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판매농협」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타 조직 등과 협력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농업경제나 축산경제에 ‘MOU맺기’ 붐이 일고 있다. ‘농업인이 없이는 농협의 존재가치가 없다’는 취지에서 농업인의 실익을 높이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자체 계통조직의 활성화는 당연한 일이고, 전국의 유통망을 소유하고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이나 백화점 등과의 유기적 연계 또한 환영할만한 하다. 작은 조직이 생존하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특화된 다른 조직들과의 연계이다. 서로의 장점을 살리면서 하나의 온전한 기업의 틀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상호 장점만 살리자

 

음성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A씨는 사료첨가제를 만들어 주위로부터 인정도 받고 우수성도 학술적으로 입증됐다. 그러나 그것을 판매하려고 하니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홍보와 마케팅에는 또 많은 자금이 소요됐다. 쪼들리는 자금 걱정으로 하루하루 피가 말랐다. 자금과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B씨는 사업 활성화를 위해 좋은 상품을 찾고 있었지만 쉽지가 않아 고민이었다.

그런 A씨와 B씨가 만났다. 좋은 상품만 만들면 알아서 팔릴 것으로 쉽게 생각하다 몇 년을 고생한 A씨와 좋은 아이템을 찾느라 고생한 B씨는 그 자리에서 의기투합했다. 동업이 아니라 서로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데 뜻을 모았던 것이다.

A씨에게 물었다. “지금은 자금도 많이 모았으니 따로 회사를 차리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당신이 고생해 개발한 제품의 가치를 50대 50으로 나누는 것은 좀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는 말한다. “당치도 않은 소리”라고. 자신이 직접 해 보고 나니 홍보나 마케팅이 쉽지도 않거니와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는 짓은 ‘소탐대실’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하면 협력관계 역시 끈끈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거대한 농협중앙회의 타 조직과의 잇따른 상호협력 협약은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했던 기존의 농협답지 않은 새로운 발상이다. 이는 더 많은 유통망을 통해 농축산물의 판매를 확대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농축산물의 가격 안정 즉 수급조절 기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개념에서 출발된 것이고, 그 결실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협력상대 잘 골라야

 

그러나 지난 5일 농협중앙회 농업경제가 대상베트스코와 가진 ‘우리 농산물 유통 활성화와 동반성장을 위한 상호협력 협약식’을 보면서 “과연 농협의 잇따른 ‘MOU맺기’가 득(得)만 있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했다.

대상그룹 계열 식자재 유통업체인 대상베스트코는 올 3월 원산지를 속이고, 유통기한을 조작한 축산물을 대량으로 팔다가 적발돼, 검찰로부터 「불량축산물범죄 종합세트」로 낙인찍힌 업체이기 때문에 그렇다.

대상베스트코는 국내산 돼지고기 값이 오르자 납품단가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돼지갈비를 국내산으로 허위기재해 강원도 원주의 한 대형리조트에 1.7톤 납품했다. 또 일반 돼지고기에 무항생제 돼지고기 20% 정도를 섞은 후 「친환경 삼겹살」로 둔갑시켜 25톤을 유통시켰으며 유통기한도 속였다.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원제품을 단순 가공하거나 재포장하는 방식으로 유통기한을 늘린 불량 축산물 29톤을 유통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거래처에 판매장려금 명목으로 매출액의 3~5%에 이르는 돈을 지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대상베스트코는 개인 비리라는 입장이다. 당연히 회사에서는 그 내용을 몰랐다는 것이다.

대상베스트코는 편법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지역 식자재 유통업체를 인수하면서 대기업의 이름을 숨긴 채, 인수한 지역업체의 이름으로 신규 매장을 내는 방법을 동원해 상생법의 사업조정제도를 피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한돈협회는 지난 3월 26일 ‘원산지 둔갑판매 앞장 선 대상그룹은 즉각 사죄하라’ 성명서를 내고 대기업의 불법 행위를 강력 규탄했다.

 

‘농협은 믿음’ 생각을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농협의 브랜드 가치」는 무엇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로마트를 찾는 거의 모든 소비자들은 그것을 ‘신뢰’에서 찾는다. ‘농협 매장에서는 외국산을 속여 팔지도 않고, 신선하고 안전하고 위생적인 농축산물만을 취급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또한 「같이의 가치」를 실현하는 국내서 가장 건전한 조직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그래서 간혹 터져 나오는 둔갑판매나 부정유통에 더 분노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힘을 가지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십 여년이 걸려도 자리를 못잡고 사라져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농협의 마크를 붙이면 대다수는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다. ‘정직과 신뢰’가 그 상품에 붙여졌기 때문이다. 상품의 가치를 논하기 전에 농협의 가치가 먼저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의 방식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손을 잡아야 할 대상이 있고, 당장의 득이 된다고 해도 잡지 말아야 할 대상이 있다. 신뢰가 깨지면 브랜드의 파워도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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