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직접 챙기겠다”-지난해 대선을 한 달 앞두고 한농연 주최로 열린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 참석한 박근혜 후보는 농업인들의 가장 큰 박수를 받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월 취임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두 번째 현장 방문지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통구조 개선이 농축산물 가격 안정의 근본적인 대책이라며 농식품부가 관계부처와 협력해 유통구조 개선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유통단계 축소 등 유통 과정의 거품을 빼는 데 있어서 농협의 사활을 건 노력을 당부했다.

우리 농업 여건은 녹록지 않다. 고령화와 농촌 과소화가 심화되고 있고, 소득과 생활여건 등 도농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 우리와 인접하고 농업생산구조가 비슷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도 추진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임에 틀림없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다. 농업인과 정부, 그리고 국민들이 함께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경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농업인의 날을 맞아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한 신문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모두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구내식당선 빼빼로가

 

11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의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볼 수 없었다. 자리를 서울시청 광장으로 옮겨 추수감사 가래떡 나눔행사를 벌였다. 이날은 1996년부터 시작한 민간기업 데이 마케팅(Day Marketing) 빼빼로 데이에 대응해 정부가 2006년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만든 가래떡의 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12시부터 정홍원 국무총리가 농업인의 날 축사를 하는 시각, 정부 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직원들이 근무하는 청사 5동 구내식당을 비롯 4개 식당에서는 점심 때 빼빼로 잔치가 벌어졌다. 3000여개의 빼빼로가 직원들은 물론 청사 손님에게까지 나눠졌다. 구내식당 관계자는 농축산부로부터 가래떡의 날행사의 동참 부탁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농협중앙회 본부의 직원들 자리에도 빼빼로나 빼빼로가 담긴 선물 보따리가 여지없이 놓여 있었다. 여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그동안의 감사 표시로 전달한 것들이다. 직원들은 빼빼로를 꺼내 심심풀이로 베어 물고 있었다.

8년 째 접어든 가래떡의 날행사가 왜 빼빼로 데이를 이기지 못하는 걸까. 정부 주도로 많은 자금을 투여해 행사를 하면서도 기업 홍보를 이겨내지 못하는 걸까. 결론은 절박함이 없어서이다. 상품 판매가 늘어나지 못하면 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 기업이 크지 못하면 그 속의 직원들의 대우도 나아지지 못한다.

 

절박함이 없어설까

 

한국 농업의 생존과 밝은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추진하는 두 축인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의 공무원과 직원들도 그런가? 농업 현실이 갈수록 험난하고, 농민들이 살아야겠다고 발버둥치는 현장을 정말 이해하고 있는 지 한 번 묻고 싶다. 그 고통이 심하면 그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고, 처우가 나빠지는지 말이다.

자신들이 자신들의 내부를 결속하지 못하고 무슨 염치로 타 부처에 협조를 구할 수 있으며, 내가 손수 먹지 않고서 국민들에게 오늘이 가래떡의 날이니 가래떡을 많이 먹으라고 호소할 수 있을까.

사상계의 발행인이자, 정치가였던 고 장준하 선생이 처음 잡지를 발간할 때의 에피소드이다. 그는 잡지가 자리잡기 전까지 남은 책을 손수레에 담아 불태웠다. 왜 폐지로 팔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 안에 들어 있는 고귀한 자료와 글들을 어떻게 폐지로 처분할 수 있느냐고 답했다.

 

직무에 몰입이라도

 

사상계의 발행인이자, 정치가였던 고 장준하 선생이 처음 잡지를 발간할 때의 에피소드이다. 그는 잡지가 자리잡기 전까지 남은 책을 손수레에 담아 불태웠다. 왜 폐지로 팔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 안에 들어 있는 고귀한 자료와 글들을 어떻게 폐지로 처분할 수 있느냐고 답했다. 사상계는 50년 말에 태어나 60년대에는 지식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사상계 안에서 문인과 사상가들 그리고 예술가들은 자유롭게 노닐었다. 아주 작은 것 하나까지 손 떼 묻히며 사랑했고, 그 속의 인간들을 존중했던 것이다. 
「가래떡의 날」에 이동필 장관을 비롯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직원들이, 최원병 회장과 농협중앙회 직원들이 비닐 장갑을 끼고 굵은 가래떡 하나 씩을 물고 청사를 그리고 농협중앙회 본관을 히쭉거리며 걸어다니는 모습을 봤으면 농민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참으로 아쉬움이 남는 날이었다. 
남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던 말던 남은 많은 잡지들을 손수레에 싣고 끌고 가는 장준하 선생과 그 뒤에서 미는 배우자의 모습은 창피스러움이 아니라 고귀함이다. 없는 애정을 가지라고 하는 것만큼 곤혹스러운 일도 없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의 직무와 직책에 몰입하려는 자세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권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 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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