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산업 지탱해 온 개미군단 이대로 버려둘 건가

농사짓고 밭일하며 틈틈이 송아지를 내어온 30~40년 지기 소규모 한우 번식농가들이 더 이상 희망도 의지할 곳도 없다며 사육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산업을 한번 포기한 농가들이 다시 재기하는 것은 더욱 어렵기에 당장에 손을 쓰지 않으면 장차 한우산업에 큰 불안요인이 될 것이 자명합니다.”

충남 보령에서 농가들의 인공수정과 각종 컨설팅을 맡고 있는 박종혁 달구지인공수정소장의 말이다. 보령축협에서 한우전문컨설턴트로 수년간 활동하다 개업한 박 소장이 전하는 소규모 영세 한우농가들의 폐업과 도산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박 소장은 “1997IMF2000년 쇠고기와 생우시장 개방 등 한우산업의 큰 고비에도 이같은 (폐업)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면서 한우업계와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소규모 농가들의 도산과 폐업은 가속화 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파장은 한우산업에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줄었길래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도 가축사육통계 동향에 따르면 한육우 사육두수는 2년 전인 20111/4분기 2881408두였으나 20131/4분기 현재 2966384두로 늘었다. 이 가운데 한육우 사육농가수는 141928호로 2년 전 171092호에서 3만호가 줄면서 호당 사육마릿수는 20.9두로 2년 전(16.8)에 비해 4.1마리가 증가했다.

한우농가의 규모화·전업화가 진척됐다는 분석이지만 반면, 무려 3만호에 달하는 농가의 폐업이 대부분 소규모 영세 농가들에게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11/4분기 당시 20두 미만 한육우 가구수는 133796호에서 20131/4분기 현재 103575두로 줄었다. 100두 이상 농가가 2년 전 4195호에서 5380호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폐업의향 여전히 높아

그러나 현재 한우사육두수 과잉이 지속되면서 향후 소 값과 송아지 가격이 반등할 수 있는 요인과 기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향후 소규모 농가들의 폐업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계절번식으로 인공정액 공급량이 크게 늘어나는 하절기에도 불구하고 암소도축 증가와 폐업, 사육포기 등의 영향으로 암소수정율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종축개량협회가 집계한 한우 정액 혈통증명 발급 현황에 따르면 1~4월 한우 정액 판매량은 전년 동기간 522000스트로 보다 12.3%감소했고, 평년(565000스트로) 보다 18.9%나 감소했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서 최근 현장에서 체감하는 인공수정실적은 예년에 비해 20~30%이상 급감했다는 게 현장 인공수정사들의 전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농업관측센터 표본농가를 대상으로 한 폐업 의향 조사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57일부터 13일까지 600여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향후 1~2년 한우를 폐업하겠다는 농가는 42농가, 6.9%에 달했다. 최근 FTA 피해보전 및 폐업지원과 관련한 농가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폐업의향 역시 높게 나타났다.

번식농가 불안감 악순환

20두 미만의 소규모 영세농가들의 폐업이 이처럼 가속화하고 있는 데는 수급조절 실패 등 사육두수 과잉으로 미래 한우산업에 대한 불안심리가 높아지면서 입식 수요는 냉각된 가운데 번식농가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송아지생산안정제마저 사실상 가동이 중단되면서 이를 더욱 상승시켰다는 분석이다.

한우고기 소비를 지나치게 낙관했던 전 정부 초기시절 자급률 제고에 대한 기대와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쇠고기이력추적제 등 각종 한우산업의 정책 사업이 효과를 발휘하며 가격 호황을 누리면서 농가마다 입식을 늘리고 한우사육으로의 전업이 늘어나는 등 사육두수는 크게불어 났지만 결국 소비 진작의 확실한 대안 없이 공급 확대가 지속되면서 한우농가들은 수급조절 실패의 뼈아픈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편하고 아픈 진실은 사육두수 과잉에 대한 피해는 이같은 상황이 초래된 책임과는 전혀 무관한 소규모 영세 한우농가들이 떠안아 현장에서 내몰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우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각국과의 FTA 체결 등 수입개방화 물결로 규모화·대형화를 통한 비용절감이 경쟁력으로 인식되면서 영세한 소형 농가들의 폐업이 자연스런 사안으로 간주돼 왔다면서 그러나 소규모 영세한 번식농가들이 송아지생산지 역할을 수행하며 산업을 지탱해온 역사를 반추해 볼 때 지속가능한 한우산업 발전을 위한 이들의 위치와 역할을 존속 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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