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피타이저로 나온 파릇파릇한 아스파라거스와 갓 구어낸 빵 그리고 고소한 양송이 스프로 입 맛을 돋구고 나면 약간 데친 당근과 콩, 저민 양배추, 바삭 튀겨진 돈가스 또는 입 맛에 맞게 구어진 스테이크에 달콤 짭초름한 소스가 뿌려진 메인 디시가 나온다. 여기에 잔 속에 갖가지 향을 담고 있는 와인을 곁들인다면 또 어떤가.

식사가 끝난 후 아직도 입 안에 도는 감미로운 맛을 음미하면서 밀려오는 포만감에 행복감을 느낄 즈음 눈처럼 하얀 아이스크림 위에 뿌려진 초콜릿은 황홀한 색감과 달콤함이 더해져 몇 십만원이나 하는 호사한 정찬이 아니라도 행복감은 배를 더해 간다.

 

편견 깨기 힘들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예의없이 뛰며 시끄러운 아이들의 소음이 약간 귀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것만 참으면, 지불하는 몇 만원은 즐거움에 비하면 그리 많은 비용은 아니다. 그 맛을 음미하는 동안 결식아동을 생각하고, 북한이나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갑자기 즐거움과 행복감이 확 깨는 소리다.

언제부턴지 ‘참 복에 겨운 소리한다’는 말을 들을까봐 속으로만 즐기는 상상이다. 부르조아라는 말이 듣기 싫고, 조금은 즐겨도 괜찮을 법한 일상의 행복감인 데도 왠지 선 듯 가지 못하는 것은 그래선 안될 것 같은 죄스러움이다.

서브웨이나 맥도날드는 괜찮은 데 정식 레스토랑은 안된다는 생각이 언제부터 마음 속에 자리잡았는 지는 모른다. 그렇게 한 번 들어찬 편견은 쉬 벗어나지질 않는다. 그래서 항상 듣는 말이 ‘넌 그러니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거야’라는 질책이다. 그러다 문득 농협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매일 농산물과 축산물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은 외식업체들에게 우리 농산물과 축산물을 구매해 달라고 구걸(?)하고 있지?”라는 의문이었다. 전국의 집산지로부터 올라온 신선한 우리 농산물과 축산물이 곁들여진 건강한 식사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미치자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이유들이 조금씩 생각 키워지기 시작했다.

1200여개에 가까운 전국의 지역조합, 240여 만명의 조합원, 수 백여개의 경제사업장 등이 마치 몸 속의 혈관처럼 얽키고 설켜 있는 농협이 그것을 못하는 이유도 혹시 편견 때문이 아닐까?

 

다양·창의성 없고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농협 목우촌의 가맹사업의 형태가 모두 고기를 구워 먹는 식당의 개념으로 보였다. 또래오래, 웰빙마을, 바비큐마을, 미소와 돈, 파머스 밥 등 형태는 조금씩 달라도 구성은 그렇다는 이야기다. 또래오래의 경우 치킨프랜차이즈로 성공은 한 것으로 평가받기는 하지만 아직도 메뉴 구성면에서는 일반프랜차이즈를 따라가기 버겁다. 이러한 것들이 비단 농협목우촌만의 문제일까?

문제는 농협중앙회 본부 마인드이다. 협동조합의 새로운 가치로 「판매농협」을 내세운 지 몇 년이 흘렀다. 총론은 수긍이 가지만 각론에서는 급변하는 소비트렌드와는 한 참 뒤떨어져 있다. 아전인수식의 소비트렌드 해석도 그렇지만 접근 방법도 창의적이고 다양하지 못하니 말이다. 그 많은 인재들이 개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도 없는 곳에 배치돼 있고, 그렇지 못한 이가 그렇지 못한 자리에 있으니 될 일도 안되는 꼴이다.

 

농협 못할 이유 없어

 

팔아주는 농협이 되기 위해서는 이전과 같이 고루한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영리만을 추구하는 기업이 되라는 것도, 그렇다고 손해를 보고 장사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기업가의 마인드를 접목시키라는 것이다. 계통 조직 간의 긴밀한 연대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반드시 실천하라는 뜻이다. 최근 우수 종돈의 개량과 생산에 영업을 가미하면서 계통 조직 간의 유대를 활성화하고 있는 농협중앙회 종돈사업소의 경영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농협중앙회는 지역조합과 유기적 연대를 맺으면서 농축산업의 중심에 서 있는 프랜차이즈의 본부와 같다.

따끈한 빵에 신선한 양파와 토마토 그리고 소고기 패트가 적절히 가미된 맥도날드 햄버거나 닭고기와 각종 야채가 버무려진 풍성한 식단을 농협이 못 만들 이유가 없다. 쓰레기 음식이라는 정크푸드라서 농협이 손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들 하나의 식품에는 채소와 과일 그리고 고기가 통째로 들어가 있다.

세계 100여국에 4만 이상의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는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서브웨이에는 더 많은 채소와 과일 등이 들어간다. 매장에 들어서면 유리로 된 진열장에 10가지 이상의 채소가 있다. 점원이 먼저 묻는다. 4가지의 기다란 빵 종류 중 어떤 것을 선택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 빵을 구울 것인지 그냥 먹을 것인지 묻는다. 치킨 또는 스테이크의 선택 과정이 끝나면 그렇게 선택한 빵을 점원이 들고 첨가할 채소를 고르라고 한다. 그 후 4가지 소스 중 어떤 것을 첨가할 것인지 또 묻는다. 빵빵하게 부푼 빵을 무는 순간 입 안에서는 신선한 채소와 고기가 어우러져 먹는 행복감을 전해 준다. 정찬이던 햄버거던 샌드위치던 농협이 하는 레스토랑에서 그 신선하고 풍부한 우리 농축산물의 맛을 음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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