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규 호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 연구관

예로부터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는 말이 있다. 사랑스런 자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가족 중 누군가의 모습을 자식 안에서 볼 수 있다. 전문용어로 이를 회귀라고 하며, 이러한 현상학적인 관점을 학문적인 분야로 정립한 학문이 육종학이다.

유적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닮는다는 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생물체내의 유전자가 비슷해 생산되는 단백질도 비슷하고 결국 이것은 외형적으로도 비슷한 개체를 만들어낸다는 의미가 된다.

 

열성없애고 우성강화

 

이러한 유전학적 원리에 수리적인 부분과 통계학적인 기법을 적용해 좋은 종자를 뽑아 후대를 이어가고 나쁜 종자의 비율은 줄여가는 것이 가축에서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거나 또는 더 좋은 종자를 만들어내는 원리가 된다.

돼지에서도 이러한 원리는 그대로 적용이 된다. 3040여 년 전만 해도 집에서 기르는 한두 마리의 어미돼지가 집안의 큰 재산이었으며, 어미돼지가 새끼를 낳는 시기가 되면 부모님들이 밤잠을 설치며 돼지우리를 왔다 갔다 하셨다. 그 당시의 돼지는 새끼수도 적고, 자라는 속도도 현재의 돼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

여기에는 시설, 사료, 관리와 같은 다양한 차이도 있었지만, 체계적인 육종을 기반으로 한 개량 또한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제 이러한 돼지들이 규모의 확대를 통한 다두사육, 그리고 발전된 학문의 접목을 통해 예전과는 다르게 생산량이 현저하게 높은 돼지로 진화하고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형 종돈 개발

 

국립축산과학원에서도 다양한 영양·사양 기술, 육종기술 등을 결합해 고기 맛도 좋고 생산성도 좋은 한국형 종돈 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국립축산과학원에는 축진랜드축진요크라는 어미돼지로 쓰이는 씨돼지를 개발해 씨돼지 생산농장에 보급한 바 있으며, 아비돼지로 쓰이는 축진듀록이라는 씨돼지를 개발해 인공수정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돼지인공수정센터에 2007년부터 현재까지 700여두를 보급하고 이들의 정액을 농가에서 활용하고 있다.

 

재래돼지 복원

 

축진듀록의 경우 국내 환경에 적응한 청정돈으로서 농장에서 많은 문제가 되는 돼지만성소모성질환이나, 물퇘지 고기 생산 유전자를 제거한 씨돼지로서 수요자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고유 유전자원인 재래돼지를 복원해 현재 유지·보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유전자원을 이용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현재 양돈농가는 세계화와 개방화에 따라 많은 고민과 근심을 안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양돈 산업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생산비 절감과 차별화가 큰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생산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료를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하는 현실에서 생산비 절감 부분은 그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수입 돼지고기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의 품질고급화 및 차별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새 패러다임 직면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고, 소득이 높아지고, 어느 정도 먹거리가 해결된 시점에서, 이제 단순한 생산량 증대를 위한 돼지의 진화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안전한 먹거리를 선호하는 소비자, 동물복지, 친환경 양돈 산업, 갈수록 더해가는 지구 온난화, 물과 사료의 부족,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아직도 기아에 허덕이는 국가들... 이러한 다차원적인 문제들에 대해 정답을 제시할 순 없지만 국립축산과학원뿐만 아니라 생산자, 소비자들의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