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받을만한 가치를 만들어라
도움 받을만한 가치를 만들어라
  • 권민 기자
  • 승인 2014.04.04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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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전국으로 확산되고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0년 말 안동발 FMD 파동에 대한 진저리나는 기억이 북한 FMD 발생으로 또 새록새록 떠오른다. 악성 가축질병의 확산으로 더이상 축산업이 축산인만의 일이 아니게 됐다. 축산농민들은 이제 생산만을 생각할 수 없다. 유통을 생각하고, 소비자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각종 환경 규제가 잇따라 국회를 통과하고 있다. 이에 대한 심각성을 아직도 축산농민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약간의 시간만 흐르면 바로 몸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다. 축산을 둘러싼 이같은 규제들은 모두 축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호의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비롯된 것들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 국민 10명중 6명은 축산업이 가지는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더 중요시 한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축산업의 외부효과와 정책방안」연구보고서가 그것이다.

 

아직도 호의적 반응

 

전국 1000가구를 대상으로 대국민 의식조사를 실시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5.4%가 환경오염, 질병발생 등 축산업의 부정적인 기능에도 불구하고 식량안보와 농촌경관 및 환경보전, 지역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인 기능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축산업의 부정적인 면을 줄이기 위해 가구당 매년 7495~1만314원의 특별부담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 내용만 보면 축산업은 아직도 희망적이고, 국민들은 축산업에 호의적이라며 기뻐해야 하는 데 오히려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건 왜일까? 이번 이메일을 통한 설문조사에서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일수록, 남자 그리고 나이가 젊을수록 긍정적인 기능이 강하다고 했다니 ‘죽으라는 법’도 없다.

 

기부참여 거의 없어

 

설문조사가 잘못됐다고 반박할 생각은 없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니, 축산업계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직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국민들이 65.4%나 있다고 하니 반가울 뿐이다. 1만원 정도의 특별부담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니 더욱 기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건 국민들의 축산업 부정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을 걱정해야 할 당사자인 축산농가나 축산 관계자들의 위기의식은 머리에만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생산자단체와 농협을 포함 범축산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나눔축산운동의 지난해 집계된 후원 현황에 따르면 11억 800여만원이다. 당초 목표인 15억에 훨씬 못미치는 액수다. 그 내용을 보면 농협중앙회 축산경제와 일선축협의 기부금이 전체의 83.2%일 뿐만 아니라 후원자로 참여하고 있는 축산농가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신과 직결된 문제이지만 자신의 힘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박약하다는 뜻이다.

축산농가들의 이런 상황 인식 속에서 ‘국민들이 자신들의 지갑을 열고 특별기부금을 지불하겠다’는 조사 결과는 쉽게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믿으면 이제는 축산농가들의 부도덕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의 성의를 도둑질하는 태도’라고 말이다.

 

“탐욕에 매몰된 농가”

 

AI가 한창 확산되면서 가금류가 매몰되는 과정을 지켜본 한 출판사 대표가 중앙 일간지에 기고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했다. 그는 오랫동안 글을 써 온 솜씨대로 아주 유려한 필체로 축산농가들을 질타하면서 국민들의 각성까지 집어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가?…그저 소출만을 노리는 축산업자들의 얼굴엔 차라리 살기가 느껴졌다. 아름답던 산천의 계곡 곳곳에 자리잡은 축사를 발견하는 순간, 이를 경영하는 축산업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얼마나 지독하고 탐욕스러운 장삿 속에 매몰돼 있는 지 단박에 느껴졌다.

맑은 개울이 흐르던 계곡엔 축사에서 흘러나오는 배설물이 악취를 풍기며 흐르고, 더러운 축사 바닥은 눈길조차 주기에 민망할 정도로 질퍽대는 데, 가축들은 그 위에 하루종일 처연한 모습으로 오물에 발을 묻거나 엎드려 오물에 몸을 내맡기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는 몸서리를 친다. 축산업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저렇게 하면서까지 생명을 학대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저 가축의 고기를 탐식하는가…”

꿈은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이유이자 원동력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이는 좌절을 딛고 또 앞으로 내달린다. 꿈은 달콤하다. 그러나 현실화하는 과정은 혹독하다. 혹독함을 즐기지 않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에게 꿈은 허망 그 자체일 뿐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지 않는 자는 결코 돕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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