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대로에서 서너명의 부랑자로부터 골목길로 끌려들어가, 40여분 간을 구타와 성폭행을 당하면서 여성이 울부짖었다. 대로를 지나가던 사람들도 골목길에 위치한 건물의 입주자들도 애써 외면하며 뛰다시피 제 갈 길을 가거나, 창문을 닫아 버렸다. 심지어 어느 누구 하나 경찰에 전화를 걸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신고하지 않았다.

경찰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여성은 사망한 상태였다. 옷은 찢어지고, 온 몸에 멍이 들고, 후에 갈비뼈 몇 개가 부러졌다고 경찰이 발표했다. 미국 뉴욕주 브룩클린에서 몇 년 전에 벌어진 실화다.

그 직후 뉴욕 타임즈를 비롯해 미국 전체 언론이 들끓었다. ‘뉴프론티어의 나라가, 세계 정의를 실현한다고 자부해 오던 자신들의 국가가 왜 이지경이 됐느냐는 개탄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누군가 용감하게 나섰거나, 발빠르게 경찰에 연락만이라도 했다면하는 가정법이 달린 아쉬움의 소리가 높았다.

 

감정 싸움 이제 그만

 

적정한 시간. 항상 타이밍을 놓치면 후회가 밀려온다. 지난달 25일 축산경제 본부부서 310여 명이 결성한(가칭)3급 협의회를 보면 그 적정이라는 단어가 확연하게 떠오른다. 왜 축산경제의 갈등이 봉합되어 가는 시점에서, 왜 노조와 별개의 조직으로, 왜 사업부서까지 포함한 3급 전체 대상이 아닌 상태로 모임체를 갖게 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다.

대표와 노조와의 지난 갈등에서 봉합까지의 과정을 보면 아무리 좋게 봐도 발단은 쌓여온 감정의 폭발 이외에는 명분이 별로 없었다. 싸우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의 것들이 표출되고, 그러한 것들 때문에 축산경제의 내분이 첨예화됐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외부로 알려진 갈등으로 인해 축산경제 전체 직원들의 사기도 꺾였고, 그로 인한 아쉬움과 분노가 조직 내에 내재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때가(가칭)3급 협의회가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수위를 조절하고, 완충역할을 해야 할 3급들이 당시 침묵했던 것 때문에 지금은 노노 갈등이라는 또 다른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당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3급 협의체를 결성해 완만하게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지만 3급에서 조차 과연 누가 나서서 양측을 조율할 수 있겠느냐는 조소(?)가 나왔다. 때문에 이번 협의체는 노조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두가지가 잘못됐다. 하나는 앞서 말한 타이밍을 놓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조와 별개의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노노간의 갈등이라는 또 다른 분란거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회비만 내는 아냐

 

이는 갈등과정에서 불거진 NH농협노조의 불합리성이 원인이다. 나의 티끌은 보지 않고 남의 잘못만 따져 온 데다, 지속적으로 내부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협동조합 노조로써의 기능에 관심을 가져야 할 노조가 너무 무사안일했다는 점이다.

3급도 노조원이다. 농축협 통합 이후 3급도 노조원으로서 꼬박꼬박 회비를 납부해 왔다. 그렇다면 직급별 협의체가 노조 내부에 있어 그들의 요구도 적극적으로 반영됐어야 맞다. 회비는 내고, 결과적으로는 노조 활동에서 배제되어 있는 상태가 이어져 온 것이 바로 지금과 같은 결과물이다.

축산경제의 갈등이 현재 대표의 차기대표 불출마로 봉합되기는 했지만 또 다른 갈등요소가 발생했다. 감정에서 시작해 감정으로 또 이어지는 이같은 상황은 결코 축산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의 축산경제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외부에서는 가십거리로 삼으며 조롱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노노갈등까지 발생한다면 축산경제 내부에서 조차 축산경제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전체를 생각해 볼 때

 

아직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갈등으로 축산경제 내부의 문제점은 거의 다 드러났다. 차분히 감정들을 가라앉히고 조직 재개편에 대해 논의할 때다. 이미 난 상처는 상처일 뿐이다. 치료가 중요하지 거기에 소금을 뿌리는 일은 끊임없는 갈등만 야기할 뿐이다.

그것이 지금 축산경제 3급 직원과 NH노조가 생각해야 할 일이다. 축산경제는 그 갈등 때문에 지금 무장해제된 상황이다. 노조는 왜 3급 직원들이 노조원이 돼야 했는 지를, 3급 직원들은 왜 노조가 필요했는 지를 고민해 볼 때이다. 별개의 조직이 아니다. 그것을 깨자는 것은 통합농협 내 축산경제의 가치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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