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에서 1987년 민영화됐지만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줄이었고, 그 때문에 무늬만 민영기업의 형태를 띠었을 뿐 효율적인 경영은 할 수 없었다. 정치가들의 지역주민 인기 영업에 따라 전국 각지에 노선을 만들고 그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으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

정년 퇴직한 스튜어디스에게까지 연금을 월 500~600만원까지 지급하도록 규정을 정한 강성 노조. 문제가 자기 재임기간 동안에 터지는 것이 무서워 개혁의 칼을 들지 않았던 경영진. 만년 풍요를 누릴 줄 알았던 그곳은 2000년 들어 경영이 악화되기 시작하면서 매년 정부에 손을 빌려 적자를 메웠다.

 

모두가 잘못 안했다고

 

그러한 방만한 경영으로 2009년 정부가 지원을 끊자 누적적자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로 다음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사원들은 말했다.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경영진의 책임이다. 경영진은 또 말했다. “정부는 수혈을 끊고, 사원들은 모두 자신들의 몫만 챙기려고 했다. 아시아 최대 항공사 JAL(Japan Airline 일본항공)의 예이다. 물론 JAL3년이 지난 지금 해피엔딩 상태이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를 도출할 때까지의 내부적 고통이 얼마나 컸는 지 그들만이 안다.

이러한 JAL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최근 축산경제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JAL의 직원들처럼 회사를 살리기 위해 15000여명이 스스로 직장을 떠날 수 있을까? 그렇게 떠난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노력해서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의기(?)가 온전히 남아 있을까?

구축협중앙회의 많은 직원들이 2000년 통합과 함께 회사를 떠났다. 누구는 자연스럽게, 누구는 분개(?)하면서 그동안 자신들 삶의 터전에서 걸어 나갔다. 살아남은 자는 안도하거나 스스로를 조소했고, 말단 직원들은 숨 막히는 분위기를 몇 년 간 겪으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축산경제대표와 노조는 자율성 확보를 위해 따로 또 같이 끊임없이 버티고 싸웠다. 2013년 현재 축산경제가 존재하게 된 배경이다. 그 과정에서 빚어진 과실은 지엽적인 문제로 넘어갈 수 있었다.

 

힘을 실어주려 해도

 

최근 농협조합장들의 특례조항폐지 움직임은 농협중앙회의 내부를 다시 2000년 통합 분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 축산이 농업의 한 가지에서 출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의 온전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따라서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독자적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성을 없애려고 하는 것은 최근 축산 외부 환경을 축산을 오염산업으로 호도하고 왜곡하는 현상에 편승하는 것으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나 외부적 충격에 대응하는 축산경제를 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잘되는 조직은 내부적으로 싸우다가도 외적 충격이 오면 즉시 싸움을 중지하고 서로 힘을 합쳐 어떻게 하면 이를 물리쳐낼까 서로 고민한다. 모래알 조직은 평상 시 화합이 잘되는 듯 하지만 위기가 닥치면 모래알처럼 사라진다. 이것이 나 하나 만이라도나하나 쯤은의 차이이다.

아무리 주장이 옳다고 해도 조직 전체가 흔들리고 뒤죽박죽되는 앞날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이와 싸우지 않으면 명분이 없다. 대표와 노조가 그렇다. 대표가 누가 되느냐는 상관없는 일이다. 축산경제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그 누구도 직()에 연연해서도 안된다.

일선축협 조합장들과 축산관련단체에서는 농협중앙회 축산경제의 자율성 유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축산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한국 축산업의 중심축이 흔들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축산경제 내부보다 외부가 더욱 간절하다.

 

롤 모델 찾을 수 없다

 

축산물 유통구조 혁신은 물론 친환경 축산 그리고 가축분뇨·무허가 축사 문제 등 현장과 정책적인 부분을 포함해 축산업은 현재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각 생산자단체들이 존재하지만 이를 풀어야 할 중심에는 농협중앙회 축산경제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그곳에서 인생의 롤 모델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쉬운 대목입니다. 게다가 농협이라는 거대한 조직이 외부로부터 줄기차게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받는 것도 아픈 일입니다.

조직의 근간이 흔들리는 이 순간에도 내부적 결속은 제쳐두고 헐뜯기 하는 행태를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한 행위가 무슨 득이 있습니까? 한 번 겪은 그 수모를 다시 당한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암담한 일입니다.”

한 축산경제 직원의 말이다.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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