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외신을 타고 한 장의 사진이 날아들었습니다. 77세의 생일을 맞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3명의 노숙인과 한 노숙인 품 안에 안겨 천진한 얼굴의 반려견을 맞이하고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구촌 각계에서 축하가 쏟아졌지만 교황은 평소 자신의 가르침대로 이웃과 빈자와 함께 숙소인 바티칸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생일을 맞은 것입니다. 계면쩍은 노숙인들과 이들을 반기는 교황 그리고 그 중간에 끼여 있던 반려견의 모습을 보면서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라는 말이 줄곧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교황은 이들과 미사를 드린 후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노숙인들은 생일선물로 해바라기 꽃다발을 건냈습니다. 그 선물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한 웃음으로 기쁨을 대신했습니다. 그 환함에 눈물이 나는 건 왜였을까요.

 

사랑과 겸손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늘 사랑과 겸손을 이야기합니다. 교회의 역할을 가난한 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는 불경(?)’한 말을 서슴지 않고 기회있을 때마다 합니다.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발언은 늘 보수주의자들을 난감하고, 불편하게 합니다.

지난 성탄절에서도 역시 그는 사랑과 겸손을 화두로 삼았습니다. 여기에 사랑을 실천하는 데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는 불우한 내 이웃들과 함께 하는 것이지, 파티와 쇼핑으로 시간과 돈을 소모하라는 것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고 설파합니다.

주간지인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정한 것도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그의 겸손함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과거에는 유리잔이 가득 차면 흘러넘쳐 가난한 자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간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유리잔이 가득 차면 마술처럼 유리잔이 더 커져 버려서 가난한 자에게는 아무 것도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 말을 곱씹으면서 무역장벽을 와르르 무너뜨리면서 정부가 하는 말들이 과연 맞는 말인지,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수출만이 유일한 부국(富國)의 길이라지만 그 반대급부로 수입으로 인한 피해를 보는 농민에게도 부농(富農)의 길인지 묻고 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벌들의 기업을 살려야 국가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재벌기업의 부가 흘러 넘쳐서 가난한 농민들의 삶에 혜택이 주어지는 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국민의 합의에서 비롯된 것인지, 농민들이 기꺼이 희생할만하다고 수긍하고 있는 지 알고 싶었습니다.

 

어쩔 수 없어 받는 것

 

지난 해 수 많은 농민들이 생업을 포기했고 앞으로도 포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합당한 보상을 지급했다고 하지만 그건 삶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돈이 농민의 손에 모두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빚잔치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거나, 있어도 향후의 삶을 살아가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닙니다. 하루 아침에 생업을 잃은 농민들은 다음 날부터 할 일이 없어 빈둥댑니다. 생활의 리듬이 완전히 깨져서 하루를 보내기가 너무 힘듭니다. 술을 마시고, 취하면 신세를 한탄하고, 그러다 잠이 듭니다. 견딜 수 없는 이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농촌의 공동화는 그렇게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작금의 현실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정부에 또는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합니다. 그들은 알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곤 자신들의 아집이나 당리당략으로 시간을 보내고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깁니다.

 

일한 만큼 보람을

 

2014년 갑오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는 꿈을 꿀 수 있는 해이길 바랍니다. 내가 정성을 다해 일하면 당연히그에 대한 보답이 돌아오고, 일한 만큼의 보람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이나 조직이나 정부나 어느 곳에서나 다른 이들의 희생으로 자신의 부를 얻으려는 이기주의도, 내 생각이 옳다는 아집으로 주변의 의견을 묵살하는 불통이 사라지고, 상식을 바탕으로 한 법과 원칙이 법전(法典) 의 문구보다 앞서 적용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거나, 권력을 향한 해바라기들이 이 땅에 발붙이지 못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사는 이곳이 남을 향한 사랑가난하고 약한 이를 위한 배려가 넘치고, ‘법과 원칙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상식이 통하는 보편적이었으면 합니다. 해를 넘기는 타종이 끝나면 마법같이 모든 것이 변하길 바라봅니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