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민 편집국장

농협법에서 축산경제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보장한 특례조항(特例條項)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또 다시 일고 있어 축협조합장들 뿐만 아니라 축산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몇 년 전 농협법 개정 때 시도했다 실패하자 이번엔 일부 일선농협 조합장들을 중심으로 특례조항을 삭제하자는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도대체 특례조항이 무엇인 데 2000년 농·축협 통합 이후부터 줄곧 거론돼 오고 있는 것일까. 농협 발전을 저해하는 독소조항일까? 정말 통합된 농협이 발전하지 못하는 원인일까? 통합농협에서 축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고 발전시키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특례조항을 인정했기 때문일까?

 

외풍에 휩쓸렸을 것

 

협동조합의 개혁을 주장했고, 지금도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한 협동조합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국내 축산업이 악화된 주변 상황 속에서 크게 흔들리면서도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농협중앙회 속에서 축산경제가 생존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농협 안으로 흡수된 축산이 적지만 그나마 전문성과 자율성을 갖췄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는 통합 이후 농협에서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화학적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폐지론과 정 반대되는 논리이다. 다시 말해 화학적 통합이 됐다면 축산업도 강력한 외풍에 휩쓸려 갔을 위험이 컸다는 이유이다.

이는 출범 14개월 여만에 3번 째 최고 경영자를 선임해야 했던 농협금융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첫 번째 CEO100일도 안돼, 두 번째는 1년도 안돼 사표를 썼다. 대형 전산사고도 3번 겪었다.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외부 진단을 받고 보니 생산성은 다른 금융회사의 80% 수준이었다.

CEO는 인터뷰에서 사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중앙회와의 갈등과 자유롭지 못한 경영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농협 지배구조에서는 제갈공명이 와도 안된다다고도 했다. 10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중앙회가 보장해 주지 않으면 자율경영은 꿈도 꿀 수 없으며, 대주주인 중앙회가 사사건건 간섭해 왔다는 것이다. CEO가 못견뎌 사표를 던질 지경이라면 회사가 온전히 돌아갈 일이 없다.

 

기형적 구조가 문제

 

금융회장 선임에는 회장의 의중이 폭넓게 반영되고, 조합원의 투표로 선출되는 중앙회장 입장에선 농협금융 회장을 자신이 뽑는 임명직 쯤으로 여긴다. 농협 금융의 계열 금융회사까지 중앙회가 지도·감독하는 옥상옥의 기형적인 지배구조가 농협금융 문제의 핵심이었다.

이쯤 되면 농협중앙회의 문제가 무엇인지는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다. 특례조항을 이야기하려면 농축협의 통합에서부터 10여년 간의 과정을 다시 끄집어 낼 수밖에 없지만 이는 이미 지나간 일이고, 농협발전에 더 도움이 되지 않기에 여기서는 언급할 필요 조차 느끼지 않는다.

때문에 틈만 나면 특례조항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그 뒤에 권력의 집중이라는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되묻고 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농협이 각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한 유기적 또는 기능주의를 포기하고, 체계와 상하관계를 중요시하는 구조주의로 회기하려는 흐름의 역류현상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최근 협동조합 내외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농협 내에서 벌어지는 회장과 대표의 불협화음이 원인은 아닐까?’ 하는 의혹도, 또 이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불똥이 애매한 특례조항으로 옮겨 붙었기 때문이다.

농협법 132조의 특례조항은 농협 내에서 유일하게 축산경제대표는 일선축협 조합장대표자 회의에서 추천받아 총회에서 선출된다고 되어 있다. 이는 중앙회장과 마찬가지로 축산경제대표도 선출직이기 때문에 업무에 관한 한 중앙회장의 지시를 받기는 하지만 자율권이 보장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회장의 뜻에 반한다고 마음대로 옷을 벗길 수 없다는 뜻이다.

 

불협화음 때문인가?

 

일선축협 조합장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서는 이유는 이러한 자율권이 없어지면 그동안 쌓아 왔던 축산업의 중심축이 축산인과 농민들의 뜻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은 일선축협의 뜻이 축산경제대표를 통해 반영되고 나름대로 축산업 환경대처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왔지만 그것도 힘들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통합 이후 지역 농협과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효율적이고 건전한 협력관계를 위해 농·축협 사업의 사전조율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지만 변한 것이 없다는 불만이 많았다. 지금 축협조합장들은 만일 특례조항이 없어지게 되면 가장 먼저 변하게 될 상황이 1045개 농협과 142개 축협이 모든 사항을 다수결로 처리하게 되므로써 항상 소수의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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