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정치를 혐오해 권리를 포기하면 그 혐오하는 나라에서 살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 선거 때가 다가오면 투표 참여를 권장하면서 쓰는 말이다.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했으니 받아야 할 혜택에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도 없다는 뜻이다. 또한 자신이 혐오하는 정치판을 묵인했음으로 그에 대한 대가는 당연히 치러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보다 강력한 메시지가 또 있을까.

 

세월호 현재진행형

 

세월호 참사로 먹먹했던 가슴과 눈물은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도 차가운 바닷 속에 10여 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구조의 전과정이 드러나면서 정부의 갖가지 무능도 함께 밝혀져 너무나 황망하고, 혐오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주변에서 맴돌며 조금이라도 그 혜택을 누리려는 자들과 그들과 협잡한 나팔수들은 국민들의 눈을 돌리기 위해 상황을 왜곡하고, 애써 축소시키려 시도해 왔다. 그동안 간간히 나왔던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단어가 검색어 1위에도 올랐다.

언론 스스로 자성의 소리가 지금처럼 높은 적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참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의 희생이, 그리고 대한민국의 슬픔이 헛되지 않도록 사회 곳곳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부패와 부정과 협잡의 고리를 끊어내자는 소리가 높다. 누군가는 밖으로 뛰쳐 나오고, 누군가는 자신의 위치에 대해 자성하고, 자신은 그 범주에 들지 않는 지 한 번 더 돌아보려 애쓴다.

하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정부는 아직도 무엇을 해야 하는 지,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 어떤지 모르는 모양이다. 그들은 오로지 비난의 화살이 대통령에게 닿지 않도록 방패막이 역할에만 몰입하고 있다.

경찰이 청와대 주변 집회 현장이나 관광지에서 애도의 표시로 노란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시민들을 불심검문하고 있다. 불심검문이란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을 때 하는 것이다.

또한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토끼몰이식으로 잡아 연행하고, 공무집행 방해와 일반교통방해, 집시법 위반 등을 적용해 무더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도 모자라 청와대는 유족들을 ‘불순’과 ‘순종’ 등으로 분류하는가 하면, 사복경찰이 유족들을 미행하다 발각되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러니 지난 19일 세월호 참사 34일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국민에게 사과한 것이 많은 국민들에게 진정한 사과로 비쳐지지 않는다. 그날 흘린 대통령의 눈물을 둘러싸고 ‘진정성이 있다’와 ‘악어의 눈물’이니 ‘창조눈물’이니 이견이 갈린 것도 괜한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눈물을 이집트 나일강의 악어가 사람을 잡아 먹고 난 뒤에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서양의 전설에서 유래돼, 교활한 위정자의 거짓눈물의 의미로 쓰이는 섬칫한 단어인 ‘악어의 눈물’에 비유할 정도까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정부불신 극에 달해

 

맹골수도에 침몰된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국가를 개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러나 그것을 누가 주도할 것이냐는 과제에서는 당연히 현 정부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민들 요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개연성이 없어 보인다. 대국민담화에서조차 불통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나 눈물에서 많은 이들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시 ‘선거의 여왕답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세월호 남은 희생자에 대한 언급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 지에 대한 철저한 규명도, 책임자를 어떻게 가려낼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빠져 있기 때문이다. 통렬한 자기 반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불평불만은 곧 종북

 

최근 보수언론들은 최근 북한의 아파트 붕괴사고를 다루면서 북한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 우리 정부를 맹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대 보도하고 있다. 그건 아마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북한이 정부를 비난하고 있으니 지금 정부를 비난하는 이들은 대부분이 종북세력일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세월호를 통해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현실이 유지되기 위해서 어떠한 국가적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는 지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 세월호 이야기 지겨우니 그만하라고 하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다. 그 희생이 너무 아파서이다. 6월 4일은 선거날이다. 국민의 가장 소중한 권리의 주장이다. 권리를 행사해야 주장할 권리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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