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막는 축산업 관련 세제 개선을

 

현재 우리나라 축산업은 대외 개방 확대와 각종 규제 강화로 어느 때 보다 빠르게 구조조정이 되고 있다. 2013년 기준 전국의 한육우 사육농가는 12만4000호, 젖소 농가 6000호, 돼지 농가 6000호, 닭 사육농가가 3000호정도로 지난 1995년 이후 한육우 사육농가는 23.9%, 젖소 사육농가는 25.0%, 돼지 사육농가는 12.3%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체적으로는 80만호에 달했던 축산농가가 지난 20 여년간 82.3% 줄어 14만호 내외로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특히 농가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축산농가 경영주의 고령화율은 44.3%로 전체 인구 고령화율 12.2%보다 3.6배 이상 높고 일반 농업분야 고령화율 36.8%보다 1.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축산 농가들은 빠르게 폐업을 하고 있고 남아 있는 농가들도 점점 고령화가 되어 앞으로 축산업을 계속할 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축산 농가들의 영농승계 계획에 대한 농협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정도인 49.4%가 승계자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으며, 응답자 중 47.8%는 승계 계획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답해 축산업 장래에 대한 불투명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들 축산 농가들의 향후 축산업 지속 경영가능 기간을 10.6년으로 판단하고 있어 향후 10년이내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우리 축산업은 말 그대로 명맥만 유지하는 사양 산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축산 후계 ‘원천 봉쇄’된 꼴

 

최근 정부에서는 일본, 독일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100년 명문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수립, 현행 가업상속 공제 제도를 대폭 완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현행 중소기업이나 매출액 3000억 미만 중견기업에 적용되던 500억 한도 상속재산 가액의 100% 공제 적용대상이 매출액 5000억 원 미만의 중견기업으로 확대되고, 대상 기간도 종전에 10년 이상 기업을 경영하면서 5년 이상을 대표자로 재직하는 기업에서 10년 경영조건을 폐지하고 5년간만 대표자로 재직하면 적용되는 것으로 대폭 완화했다.

또한 고령화 시대를 감안해 사전 증여 적용한도도 30억 원 한도로 5억 원 공제 후 10% 저율 과세되는 한도를 100억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즉 웬만한 중소기업은 후계자에게 가업 상속시 재산 평가액 500억 원까지 세금이 공제되며, 사전 증여인 경우도 100억 원까지는 저율과세해 가업의 안정적인 승계 및 경제 활성화를 기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안 어디에도 농업 총생산액의 36.2%를 차지하면서 평생 가업으로 꿋꿋하게 농촌을 지키고 있는 축산농가에 대한 배려는 단 한 줄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보다 더욱 어려운 후계 양축농가를 위한 정책적인 고려는 어디를 보아도 고려되어 있지 않다. 유일한 영농상속공제 한도 5억 원을 적용하는 대상을 종자나 묘목생산업에도 적용한다는 것이 농업 부분의 유일한 대책이며, 이중에도 자산 총액 중 부동산 비율이 50%이상이면 제외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축산농가인 경우 총 경지 면적 중 2.3%에 불과한 초지에 한해 영농 상속공제를 인정하는 현행제도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를 못했다.

즉 이번에 발표한 정부 세제 개편안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중견기업만이 후계 경영자를 위한 가업 상속이 필요하고 농업·축산업 분야 가업승계는 원칙적으로 소일거리나 하는 규모의 영농 행위만 세제상의 혜택이 주어진다고 평가되고 있다.

 

농업에서도 축산은 예외

 

그동안 축산업계에서는 같은 농업 분야에 주어지는 세제 혜택도 똑같이 적용이 되지 않아 불이익을 받는다고 볼멘소리를 해왔다. 예를 들어 10년 동안 같은 농촌에서 농사를 짓다가 도시 개발로 농지를 양도하는 경우에 일반 경종농업은 일정기간 자경농지로 인정되는 경우 양도소득세가 감면이 되나 축산 농가는 고율 양도세를 부담해야 하고, 대체농지를 확보하는 경우에도 일반 경종농가는 세제 혜택이 주어지나 축산 농가는 별도의 세금 부담을 하는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더구나 축산 농가는 목장 용지 외에 축사 및 분뇨처리장 등 막대한 고정자산 투자 부분과 고가의 기계 장비 등이 이러한 세제 혜택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아 축산 농가는 똑같은 농촌에서 생업을 영위하나 농민도 아니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높았다.

이렇게 영농 가업승계가 푸대접을 받는 우리와 달리 유럽연합은 오래전부터 목장용지를 포함한 농지 상속에 대해 영농 승계를 최우선으로 세제 혜택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독일은 영농 후계를 피상속인의 연령이 65세 되면 승계가 가능토록 하여 영농인의 복지 혜택을 고려하면서 상속인이 7년간 영농 시 상속세가 면제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덴마크도 독일과 비슷한 상속 제도를 운영하여 분할 상속보다는 영농 후계자 위주의 상속이 되도록 하고 있으며, 이태리도 원칙적으로 경작을 하는 가족 구성원 내 상속 및 증여시 부동산 관련 세금이 면제가 된다.

 

‘세금 부담’ 가장 큰 불만

 

세계적으로 축산물에 대한 수요는 국가 경제수준이 향상되면서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최근 전망도 2023년 세계 육류소비량을 지난해 수준보다 19%인 5700만 톤이 늘어나는 것으로 발표되었으며, 우유 생산량도 1억8000만 톤이 늘어나고 전 세계 유제품 수요는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3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증가하는 축산물 수요를 국내에서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생산공급하는 우리 축산 농가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 중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목장 승계 시 증여세, 상속세 등 세금 부담 문제를 꼽고 있으며 가업 영농승계에 대한 제도적 미비를 가장 큰 불만사항으로 지적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대표 농산물 품목인 쌀시장을 개방한다고 하자 관련 단체에서는 농지규모를 키워 후계 농을 육성하여야 경쟁력이 있다며 현행 영농상속 한도공제 5억 원을 100억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기준 전업농의 가축사육두수가 젖소 85.7%, 한우 58.4%, 돼지가 90.2%, 닭이 86.9%에 달한 축산 농가들에게 가장 큰 경쟁력 강화 대책이 이러한 세제상의 지원임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우리 축산업은 과거 30여 년 동안 정부의 지원과 축산 농가들의 노력으로 생산성 면에서는 어느 정도 대외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자부한다. 이러한 자산을 일반 중소기업처럼 좀 더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젊은 후계자들이 가업을 승계하고 앞선 기술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우리 축산업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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