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농가 오랜 숙원

정부는 올 하반기에 일반 정육점에서 한 가지의 인허가만으로 즉석 육가공품 판매가 가능하도록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사실 이 개정은 지난해 11월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돼지고기 소비 활성화를 위한 식육 가공품 제조·유통 활성화방안을 마련한 데서 비롯돼 올 2월까지 완료키로 한 것이지만 일정 차질로 뒤로 미뤄졌다.

식육 가공품 판매는 한돈협회를 비롯 양돈농가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양돈산업의 수급조절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100kg짜리 돼지 한 마리를 잡으면 삼겹살은 약 10kg 정도 얻을 수 있는 반면 국내 소비가 삼겹살에 집중되다 보니 나머지 저지방 부위에 대한 적체현상이 심화돼 전체 양돈산업의 왜곡현상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일본 등 축산 선진국에서는 고단백 저지방인 등심과 안심, 뒷다리살을 즐기고, 이들을 원료로 만든 햄과 소시지를 많이 먹는 게 국민 건강에도 좋다고 인식하고 또 그렇게 소비한다.

특히 육가공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삼겹살과 뒷다리살의 가격 차이가 거의 2배에 가깝게 나타나는 데 뒷다리살을 활용해 햄·소시지를 만들게 되면 거의 6배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부가가치 측면에서 접근한다. 식육 가공품 판매업이 활성화되면 지역에 따라서는 고급의 수제품이 나올 수도 있고, 돼지고기 소비도 국민 1인당 2kg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시설기준을 갖춘 업소가 3~5년 내 4000여개가 될 것이며, 소비율도 현재 8.5%에서 일본 수준인 13.7%로 증가하고, 부가적으로 선호부위 소비량은 23.9% 감소하면서 가격도 68~84%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으쓱일 이유 없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의 산업연관분석을 이용한 한국 축산업의 구조변화 분석에 따르면 20년간 축산업은 꾸준히 성장해 2010년 축산업의 총 생산액은 167200억원으로 1990년에 비해 91.2% 증가했다. 201120122년 만 놓고 봐도 1718조원에 이른다.

대다수의 축산인들은 축산업의 성장을 비약적인 발전이요, 농업 생산액 중 42%를 차지하며, 10대 생산품목 중 쌀을 제외하고 2위에서 5·6위까지 전 축종이 차지한다고 으쓱인다.

그러나 축산업의 부가가치율을 보면 할 말이 없다. 2010년 기준으로 낙농이 42.3%, 육우가 30.1%, 양돈이 23.5%로 농림수산물의 64%와 비교해 보면 아마도 그런 말은 쏙 들어갈 것이다. 여기에 전체 산업 평균인 36.9%에 비교해도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 유발효과를 보면 축산업이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축산업과 축산연관산업의 생산유발 효과와 취업유발효과가 높다는 것은 이들 산업의 영향이 전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을, 국민경제에서 중요산업으로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축산연관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시설투자와 기술개발의 확대 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다.

 

현장에 맞는 교육

 

일반 정육매장에서의 식육 가공품 판매에 대해 축산 관계자들과 정육매장 점주들은 일단 환영일색이다. 삼겹살, 목살, 갈비 등 구이용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것에서 가공식품을 판매하게 되면 구이 편중 소비를 해소하는 동시에 저지방부위의 소비촉진을 불러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공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늘어나면 대일 수출 당시처럼 부위별 수급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러나 소규모 매장 점주들의 경우 시설의 추가 설치 등의 측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즉석 판매제조가공업을 하기 위해서는 즉석 판매제조가공 이외 용도로 사용되는 시설을 분리하거나 구획해야 하고, 기계·기구류 등이 설치된 제조가공실을 둬야 하는 등 추가 부지와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축의 경우 업소 당 4~10억원, 개보수의 경우 7000~8000만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소시지 등은 제조과정에서 고기를 분쇄해야 하는 데 원산지 표시 위반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있어 이를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농협중앙회 축산물위생교육원의 즉석 육가공품 제조과정 교육의 실시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교육원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제가 돼야 할 위생, 그동안 현장에서 발생됐던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소형화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제품의 제조 방법은 물론 상품화된 후의 보관과 위생에 대한 교육을 현장 위주로 실시한다는 것이다.

소형 점포의 경영 상태까지 고려해 300~500만원이면 설치가 가능하면서 비용부담을 최소화시킨다는 것이 교육의 골자이다. 시작부터 식품사고등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가 묻어 있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