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두려워했던 악성 가축질병이 또 터졌다. 그리고 우려했던 방역의 혼선이 또 되풀이 되고 있다. 통제선 내부로의 진입도 농축산부의 발표대로 통제되지 않았다. ‘가창오리로 발병 원인을 찾았던 방역당국은 큰기러기에서도 AI가 발생하면서 혼란스럽다.

일부 언론에서 ‘AI 가창오리의 이동경로 조차 모른다고 발표하자 환경부는 서둘러 해명자료를 냈다. ‘가창오리는 1984년부터 국내 월동이 발견됐고, 전개체군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겨울을 보내는 등 주요 서식지와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있어 이는 잘못된 보도라고.

또 환경부는 철새 도래 현황과 지역별, ·개체수 도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1999년부터 매년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를 실시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립과학원은 2011년부터 57개체에 대해 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하고 이동경로를 파악 중이란다.

 

이동경로 파악했다?

 

농축산부 관계자는 살처분 범위를 500m에서 3km로 확대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브리핑도 했다. 이 대목에서 환경부의 이동경로 파악을 뒤집어 생각해 보자. 정부가 가창오리의 이동경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초동방역이 뚫리면서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 말이다. 알고 있으면서 초동방역을 실패했다면 그것은 무능이다.

또 다시 많은 공무원·경찰·군인·축산관련 종사자들이 본연의 임무를 놓아두고 방역 현장으로 끌려 갔다. 살처분 농가나 이동통제 지역의 농가들은 재산상의 손실과 억울함 그리고 당혹감으로 할 말을 잃고 있다. 날벼락을 맞은 음식점주들은 어떻고, 이 상황을 지켜보는 일반 국민들의 불쾌함은 또 어떤가.

201011‘FMD 파동때로 되돌아 농가들과 공무원 그리고 군인들의 말을 들어보자.

살처분을 위해 집 농장 한 가운데를 파서 매립하겠다고 시청의 공무원이 통보했다. 나와 동생 그리고 부모님이 항의와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살처분을 하기 위해 방문한 그 공무원이 무릎을 꿇었다. 죄송하다고, 어쩔 수 없다며 같이 울었다(나와 부모님과 함께 울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수면 부족·문서 오류

 

마지막 마리까지 땅에 묻은 그 다음날부터 귓가에 소들이 밥 달라고 우는 환청이 들리고, 매몰 때의 모습이 생각나고, 매일 부지런을 떨던 부모님들은 마치 넋이 나간 듯 툇마루에 앉아 하늘만 보다가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다. 그 모습을 보는 나는 가슴이 미어져 어쩔줄 몰랐다.” -파주시 어느 살처분 농가의 일기.

축산과 직원은 아니지만 상황이 급박해 차출됐다. 24시간 교대로 상황실과 이동 초소 등을 관리하면서 부족한 인력 때문에 하루 평균 3~4시간 씩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고 있는 실정이다. 방역 차출로 자리를 비우면서 본연의 업무 공백과 민원 전화에다 수면 부족 때문에 문서 오류를 범하는 등 일처리 능률이 최저점을 찍었다.”-어느 공무원 일지.

당시 김영우 한나라당 의원은 살처분 등에 동원된 포천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식욕부진·우울증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 가축질병이 터질 때마다 매몰 작업에 끌려다니는 군인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살아 있는 가축을 포클레인 등으로 매몰할 경우 발버둥치는 모습과 울음소리가 너무 끔찍하다고 한다. 도무지 할 수가 없지만 이를 악물고 구덩이로 몰고, 삽으로 치면서 매몰한다. 한 군인은 적과 싸우는 것이 본분인 줄 알았는 데 저렇게 순진한 동물을 죽이려니 떨리는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악몽꾸는 일도 다반사다.

 

선정·추측보도 난무

 

방송·신문들의 무차별적 자극적 화면과 기사를 접한 소비자들은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혐오감을 또 갖는다. 그렇게 질병을 몰고 다니는 축산업은 아예 없앴으면 싶다. 깔끔하게 손질되고 포장된 외국산을 먹겠다고 다짐한다.

4번의 AI를 비롯 FMD를 겪으면서 악성가축질병에 대한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졌다. 한 번 터지면 거의 국가적 재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역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도 않는다. AI는 매번 그 원인을 철새에서 찾는다. 말은 철새 도래시기이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하지만 막상 질병이 터지면 허둥지둥이다.

최근 각 지역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생태공원을 조성하거나 철새를 대상으로 경관개선사업을 하고 있다. 그 사업으로 인해 악성 가축질병이 발병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면 이는 방역당국의 직무유기이다. 방역은 처음이 중요하다. 그것은 예상된 틀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 이젠 치매에서 벗어날 때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