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농가 무너지면 미래도 없다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소규모 농가들의 폐업과 도산은 그동안 이들이 송아지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송아지 수급과 안정적인 한우산업 기반유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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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수 농협 한우사업조합장협의회장(양평축협조합장)한우산업은 사육두수의 과잉과 부족이 반복되는 불안한 여건 속에 농가 소득이 안정되지 못하면서 한우농가들은 큰 혼란을 겪어왔다면서 한번 무너진 생산기반을 재건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등 그동안의 한우 비프사이클을 반추해 볼 때 한우산업은 수년이내 무너진 암소 기반 복원과 송아지 공급난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암소 사육농가들의 사육의지 그리고 소규모 농가들의 폐업 가속화의 영향으로 한우 가임암소두수는 2015100만두 이하로 급락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GS&J 인스티튜트 조영득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암소 도축두수가 더욱 증가하고 송아지생산두수가 급격히 감소해 가임암소두수는 올 12113만두, 내년 12월에는 107만두, 2015년에는 98만두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 연구위원에 따르면 특히 암소사육두수 감소가 생물학적 관성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가임암소두수가 2017년에는 80만두 수준까지 감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규모화·전업화 속에 오히려 역차별

한우산업의 불황의 골이 영세 농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번식우 농가들에게 더욱 깊이 드리워지고 있는 현실은 최근 통계 조사결과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축산물생산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번식우 마리당 순수익은 -1424000원으로 전년대비 32.9% 하락했다. 적자폭이 이처럼 커진 데는 지난해까지 전국평균 고용농업노임을 적용하다 2012년부터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의 평균 노임(시간당 13096)을 적용해 자가노동비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료값 등 생산비는 상승한 반면 송아지 산지가격은 크게 하락해 수익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쿼터제가 시행되고 있는 우유를 제외한 전 축종에 걸친 수급 불균형과 사료값 상승 등 경영 압박을 개선하기 위해 조사료와 사료용 볏짚의 장거리 유통비 지원사업에 이어 올해 농가사료특별구매자금 등의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자금력이 있는 대규모 농가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용현 전국한우협회 전북도지회장은 전국에서 각 도별로 규모화·전업화로 소 사육두수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수입조사료 쿼터 감소, 벼 재배면적 축소에 따라 조사료 수급난이 더욱 심화하면서 영세농가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합사료뿐만 아니라 볏짚 등 조사료 역시 대량 구매가 필요로 한 대규모 농가들이 관외 반출되는 조사료와 생볏짚 유통비(지난해) 지원을 적용받는 대신 관내 영세한 농가들은 물량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등으로 오히려 역차별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파종한 동계작물의 냉해피해가 심각해 실제 수확량이 30% 이상 감소한 가운데 조사료 수요는 크게 늘면서 김제지역만 해도 지난해 4000(1200)21만원 하던 필지당 볏짚 가격이 수확철이 오기도 전에 25만원 수준까지 뛰었다. 싼 가격에 볏짚을 구해 암소를 먹여 키우던 소규모 번식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효율성’‘비용중시하는 산업적 농업의 희생양

WTODDA 협상에 따른 수입 개방에 대응해 정부는 규모화·전업화를 통한 비용절감을 국내 축산업 경쟁력 제고의 핵심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값싼 수입축산물의 범람 그리고 규모화의 이면에 나타난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등 가축당 마진이 줄면서 농가들은 경영 규모를 더욱 키워 이를 보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결국 규모화·전업화의 확산으로 호당 사육두수는 늘어났지만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라 생산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등 당초 목표와는 큰 거리가 있었다. 반면 상시적인 공급과잉 등 수급 불균형과 질병 발생, 환경 오염원 증가 그리고 소규모 농가가 산업에서 내몰리는 등 규모화의 효과는 일시적이었을 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최근에는 효율성과 비용을 중심에 둔 산업적 농업이 가져온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높아지면서 소형 농가의 중요성과 이들을 배려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이 함께 대두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축산업, 특히 송아지를 생산·공급하며 한우산업을 유지해온 소규모 번식농가의 경우 산업의 매우 중요한 초석으로 이들을 배제하거나 무시하거나 단념해서는 않되며 발전계획안에 포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우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 대규모 사육농가들은 정부의 각종 정책 대상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실제 땅과 자원을 보호하며 생산하는 농가와 목장은 주목하지 않고 있다면서 농가가 땅과 산업에 대한 지식과 애정을 상실하면 향후 지속가능한 생산은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사육의향 회복 급선무

업계에선 극도로 위축·냉각된 소규모 번식농가들의 사육의향을 회복하는 것이 이들의 연쇄 폐업과 도산을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기업형 축산농가에 대해선 정부 정책에서 제외해 더 이상의 수급불균형에 따른 피해를 막고 반면 영세 농가를 대상으로 차별적인 정책을 마련해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에는 한우산업의 현안으로 줄기차게 대두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송아지생산안정제도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정된 정부 예산 그리고 송아지생산안정제도의 양면성으로 제기되고 있는 생산 장려 등을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송아지를 직접 거래하는 번식농가만이라도 적용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정민국 농촌경제연구원 FTA피해보전지원센터장은 송아지생산안정제도의 취지가 한우 번식기반을 보호하는데 있다면 번식농가의 실제 거래를 반영하는 부분에 대해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규모화된 농가가 일관사육해 출하하는 형태를 제외한 우시장과 농가간 실질적 거래가 2012년 약 20만두로 집계된 만큼 이들 농가에게 보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FTA 피해보전직접지불금 지원 대상으로 한우와 송아지가 선정된 가운데 이를 현실화하거나 소규모 농가에 차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강종기 전국한우협회 이사는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한미 FTA 1년 피해보전 어떻게 할 것인가토론회에서 정부는 피해규모보다 턱없이 모자라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피해 당사자 입장에서 개선해야 한다면서 특히 대농가들에게 피해보전금이 집중되지 않도록 규모별로 피해보전금액을 차등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농가를 대상으로 한 지원 장치 강화, 규모에 따른 차등 지원은 자칫 농가간 형평성으로 또다른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산업 구성원간의 상호 이해와 동의를 바탕으로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2009년 구제역 발생 당시 대형 농장에 대한 살처분 과다 지급이 문제로 부상하면서 한우협회는 300두 이상 대형 사육농가에 대한 보상금 제한 등을 이사회에서 의결한 바 있는 등 영세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정책의 차등 지원은 농가들의 동의를 통해 현실적으로 큰 충돌없이 실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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