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어떤 소속위원회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면 한결같이 고개를 갸웃거릴 일이 발생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의원끼리 나누는 대화를 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일이 있다.

그렇게 사사건건 싸움이요, 험한 말이 오고 가면서도 항상 이름을 부를 땐 앞에 존경하는이라는 미사여구가 쓰인다는 사실이다. 정말 존경해서 쓰는 말인지 아니면 존경해 달라는 뜻인지 늘 헷갈린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존경받지도 못하면서 자기네끼리 늘 존경한다고 떠드는 것을 보면 오금이 저린다고 그 행위에 대해 폄하하고 있는 데도 고쳐지지 않으니 말이다.

 

겉만 차용 속은 글쎄

 

영국 하원의원에서 생긴 존경하는(the honourable member)’이란 이 말은 당초 토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노를 가라앉히게 하고 예의를 갖추게 하기 위해 쓰이게 된 것이 배경이다. 어떻게 해서 우리나라에 수입됐는 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만 도용됐지 그 내용까지는 숙지되지 못한 듯하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회를 자청하면서도 하는 행동을 보면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고, 전체보다는 소수, 약자보다는 강자의 논리를 앞세우면서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이익에 불리하면 이상한 논리나 논외의 문제들을 도출해 방향을 틀어버리는 행위가 비일비재하다.

오죽하면 국민들 사이에서 국회의원도 수입해야 한다라든가 세비는 줄테니 제발 아무 일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들이 나올까. 민생을 위한 협상과 타협을 저버리거나 오히려 반대로 가는 작금의 정치 실종으로 손해 보는 것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은 10명의 동료의원들과 함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의 처벌 규정을 당초 7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자는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오히려 강화해야 할 일

 

이들이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이유는 간단하다. 현행법상 유사 위반행위에 대한 법정형의 불균형으로 형평성의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법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농수산물 품질관리법3년 이하의 징역과 비교해 볼 때 원산지 표시에 대한 국민적 감정과 원산지 표시제도의 정착이라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법정형이 과도하게 높게 규정되어 있어, 국민들의 법률에 대한 신뢰를 증진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국민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걸핏하면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달고 사는 국회의원들에게 한 번 묻고 싶다. 그렇게 국민을 위한다면 국회가,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에게 철저하게 외면 당하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말이다.

6월말 농축산부와 해수부는 전국 63만 여개 모든 음식점에서 16개 품목에 대한 원산지표시제를 본격 시행한다고 공표했다. 배달용 닭고기와 돼지고기에까지 포장에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왜 그랬을지 한 번 깊이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현장에서 국민들이 둔갑판매·부정유통에 대해 얼마나 불신을 키웠으면 정부 당국이 이렇게 움직였는 지 말이다.

지금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불량식품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 4대악으로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8월까지 MMA 수입쌀 불법유통은 사상 최대인 20kg짜리 202050포대인 4041톤이었다. ·돼지고기 등 축산물의 둔갑판매도 크게 늘었다.

농산물 원산지 표시에 따르면 원산지를 허위표기하다 적발되면 1억원 이하의 벌금이나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검찰에 송치됐다고 해도 대부분이 생계형 범죄로 분류돼 100~300만원 정도의 벌금으로 그쳤다. 국민들이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것이 최근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유이다.

 

그냥 있는 게 도움

 

이렇게 형성된 여론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의원들은 오히려 농수산물 품질관리법3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처벌 수위를 높여서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

연이은 FTA 체결 등으로 시장 개방이 가속화됨으로써 농업 소득 감소 등 농업·농촌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상반된 행동을 하는 것은 농민들의 말처럼 정신나간 짓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번 발의가 얼마나 기가 막혔으면 농민들은 호소한다.

국민을 위한다느니 농민을 생각한다느니 안해도 좋으니 의원님들 제발 아무 짓도 하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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