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남아메리카 등 전 세계 모든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는 보호주의의 장벽을 허물면 저성장의 기조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흘린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들이 관세라는 장벽을 뛰어 넘어 썰물처럼 흘러 나가리라 여긴다. 심지어는 거기에는 국내산 농축산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부추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 반대 급부로 밀물처럼 들어 올 외국산 제품과 농축산물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특히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농축산물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 농축산부 국정감사에서는 농해수 위원들이 외국산 축산물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미국산 뿐만 아니라 캐나다·중국·멕시코산에서도 이물질과 잔류물질이 발견됐고, 발암물질인 니트로푸란계 항생물질이 함유된 중국산 닭꼬치가 수입돼 이 중 70톤 가량이 시중에 유통됐다는 것이다.

 

발암물질 함유된 닭꼬치

 

이와 관련 식약처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106톤이 수입됐고, 이중 39톤에서 니트로푸란이 검출됨에 따라 31톤을 긴급 회수했지만 8톤이 이미 유통돼 회수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8톤은 이미 국민들의 입으로 들어갔다는 말이다.

니트로푸란이란 가축의 세균성 장염 치료제나 성장 촉진용 동물약품으로 발암성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제조와 수입이 금지된 품목이지만 결과적으로 닭꼬치에 함유돼 수입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멕시코산 쇠고기에서는 질파테롤이 검출됐다. 질파테롤은 가축의 체중을 늘리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사료에 넣는 첨가제로, 사람이 섭취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기관지가 확장되는 등의 부작용을 유발시킨다. 미국산 쇠고기에서도 지난달 24일 질파테롤이 추가 검출돼 해당 작업장에 대한 수입 중단 조치가 취해졌다.

농해수 위원들은 BSE발생국가인 캐나다산 쇠고기에서도 수입금지물질인 척추(등뼈)가 발견되고, 조직검사를 통해 SRM(특정위험물질)인 편도의 포함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소의 혀마저 수입되는 등 외국산 축산물의 안전성에 큰 문제가 발생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철저히 검사하고 관리해야 하는 당국이 그 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멍하니 바라본 당국

 

김우남 의원은 수입된 소의 혀의 경우 정부가 검역과정에서 조직검사 실시계획을 세웠다가 수입자가 반송요청을 함에 따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납탄이 발견된 호주의 해당 작업장에 대해서도 스스로 수출을 일정기간 중단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도대체 국내 검역당국은 그냥 멍하니 바라만 보았을 뿐 한 일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또 미국산의 경우 부패와 변질된 쇠고기의 수입이 2008년 이후 57건이지만 미국 작업장에 대한 수출 중단조치가 취해진 것은 단 2건에 불과한데, 정부가 수입 신고된 물량 전체에 대해 변질이 2~3회 발생하는 경우만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나머지는 부패한 해당 상자만 소각 또는 반송시켰다면서 전체 쇠고기가 부패되지 않으면 사소한 위험으로 치부하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로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분노의 화살은 어디로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 검역·검사 불합격 건수는 200882건에서 2010199, 2012년에는 334, 8월까지의 불합격 건수도 226건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자유무역협정의 범위가 넓어짊에 따른 결과이고 예상된 일이다. 외국산 축산물이 봇물 터지듯 국내에 유입됨으로 농촌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도 견디기 힘든 일이지만 저질·저급의 농축산물이 유통돼 국내 농축산물 시장을 교란하는 것은 더 이상 두고 볼 일이 아니다.

혹자는 말한다. 외국산 축산물에 문제가 발생하면 할수록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정황상으론 그렇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아니다가 정답이다. 둔갑판매에 부정유통까지 합쳐지면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혐오감의 지수는 치솟아 왔던 것이 지금까지의 현상이다.

언젠가 내가 맛있게 먹었던 닭꼬치가 암을 유발하는 니트로푸란이 함유된 것이고, 한우보다 싸서 푸짐하게 먹었던 외국산 쇠고기에 질파테론이라는 첨가제가 섞여 있었다고 알게 된 순간 소비자가 품게 된 분노의 화살은 바로 방역당국에게 날아간다.

어차피 국내 농축산인을 울리면서까지 국가 경제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없이 수입한다는 농축산물이라면 쓰레기가 아닌 안전이라도 보장된 것을 먹게 해 줘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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