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잘 보낸 자만이 봄을 만끽할 수 있다

하얀 눈이 내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이 오면 멋진 설경을 떠올리거나 눈을 함께 맞는 다정한 연인들, 어릴 적 맛있게 먹었던 군고구마 등의 추억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눈이 오면 자식처럼 키웠던 소중한 가축들을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축산농가들의 눈물로 범벅진 얼굴이 떠오른다. 영하를 밑도는 날씨 속에서 희뿌연 석회가루와 각종 소독약품을 뿌리며 방역에 나섰던 공무원과 군인 및 축산 관련 종사자들의 얼굴도 스쳐지나간다. 사상 초유의 구제역이 발생했던 2010년과 2011년 겨울은 가장 잊지 못할 혹독했던 겨울로 기억된다.

당시 발생했던 구제역으로 우리 축산농가들은 348만 마리의 가축을 차디찬 땅속으로 묻어야만 했다. 2차 생산물과 전후방 산업을 포함하면 무려 3조원이 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살아있는 가축을 매몰해야만 했던 축산농가와 매몰 작업에 참여했던 수의사와 공무원 등 관계자들은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해 아직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우리 정부와 농협 및 축산농가들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방역에 최선을 다한 결과 2011년 이후 구제역과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된다. 구제역 병원체가 활동하기 매우 좋은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데다 시베리아에서 생활하던 철새들이 국내로 이동하면서 한반도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올 겨울 고병원성 AI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점치고 있다.  

농협은 지역축협 동물병원을 통해 구제역 백신과 고병원성 AI 소독약품 공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고, 축산 온란인 네트워크인 농협축산정보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역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철통방역 태세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지속가능한 친환경축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축산관련 종사자와 축산인 후계자 및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공동방제단 운영으로 다시는 이 땅에 구제역과 고병원성 AI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다시 겨울이 왔다. 축산농가 뿐 아니라 축산업 관련 종사자들은 지난날의 구제역 악몽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설마’ ‘혹시라는 단어는 우리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방역과 질병관리는 이제 축산업 관련 종사자들의 숙명과도 다름없다. 추운겨울을 지낸 후 핀 매화 향기가 더욱 진하다(不是一番寒徹骨 爭得梅花撲鼻香)는 얘기가 있다. 내년 5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지위를 획득하고 고병원성 AI가 없는 행복한 겨울을 보내고 아름다운 봄을 맞기 위해 다시 신발끈을 단단히 동여 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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