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농협」의 과제 Ⅰ
「판매농협」의 과제 Ⅰ
  • 권민 기자
  • 승인 2014.12.1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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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가 기치를 내 걸고 있는 판매농협은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대형마트와 식품회사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고,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응해 고품질의 농축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공급하는 ‘제값받기’를 통한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 시민과의 상생이 목표이다.

따라서 농협중앙회는 연합사업, 직거래는 물론 농협법 개정을 통해 약정 조합원 및 조공법인 제도 도입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왔다. ‘방법이야 어떻든 많이만 팔아주면 되지 않느냐’는 중국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식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년 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실행 노력·방법 부족

 

농협의 한 관계자는 “농업경제의 경우 일단 품목수가 너무 많아 이것들을 조직화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뿐 만 아니라 외국산 농산물과의 가격 경쟁 때문에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품목수도 적고 비교적 정돈된 축산경제가, 농산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외국산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축산경제는 당초의 효과를 보고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농업이나 축산경제나 모두 내부적으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판매농협이라는 뜻은 이해했지만 그것을 현실 세계에 펼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실행 노력과 방법이 부족했거나 잘못됐다는 지적이 높다. 그것은 기존의 농협 사고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이철호 파주연천축협 조합장은 “농협중앙회 축산경제가 최근 일선조합들과의 연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함께 사업을 하기에는 사업 마인드가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모든 사업의 기반이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 유기적 연대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낭비라는 것이다.

이 조합장은 그 일례로 사료나 종돈 등의 판촉을 든다. “지금은 조합의 조합원 농가에게 사료만을 판매해 달라고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사료를 팔면서 그 사료를 먹고 자란 축산물을 함께 팔아주는 체계가 완성돼야 비로소 중앙회와 조합의 유기적 연계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사업 마인드가 없어

 

또 하나 이 조합장은 “중앙회와 일선조합이 공동 투자한다고 해도 사업에 대한 마인드가 떨어져 사업의 진척보다는 직원의 대우 문제로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면서 “따라서 중앙회는 대형 식품회사들과 경쟁에서 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조합장의 지적대로 일선조합과 연계를 통해 국내 축산물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앙회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반을 하나로 묶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형마트와 식품회사들이 축산 사업의 규모를 키우면서, 또 농협이 구조 조정 시기에 접어들면서, 농협의 경제사업은 예전처럼 적자를 보면서도 조합원 농가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안도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게 됐다. 모든 분야가 ‘적자생존’의 시장에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농협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 조차 ‘오래 못 간다’는 자조의 소리가 들리는 것은 그동안 농협의 사업이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 당하지 않을 나름대로의 이유로, 체질을 강화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생산에서부터 유통, 판매까지 모든 분야를 포함하고 있고, 대기업 직원들의 스펙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역량의 직원들이 바글바글한 농협중앙회가 판매사업에서 힘겨워 하는 것은 왜일까?

농협 내외부에서 한결같이 지적되는 것은 ‘인사’문제이다. 첫째는 능력보다는 학연·지연 등으로 인맥을 만든다는 점이고, 둘째는 쓸 만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하는 것이며, 셋째는 전문가를 양성할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능력보다는 정실 인사가 되다 보니 승진 때만 되면 누가 누구 라인이라는 소문이 무성하고 그 소문이 현실이 된다. 상무로 승진하면서 임기가 끝나고도 자회사 사장으로 가는 것이 코스로 되어 있으니 큰 허물만 없으면 몇 년의 자리보전은 보장된다. 그 허물 때문에 사업보다는 ‘라인’에 매달리게 되고, 직원들의 능력을 파악할 수 없으니 사업은 정체되거나 뒷걸음질이다.

 

원인은 잘못된 인사

 

또 승진된 직원은 그 자리에서 떠나 타부서로 옮겨 간다. 타 부서의 업무를 습득해 전인적 또는 르네상스적 인간을 양성한다는 것이 목표라면 이처럼 좋은 인사제도도 없다. 그리고 이전처럼 경제사업의 부실을 신용이 메워주는 체제라면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중앙회를 비롯 일선 사업장 그리고 일선 조합들이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이면서 국내 농축산업을 주도하고, 대형 마트나 식품회사 그리고 농축산 강국들의 축산물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워 농축산 농가들의 권익을 대변하기에는 너무 한가하고, 무책임하다.

알고는 있지만 행동하지 못한다. 행동하고 싶지만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1년 2년 지내면서 나태가 쌓이고, 무능이 쌓이면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 지 알 수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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