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으로선 최초로 2007년 해외 농업 개발 사업에 뛰어든 포항축협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수백 ha의 경지를 매입하고, 티모시 만큼 영양가 있는 브로그라스를 재배해 국내로 반입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앞서 여러 기업이나 단체에서 진출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선례를 깼다.

이외준 조합장은 수년 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원활한 사업을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러시아가 ‘건초 수출법’을 제정하도록 그 밑그림 작업까지 해 주는 치밀함을 보였다. 포항축협은 또 수소 위주의 개량의 틀에서 벗어나 암소 개량사업까지 추진해 당초 강력하게 반대한 조합원들까지 열렬한 협조자로 뒤바꿔 놓았다.

 

“협동조합 이기에…”

 

이 조합장에게 물었다. “해외 농업 개발 사업이나 개량사업은 일선조합이 역량으로는 가능한 일이 아닌 데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됐느냐”고. 그가 오히려 되묻는다. “협동조합이 할 일이 뭐냐?”고. 그는 축산 강국과의 잇따른 FTA로 국내 축산업이 무장 해제된 판에 살아남는 길은 고품질의 사료 원료를 저가로 구입하고, 우수한 유전자를 활용한 우량 한우를 생산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일인데, 힘들다고 반대한다고 안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포항축협을 방문하고 느끼는 것은 두 가지이다. 일선조합이 조합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첫째이고, 중앙회가 현장에서 힘겨워하는 일선조합들을 독려하면서 해야 할 일이었다는 점이 둘째였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판매농협」이라는 슬로건은 갑자기 나온 말이 아니다. 협동조합 원래의 목적을 달리 표현했을 뿐이다. 중앙회란 협동조합의 머리이고, 일선조합은 협동조합의 손발이요, 실핏줄의 역할이다. 그 어느 하나라도 이상이 발생하면 몸은 정상적으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또 식품 산업의 입장에서 보면 중앙회는 프랜차이즈 본부요, 일선조합은 가맹점이다. 고품질의 국내산 농축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구입해 가맹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함으로써 상생하는 그런 구조라는 말이다.

다행히「농협법 일부개정법률」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판매농협으로의 큰 변화를 시작하는 농협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협동조합의 협동은 일단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큰 그림의 협동’을 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공허한 「1조원 시대」

 

종축 개량부터 목장, 사료, 축산물공판장, 소비지 유통시설까지 1000여개의 중앙회 축산경제 사업장의 유기적 통합관리와 이를 통해 600여개에 달하는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일선축협들과 어떻게 향후 사업을 전개하느냐이다. 대표적인 사업장이자 자회사인 목우촌이 종합식품회사로써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농협사료가 좁아지는 시장규모에서 점유율을 넓혀갈 수 있을지도 이제는 다시 한 번 집어봐야 할 때이다.

과연 목우촌이 대형식품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입 맛을 연구하고 그에 걸맞는 적극적인 마케팅과 신제품을 끊임없이 쏟아내 왔는지, 가맹점 사업은 정말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곱씹어 봐야 시점이다. ‘매출 1조원 시대’를 부르짖은 때가 5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목표의 절반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도 차근차근 따져봐야 한다.

농협사료를 포함, 계통사료는 연도말 환차손으로만 30여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지난 2일 축협배합사료가공조합장협의회에서는 농협 사료사업의 대폭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곡물과 환율 시황 등 외적 변수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이같은 사료사업부문은 철저한 위기관리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의 손실은 축산농가의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조합장들은 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향후 사료 산업의 규모가 TMR 활용 등으로 축소될 것이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고도 했다.

 

맥도널드 좋은 사례

 

프랜차이즈 본부의 구조가 튼실해야 가맹점들과의 연대감도 긴밀해지고 공동의 사업도 무리없이 진척된다. 조합공동법인 등을 구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맥도널드의 예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맥도널드는 매장 오픈 전부터 오픈 이후까지 점주의 성공적인 매장 운영을 위한 ‘종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이 과정을 통해 점주로서 반드시 숙지해야 할 ▲자재 및 수급 관리 ▲인력관리 ▲고객 서비스 관리 노하우 등 매장 운영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직접 체험하며 준비하고, 비즈니스 이해, 파이낸스 관리 및 맥도날드의 경영원칙인 QSC&V(품질, 서비스, 위생 및 가치)에 대한 심도 있는 학습도 받게 된다. 9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이 세 가지 트레이닝을 거치면 창업 문외한도 프랜차이즈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 정도로 매장 운영을 위한 핵심 가이드라인과 노하우를 익히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중앙회가 일선조합과 어떻게 연계해야 하는 지 방향을 제시한다. 경제사업은 자전거와 같다. 페달을 계속 밟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쓰러지는 것은 자명하다. 지금은 실행할 단계이지 실험할 단계가 아니다.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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