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의 전업화·규모화가 가속화 되면서 환경오염, 가축질병,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는 축산업계의 변화와 혁신을 원한다. 축산업계가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새롭게 변화해야 할 시기다.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을 앞서 실천한 모범사례가 있어 찾았다. 울산 울주군 소재 신우목장과 전남 강진의 수암흑염소목장이 그 주인공으로, 모두 산지생태축산의 선구자이면서 고수로 통한한다. <편집자 주>

 

지천에 가축·농가형 유가공공장·식당에 팬션까지 

 

울산시 울주군 「신우목장」

 

 

“들판이나 산에서 자란 가축들은 밀집 사육한 가축보다 질병에서 자유롭다. 우리 목장의 가축들은 자연 속에서 배고프면 풀을 먹고 배부르면 마음껏 뛰어 놀면서 자란다. 스스로 생리적 리듬을 조절한다. 가축을 관리하기도 오히려 편하다. 소가 건강해지면 사람도 건강해진다” 김옥배 신우목장 회장이 산지생태축산을 고집하는 이유다.

울산시 울주군 두서면 소재 신우목장은 한우 250두, 유산양 200두, 흑염소 120두, 토종닭 1200수 가량을 사육하고 있다. 이들 가축은 낮에는 산이나 들에서 풀을 뜯어 먹고 저녁에는 축사에서 잠을 잔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낮에는 푸른 초원에서 생명력 넘치게 뛰어놀며 갓 자란 풀을 뜯는다. 지하 250m의 깨끗한 물과 울창한 나무가 있는 아미산 자락이 소들의 쉼터다. 가축들이 축사를 비우는 시간이 많기에 축사 내부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가축 방목 사육 이후 경제성은 높아지고 노동력은 낮아졌다.

신우목장은 초지 20ha, 산지 30ha, 기타 16ha 등 총 66ha(약 20만평)에서 가축을 키운다. 초지를 10여개 구역으로 나눠 방목한다. 한여름에는 사람의 키 만큼 자라는 잡초와 들풀들이 가축의 사료가 된다. 겨울에는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을 먹는다.

신우목장은 산지생태축산 실현과 함께 축산업 분야의 6차 산업 성공모델로 꼽힌다. 농가형 유가공 공장, 가축사육, 목장 체험 프로그램, 식당, 펜션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목장 체험 프로그램에는 연간 1만여명이 넘는 인원이 다녀간다.

방문객들은 트랙터를 타고 초지와 산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한우와 산양, 흑염소를 구경하고, 직접 풀을 줄 수 있다. 젖도 짜보고, 아이스크림과 치즈도 만들며 하루를 보낸다. 아이들은 산양에 풀 주기와 실처럼 찢어지는 스트링 치즈 만들기를 제일 좋아한다. 체험에 참여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축산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다.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얻는 수익도 연간 2억원 가량이다.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와 함께 수익증대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가축분뇨는 순환농법으로 처리한다. 가축들의 분뇨는 일부는 퇴비를 만들고, 일부는 발효과정을 거친 뒤 스프링클러를 통해 방목초지에 살포한다.

김옥배 회장은 1976년 젖소 15두로 낙농업을 시작했다. 내년이면 가축을 키우기 시작한지 40년이 된다. 신우목장이 방목을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의 IMF 경제 위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질의 조사료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김 회장은 궁여지책으로 소를 산으로 내보냈다. 벌써 15년 전 일이다. 이것이 산지생태축산의 시작이다. 힘들었던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고 목장의 수익구조를 크게 개선시키는 계기가 됐다. 후에 겨울철 산속의 낙엽의 성분을 실험기관에 의뢰한 결과 영양이 뛰어난 발효사료임이 확인됐다.

김 회장은 “방목은 조사료 확보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시작했지만, 산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충분히 운동해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송아지를 낳는다”며 “자연의 순리에 맡기는 것이 참된 동물복지다. 산지생태축산은 단순한 자연의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새로운 도전·혁신에 주저하지 않는다. 1998년 농가형 유가공공장을 도입했고, 2005년에 제 2공장을 완공했다. 같은 시기에 무농약 전환기 조사료 재배에 도전해 다음해인 2006년에는 유기농 인증을 획득했다.

또 낙농진흥회 농촌체험 시범목장으로 선정되어 다양한 목장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07년에는 로봇착유기를 도입했다. 신우목장은 어제와 오늘이, 지난해와 올해가 다르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해마다 변화하며 발전해 왔다.

최근에는 목장 내에 산양유 공장을 완공해 가동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80세가 육박한 나이에도 김 회장은 “산양은 하루에 2번 우유를 짠다. 두당 평균 2.5kg~4kg의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곧 산양유 제품을 가공해 유통 시킬 계획이다.

신우목장은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 왔다. 모든 것이 모험이고 도전의 연속이다. 최근에는 토종닭을 방목하고 있다. 애벌레를 사료로 준다. 애벌레를 먹은 닭은 잘 크는 것은 물론 맛에서 확연한 차별화를 보인다. 애벌레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 동물사료로도 최고라고 덧붙였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한닭을 키우는 것도 고려중이다. 반평생 넘도록 국내 축산발전에 온몸을 받쳐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김 회장이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곤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흰점박이 꽃무지,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 다양한 곤충을 키운다. 체험 프로그램에 곤충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시킬 계획이다.

김 회장은 천성이 부지런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축산을 시작한지 40년이 되는 내년에는 신우목장이 어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를 놀라게 할지 궁금해진다.

 

 

‘밀사는 독(毒)’ 넓은 목장에서 흑염소 300마리 뛰놀아

 

전남 강진 「수암흑염소목장」

 

 

“우리나라 흑염소 고기 소비량은 대략 연간 7만톤 규모다. 이중 국내 생산량은 2만톤, 수입은 5만톤 가량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임야가 많은 우리나라는 흑염소를 키우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질병 걱정 없는 흑염소가 미래 축종이라 하겠다” 김윤선 수암흑염소목장 대표(전 한국흑염소협회 회장, 현 축산귀농대학 학장)의 말이다.

전남 강진에 위치한 수암흑염소목장을 찾았다. 현재 축사 400㎡, 초지 0.7ha, 방목장 2.2ha, 운동장 0.2ha에서 흑염소 200여두를 사육하고 있다. 지금의 시설에서 흑염소 300두 이상을 키우지 않는다. 밀사는 백해무익하고 결국에는 목장에 해가 된다는 생각에서다.

김 대표는 “염소가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은 대표적으로 배고픔과 밀식이다. 우리 목장 축사 면적은 400㎡로 종축 1두당 3.3㎡을 차지한다”라며 “높은 곳에 올라가는 성향이 강한 흑염소를 위해 축사를 복층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여름에는 50분, 겨울에는 1시간 20분씩 흑염소를 방목한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과 같은 방목 시간을 설정하게 됐다. 흑염소 특성상 오랜 시간 방목하면 초지나 산지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사와 연결되어 있는 운동장은 흑염소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언제나 개방해 놓는다. 초지가 조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운동장에서 햇볕을 쬘 수 있다. 운동장 중앙에 있는 참나무는 흑염소들의 그늘이 되기도 하고 좋은 간식꺼리를 제공한다. 운동장은 초지와 산지로 연결되어 있어 방목을 편리하게 했다.

김 대표는 “흑염소는 산에서 미네랄, 비타민 등을 스스로 섭취한다”며 “부족한 영양은 조사료와 농후사료 등으로 보충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가축(흑염소)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흑염소의 불안감 해소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축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투자 비율이 축사에 너무 쏠리지 않도록 하고, 실질적으로 돈을 벌어다주는 흑염소 자체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평균 흑염소는 1일 약 1.5리터의 물을 섭취한다. 언제나 청결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축사 넓이의 4~5배 정도 운동장을 만들어주고 나무 그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지생태축산의 이점에 대해 “사료비가 일반농가 대비 70% 이상 절감 된다”고 밝혔다. 그는 “비가 많이 와서 흑염소가 축사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 사료비가 평소보다 3배 이상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흑염소를 키우기 시작한지는 17년 가량 된다. 지난 IMF 당시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은 김 대표는 고향으로 돌아와 흑염소 사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흑염소목장에서 일을 배우며 기술을 습득했다. 이력이 붙자 지인에게 5000만원을 빌려 4000만원으로 흑염소를 구입했다. 만만치 않은 사료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흑염소를 산으로 내보내는 묘책을 냈다. 이것이 산지생태축산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염소를 처음 사육할 당시에는 전문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에 무조건 소의 1/10에 해당되는 조치를 취했다”며 “처음 5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겨울 출산은 폐사율이 높아서 3~4월로 바꾸니 산자수가 줄어드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지금은 안정적으로 2년에 3회 자연 수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흑염소 사육 노하우를 전수하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축산귀농대학을 설립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귀농의 성공과 실패 이유, 현장실습 등을 강의하고 있다.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실전 기술 전수가 주를 이룬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지역 품목 실습장’ 및 전남도 지정 ‘동물복지형 친환경축산체험 실습 교육장’ 1호다.

9월 4일부터 흑염소 산업에 관심이 있는 농업인, 귀농·귀촌 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흑염소 무료강좌’도 실시하고 있다. 제 1기는 9월 4일부터, 2기는 10월 9일부터, 3기는 11월 13일부터 진행한다. 이론교육은 서울 용산구 이천동 소재 농업기술진흥관에서, 실습은 전남 강진 소재 수암흑염소목장에서 실시한다. 김 대표는 “농업은 머리보다는 몸으로 경험을 쌓아야 전문가가 된다”며 “이론이 해박해도 실무경험이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임야가 많은 우리나라는 흑염소를 사육하기에 적합하다”며 “소액투자로도 흑염소를 키울 수 있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육류 소비량 중에서 흑염소 고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0.6%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6% 정도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IMF 시절 50억원이 넘는 큰 빚을 지고 고향으로 내려왔지만 지금은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 수 있을 만큼 자리를 잡게 된 것은 모두다 흑염소 사육 결과다”라며 “제 2의 인생을 살게 해준 흑염소목장 경영은 내 천직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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