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와 일선조합 또는 조합 간 구매·판매사업 협동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안이 지난달 24일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당초 ‘허용’과 ‘금지’ 두 개안이 의원 발의됐다 ‘허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농협의 공동사업 예외 적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허용’은 최종 법 개정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따라서 내년 2월 경제지주 이관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신경분리의 당초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 농협 자체의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됐다.

 

‘협동’이 담합?

 

‘공정거래법 일반적용 규정 삭제’는 농협에 대한 특혜 논란 제기는 물론 금융지주 농협은행과 보험 관련 규정과의 일관성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협동조합의 협동을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이라고 규정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협동조합의 협동은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원천 봉쇄하는 가장 중대한 법 위반행위가 맞다.

그런데 과연 협동조합의 협동이 ‘담합’일까? 중앙회와 협동조합, 조합 간의 협동이 시장 경제를 교란하는 범법행위일까? 협동조합의 이념에서 보면 터무니없는 소리이다. 농협의 조직 개편은 농협중앙회가 일선조합들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일선조합들을 지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으므로 그렇게 하라는 내외부의 강력한 주문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은 담합이니 각자도생하고, 남남처럼 시장에서 피 터지게 경쟁하라는 말이다. 농협이 내세우는 「판매농협」의 틀도 다시 짜야 할 판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 사업에 대해 정부가 단순 경제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을 무조건 왜곡이라고 따지는 것도 맞지 않다. 왜냐하면 농협이 지역조합에서 생산하는 농축산물을 팔아주는 역할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농협 스스로가 뭉치고 협력하고 일반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말 그대로 가격을 안정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를 가볍게 했다면 누가 과연 농협 사업을 업수이여길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아마도 소비자나 일선 축협 조합원들이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판매농협 뜻 몰라

 

2012년 농협중앙회는 도시조합축산물유통협의회와 판매시설 확대 등 경제사업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도시조합들이 신용사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정작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축산물에 대한 경제사업이 부진하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실상은 자금 여력이 큰 도시형 조합들의 경제사업에 대한 무관심을 털어내지 않고는 축산경제 전체가 균형 발전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도시형 축협의 경우 신용사업은 활성화되고 있는 반면 조합원이 적다 보니 경제사업에 대한 비중은 크지 않다. 신용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배분하고, 이용고 배당만으로도 농촌형 조합원보다 월등한 혜택을 받는다. 중앙회는 이런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축산물 판매시설을 확대하지 않는 조합의 경우 신용점포를 늘릴 때 페널티를 물리겠다며 도시형조합들의 축산물 판매사업을 독려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도시형 조합들의 축산물 판매사업을 보면 지지부진하다. 어떤 조합은 축산물 도매업체에서 축산물을 구입하기도 한다. 당초 목적이 불분명하고, 축산물 판매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도시형 조합의 축산물 판매사업이 제대로 될리도 없었다.

당초 도시형 축산물 판매사업은 자체 축산물 판매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다. 경제사업에 사활을 걸고 축산물 고급화와 브랜드 사업을 통해 조합 농가를 조직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무한경쟁 체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농촌형 조합들과의 연계였다. 반면에 도시형 조합은 조합원이 생산하는 축산물이 적다 보니 팔아줄 것이 없었다. 이러한 양쪽의 한계를 털어낼 수 있다는 것이 도·농 조합 간의 상생이고, 도시형 조합의 축산물 판매사업의 본 뜻이었다.

「판매농협」의 역할이 무엇이냐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도·농 조합 간의 협력이다. 그리고 그것을 조율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앙회의 주요 임무이다. 조합원이 생산하는 고품질의 농축산물을 팔아주는 것은 최종 목표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는 전술과 전략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것이 수단이며, 그 수단은 일개 일선 조합들이 할 일이 아니다.

 

씨줄·날줄로 연대

 

중앙회가 전국 1700여개의 하나로 마트 등 자체 매장을 통해 농축산물을 팔아주는 것은 매장의 수에 따른 한계가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합 간의 연계이다. 씨줄 날줄로 유기적 연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에 따라 팔리는 축산물의 부위가 각각 다르다. 어느 지역은 소·돼지의 저지방 부위가 잘 팔리고, 어느 지역은 ‘안등채’가 인기를 끌고 있다면 그외 부위는 적체되는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이러한 지역끼리 연계하면 적체부위를 해소하고 전체 부위를 고르게 판매할 수 있음을 뜻한다.

「판매농협」이란 소극적 의미로 이해해선 안된다. 소비자의 욕구가 무엇인지,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팔아야 하는 지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분석해야 하고, 팔아야 할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축산물을 파는 것? 그것은 가게 주인이나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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