서 “국내 양봉산업이 무너질 경우 생태계 불균형 초래로 식량 수급 위기가 도래되는 등 농업 생산에 심각한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우려를 뒤로하고 대책 없이 한·베트남 FTA 국회 비준을 처리할 경우 전국 4만 양봉농가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우리나라가 봄에만 벌꿀 생산이 가능한데 반해 베트남은 사시사철 벌꿀 생산이 가능한 세계적인 천연꿀 수출국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천연꿀 생산량은 4만8000톤으로 우리나라 한해 생산량 2만5000톤의 두 배에 달하며, 이 가운데 3만7000톤을 수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