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하에 우산장수와 짚신장수인 두 아들을 둔 한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짚신장수 아들은 공치고, 반대로 날이 개면 우산장수 아들이 공치기 마련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비가 오라고 빌 수도 그렇다고 날이 개라고 빌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언제나 걱정을 안고 사는 가련한 신세가 그 어머니의 운명이었습니다.”

 

이익 집착땐 갈등만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어머니」이야기인데 여기에 조금 더 보태본다. 하도 고민을 하는 아내를 보고 있던 남편이 묻는다. “뭘 그렇게 고민을 해? 비오는 날에는 우산파는 아들 놈에게 수익금의 일부를 떼어내고, 개인 날에는 짚신장수 아들 놈한테 떼어서 서로 손해를 볼 때 그 돈으로 생활비를 주면 되잖어.” 그저 아들 놈들의 처지를 고민만 하는 어머니보다 아버지의 처방이 현실적이고 훨씬 지혜롭다.

그런데 문제는 짚신 파는 아들 놈이 ‘수익의 일부 떼기’를 거부했을 때이다. 확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비오는 날보다 개인 날이 더 많다는 이유이다. 자신이 손해를 본다는 이해타산이 근거다. 그럴 경우 그 집안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그 즉시 화평했던 가정에 갈등이 발생된다. 그 갈등은 점차 확산돼 편이 갈릴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엔 가정이 깨어진다.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돈이다. 가정이 이 정도면 계층별 산업별 무수히 많은 개인들로 형성된 국가의 경우에 있어선 계층 간 산업 간 공평한 조율이 없다면 당장 심각한 갈등에 직면한다. 따라서 국가의 의무는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원칙을 준수해 상호간의 이해와 화합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정부를 보면 오히려 이 같은 갈등을 조장하는 것처럼 보여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무역이득공유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데서 그렇다. 지난달 22일 국회 통상관계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이 ‘정부의 입장이 그렇다’고 확인해줬다.

 

“이익 공유 불가하다”

 

2012년 홍문표·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무역이득공유제는 FTA로 수혜를 보는 산업에서 이익의 일부를 거둬 피해를 입는 산업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2년 동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이 제도는 최근 잇따른 농축산강국들과의 FTA협상 체결로 농축산업계를 중심으로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차관은 정부의 반대이유를 ‘수혜 분야의 이익이 과연 자체 노력에 따른 생산성 향상인지, FTA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소가 웃을 일이다.

 

구분 어려워 못해?

 

생산자단체들이 FTA와 관련 축산업의 피해와 혜택 기업들의 이득액을 추산한 결과 농업을 제외하고도 피해액이 축산업만 15년 간 한미FTA로 7조3000억원, 한EU FTA 2조5000억원이었다. 반면에 자동자와 전기·전자산업을 합한 수혜액은 각각 60조7000억과 29조5000억원이었다. 이건 말도 안되는 계산법인가?

정부가 수혜액과 피해액을 따지려고 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미FTA 협상 때만 해도 수혜액 늘리기에 여념이 없던 정부가 막상 그 수혜액의 일부를 피해산업 지원에 쓰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자체 노력에 의한 것인지’ ‘정말 FTA 발생으로 생긴 것인지’를 모르겠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정부인가. 「그들만의 정부」라는 말이 실감난다.

조세평등의 원칙이란 것이 있다. 조세의 부담은 공평하게 국민들 사이에 배분되도록 세법을 정해야 하고, 조세법률관계의 각 당사자로서의 국민은 세법의 적용에 있어서 평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여기서 공평하다는 것은 많이 버는 사람에게는 그에 합당하게, 덜 버는 사람보다 더 많이 부과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세금은 전체의 국민들의 권리와 편익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 일례로 ‘종부세 감면’이 많은 저항을 받게 된 것은 많이 가진 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의미에서였다.

FTA는 누가 봐도 농축산업 희생을 전제로 추진되고 있는 국가 정책이다. 그런데 피해를 입는 산업에게 수혜산업의 이익 일부를 지원해야 한다는 이 상식이 정부에게만은 도대체 왜 안통하는 걸까? 그리고 수혜액이 얼마나 되는 지를 따져야 할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 또 왜일까? 농민들이 머리 짜내서 수치를 가져다 줘야 수긍할 모양이다. 그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바로 당신들 정부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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