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에는 오리고기를”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오리고기는 그렇게 보편적이거나 인기 있는 메뉴는 아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오리고기 소비가 급증하면서 국내 오리 산업은 농림업 생산액 7위 품목에 오르는 등 날개를 달았다. 20011kg에 불과했던 1인당 소비량은 10년 사이 약 3kg으로 세 배 넘게 증가하였고, 총 생산액은 2011년에 14천억 원에 육박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큰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의 오리고기 소비는 다른 육류에 비해서는 상당히 미흡한 수준으로 1인당 소비량은 돼지고기의 약 1/6, 닭고기의 1/3에 불과하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오리 산업 성장의 잠재력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오리고기는 우수한 식품

오리고기는 닭고기 같은 백색육의 영양학적 장점과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가진 적색육 특유의 풍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우수한 식품이다. 높은 불포화지방산 함량 등 오리고기가 가진 영양적 특징을 비롯해 전통의학 관점에서의 효능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홍보가 되어왔다. 그 덕분에 오리고기는 소비자들로부터 보양식으로서 인정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여러가지 메뉴가 개발되고 훈제오리나 가공제품 판매도 증가하여 우리 생활 속에서 점점 더 친숙해져 가고 있다. 과거에 오리고기는 잡냄새나 기름기에 대한 선입견으로 인해 꺼리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이러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고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하여 오리고기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어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아시아인들 즐겨먹어

, 돼지 및 양고기는 종교적, 역사적,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소비되는 지역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닭고기나 달걀의 소비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이에 반해 같은 가금(家禽)류인 오리의 생산과 소비는 대부분이 아시아 지역에 편중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세계 오리 생산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오리를 많이 키우고 있다. 사실 오리는 고대 이집트나 로마제국 시대부터 사육되었고 중세 유럽에서도 고기, , 털 및 기름 등을 제공하는 유용한 동물로 사람들과 함께 해왔다. 하지만 현재에는 아시아를 제외한 지역의 오리 사육은 매우 저조하다. 그나마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대륙의 오리 생산이 아시아 뒤를 따르고 있지만 생산량으로 보면 아시아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다양한 연구도 필수

이러한 현실이다 보니 오리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세계적으로 닭에 비해 극소수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해 브라질에서 개최된 가금 분야 최대의 국제 학술행사인 세계가금학회에서는 약 920편의 가금 연구 논문들이 발표되었으나, 오리를 주제로 한 논문은 10여 편에 불과하여 편중된 오리 산업과 연구의 현실을 반영한 바 있다. 업계와 학계의 상호보완적 관계가 활성화되어야 산업과 학문이 모두 발전하는데 산업의 지역적 편중으로 동반 성장이 미흡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최근 급성장한 오리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오리 연구 인력과 시설을 확충하고 오리의 사료영양, 오리고기 가공과 제품 개발, 오리 사육시설 등 다양한 분야의 관련 연구를 추진 중이다.

 

재 비상(飛上)을 위해

최근 국내 경기 불황 장기화로 인한 소비 부진, 축산물 가격 하락과 생산비 증가 등 농가 경영성 악화로 축산농가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는 오리 사육농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직은 시간이 있지만 협상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시 국내 오리 산업이 받을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국내산 오리고기의 품질 향상, 품목 다양화와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소비자에게 한발 더 다가가고자 노력한다면 미래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 또한 국내산 오리고기의 우수한 품질과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국가별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여 아시아는 물론 세계 각국에 수출시장을 개척한다면 지금의 고비를 극복하고 재 비상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일찍 찾아온 올 여름의 무더위는 매년 그렇듯 올해에도 그 기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는 오리고기가 몸 안에 쌓인 독을 풀어주고 오장육부의 기능을 고르게 해 속을 편안하게 하며, 특히 여름철에 열을 내려 기운을 보강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올 여름 삼복더위를 극복할 보양식으로 오리고기를 선택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연중 어느 때든지 자주 오리고기를 찾아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