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의 기상처럼 뻗어나가길 바랐던 축산업의 미래가 연초부터 태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사상 첫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Standstill)명령이 두 번씩이나 발동되고, 살처분 범위를 3km까지 확대하면서 선제적 방역을 자신했던 방역당국의 말을 비웃듯 AI는 경기에서 경남까지 전국으로 확산됐다.

감염 원인인 야생조류는 하늘로 날아다니는 데 방역당국은 도로에 분무시설을 설치하고 통제하면서 모든 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날아다니는 철새가 어디에 내려앉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액체 소독약을 통행하는 전 차량에 분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소리가 나온다.

 

체계성 없어 보인다

 

원인이 철새라고 추정했으면서도 엉뚱하게 도로에다 막대한 돈을 쓰는 것 때문에 정부의 방역이 전문가들에게는 비효율적이며, 보여주기식으로 비춰지는 이유이다. 환경부와의 협조체계도 삐걱거리고, 방역의 전문성도 없다.

철새의 서식지에 대한 무차별적 소독은, 당초 감염 원인이 철새로 추정됐을 때 그 즉시 철새 모이주기를 중단했던 사례와 다르지 않다. 철새들에게 모이주기를 끊으면 그 철새들이 어디로 갈지 뻔한 이치를 아는 데까지 10일이나 걸렸다. 그렇다면 헬기로, 차량으로 무차별 뿌려대는 소독약을 피해 철새가 어디로 달아날지도 한 번 쯤 생각해야 하지 않았을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는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소위 소동물에 속하기 때문에 지금 FMD 파동만큼 막대한 파장을 일으키지 않고 있다. 그러나 AI 방역이 중요한 것은 인체에 감염되는 인수공통의 악성 가축질병이기에 그렇고, 국민들에게 또 다시 축산업에 대한 혐오감을 안겨주기에 더욱 그렇다.

방역에 대해 더 이상 구구절절 이야기 하긴 싫다. 어차피 철새가 떠나는 3월이 지나야 다시금 정리되겠지만 문제는 이후의 축산업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 자명하다는 사실이다. 보상금 문제와 맞물려 농가의 방역 소홀이라는 책임 소재가 뒤따를 것이고, 여기에 축산업의 위축이 다시금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AI 이후

 

농축산부는 이번 AI를 겪으면서 대책의 일환으로 철새 경보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원인이 야생조류이기 때문에 철새 서식지와 철새 이동경로에는 가급적 농장을 짓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농가 스스로 철거하도록 강제(?)하겠다는 의미이다.

지금 축산업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이것은 태풍 전야의 비바람일 뿐이다. 이를 기점으로 가축을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사육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그동안 주춤했던 모든 규제의 판도라 상자가 열릴 판이다.

가축의 건강을 배제한 채 축산물 생산만을 위해 가축이 사육되면 피로도가 쌓여 면역력이 떨어지고 그 결과 질병에 쉽게 걸린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16일 농축산부가 내놓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 축산종합대책은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발표한 것이지만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의 7개 생산자단체들은 전면 거부하고 나섰다. 이유는 내용 대부분이 규제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 통보였기 때문이다.

지역단위 양분총량제2004년 농경지의 과잉 양분관리와 가축분뇨처리의 효과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농림부·환경부가 합동으로 구성한 축산분뇨관리·이용대책 추진 기획단에서 제기해 2007년 도입하기로 했다가 축산단체들의 반발로 삭제됐고, 2012년에도 환경부가 법제화하고자 했으나 무산됐다.

 

강력한 규제 당할판

 

지역별 농경지의 양분 투입과 처리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지역의 환경용량 범위에서 수용할 수 있는 총량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이 제도는 농업부문의 환경 부하를 최소화하는 친환경농업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제도의 전제조건은 축산업이 지역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가축을 사육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 조건이 없다면 축산농가들은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강력한 규제앞에 서야 한다.

친환경 축산 인증제 개편역시 마찬가지이다. 친환경 축산의 개념이 생산 뿐만 아니라 유통과 도축·가공에까지 적용되고, 인증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축산농가에 새로운 비용 부담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생산자단체들은 반발한다. HACCP와 무항생제, 유기축산은 각기 개념이 다르지만 인증절차에서 상·하위 개념으로 분류하는 것도 잘못됐다는 것이다.

지금 축산업은 풍전등화의 형국이다. 가금류와 대동물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 현장의 이해를 구하고, 협력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하나로 뭉쳐야 살 길이 보인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