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권력 제2인자로 꼽히던 장성택의 공개 처형이 있은 후 모든 언론들이 차후 권력구도와 북한 내부에 불어 닥칠 피의 숙청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김정은 부인인 리설주와 장성택과의 불륜설이라는 자극적 기사 등 ‘~카더라통신도 난무하다.

종편들은 매일 대부분의 방송을 북한으로 도배하다시피 한다. 거의 똑같은 패널들이 방송사를 돌아가면서 출연해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것이 지루하다 싶으니 시간을 천안함사건 당시로 끌고 올라간다.

북한의 정세가 정말 급격하게 돌아가는 지, 그렇지 않은지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한이 우리에겐 너무나 중요한 외부적 변수이기에 반드시 인지해야 하는 것은 맞는 이야기이다. 국정원의 개혁이나 채동욱 검찰총장의 불법 신상털기·경제민주화, ·호주FTA 타결 등 사회·경제 모든 문제들이 그 블랙홀에 빠져들었다.

 

의도적 공포감 조성

 

일반 국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섭다는 둥 공포스럽다는 둥의 공포감을 조성하고, 마치 조만간 북한이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을 극대화시킨다. 여기에 만일 아니다라고 말하면 그들은 바로 적을 이롭게 하는 자로 낙인찍을 것이 분명하다. 너무 호들갑 떨지 말라고 말할 수도 없다.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종북이다.

지금 우리의 시간이 그렇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차분하고 진중하게 그리고 그에 따른 우리의 대응을 논하기 이전에 종편들과 일부 신문들은 시청률과 보급률을 올리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을 붙이고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니면 말고 식의 방송과 기사를 마구 쏟아낸다.

청와대와 국방부·경찰 등 정부 부처들이 비상사태에 대비해 24시간 대기상태라고 떠벌인다. 당연한 일 아닌가. 북한에서의 특이동향이 발생하면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그에 따른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것이 무슨 특보나 되는 냥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있으니, 우리는 과연 어느 시간에 살고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성노예가 아니었다?

 

한국인 위안부는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는 내용이 실린 교학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교육부로부터 최종승인을 받았다.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한 할머니들의 분노가 치솟았다. ‘따라 다녔다는 자유의지를 말한다. 전 클린턴 미 국방장관은 우리가 사용하는 위안부'성노예(Sexual Slave)'로 표기해야 한다고 강하게 발언한 이후 미국 내에서는 위안부를 성노예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위안부는 일본인들의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 정부는 성노예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도살장이나 다름없는 곳에 강제로 끌려가 청춘을 더럽힌 그 고통을 덜어주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고국마저 일본 우익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며 울분을 터뜨리는 할머니들의 원통함을 누가 달래줘야 하는가 말이다.

원로작가 이제하 씨를 비롯 몇 몇 작가들은 전통의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으로부터 박정희의 유신‘19876월 항쟁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당초 연재키로 한 원고 거재를 거부당해 문학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국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명의 국회의원이 박정희 전대통령과 연관된 단어를 썼고, 대선 불복이라는 선언을 했다가, 새누리당 의원 전체의 서명이 담긴 국회의원 제명안이 접수됐다. 과잉대응이라는 말이 여권에서도 나온다.

도행역시(倒行逆施)

 

박정희 전대통령의 유신은 국가의 경제성장이라는 면에서 많은 성과를 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노동자와 농민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전 세계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무역장벽을 해체하자고 강조한다. 실속을 따지고 그 대책을 논의하기 전에 먼저 지르고 나중에 수습한다는 생각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마찬가지이다. 8년여 동안 FTA에 주력하다 다급하게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히자 미국은 환영은 하지만 무임승차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 대가에는 한·FTA 양국 간 협의문에 적힌 대로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는 쇠고기 문제도 있고, 정부가 이를 희생하고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했던 자동차 부문에서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의 중단 요구도 있다. 희생 뒤에 얻을 여러 가지 것들을 다시 내놔야 한다는 의미이다.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연말에 내놓는 사자성어에 도행역시(倒行逆施)’가 뽑혔다.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이다. 2013년이 지나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은 뒤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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