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1.

오래 전 일이다. A는 산골에서 서울로 유학 온 대학생이다. 당시 군바리(?)가 극성이던 때여서 휴교를 밥 먹듯이 해 빈둥거리기 일쑤였다. 매일 라디오나 TV에서는 간첩이니 반체제운동을 하는 학생들을 발본색원한다는 뉴스로 도배하다 시피 했다.

A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소위 의식화된 학생도 아니었지만 쉬는 날이 많다 보니 용돈도 궁한 상태였다. 일단은 산골에 계신 어머님이 자신을 걱정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펜을 들었다. 차마 용돈에 대한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님 전상서(중략)요즘 교정에는 군인들이 들어오고, 잦은 휴교로 강의를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정국이 저희를 혼란스럽게 하는 등 시절이 하수상합니다. 그런 와중에 저는 잘 있지만 모든 것이 어렵네요.(하략)

몇 일이 지나지 않아 어머니로부터 편지와 얼마 간의 돈이 동봉돼 왔다. 어머니의 답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요즘 얼마나 힘이 드니? 정국이란 애가 너를 얼마나 못살게 구는 지 생각하면 이 어미는 가슴이 메이는구나. 게다가 시절이라는 녀석은 또 누군데 네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니? 여기 얼마 간의 돈을 보내니 그들과 잘 지내거라. 필요하면 이 에미가 올라가마.”

A는 자신의 수준에서 되도록 고급스러운 문체를 사용해 지금 자신의 상황을 그럴 듯 하게 포장했지만 어머니는 무슨 말인 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이기 때문에 그 입장에서 생각해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지식의 격차가 큰 타인이었다면 어땠을까? 이 사람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 오히려 화를 내지 않았을까? 아니면 무시했던가.

 

# 장면 2.

BC는 사사건건 말다툼을 하는 사이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노라면 언제나 CB를 무시하는 듯하다. 싸움의 빌미는 항상 C가 제공한다. 때문에 B는 대화의 처음부터 언성을 높인다.

B : 아니 어제 회의가 있는 걸 왜 알려주지 않았는데?

C : 아 깜박했다. 미안.

그런데 사실 C는 그 전에 부장에게 회의가 있으니 부원들에게 고지하라고 했지만 다른 부원들에게는 일일이 전하면서 B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했다. 때문에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B는 부장에게 꾸지람을 들은 상태이다. 그래서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는 말로는 미안하다고 표현하지만 태연하다.

B : 어떻게 매번 그럴 수가 있는 거지? 너무 심한거 아냐?

C : 아냐. 난 이사람 저사람에게 고지하면서 네게도 말했는 줄 알았어. 내용은 다 알잖아.

화가 풀리지 않은 B에게 C는 또 한마디 한다.

C : 사람이 실수도 하는 거지 뭘 그래. 미안하다. 이해심이 넓은 네가 이해해라. 이제 그만 화 풀어라.

말 그대로 B는 건건히 따지는 성격이 아니어서 항상 C에게 당하는 쪽이다. 그런데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CB의 사람됨을 대화의 기술을 통해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다. 상대방을 띄워주면서 화제를 끝내 버린다. B가 할 말을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 장면 3.

농림축산식품부가 한·FTA 피해보전직불금과 폐업 지원금 지원 품목에 한우와 한우송아지를 포함시켰다. 관세 하락에 대한 쇠고기 수입 증가의 2차 피해 대상인 송아지 생산농가도 포함됐다는 점에서 한우농가와 업계가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반발이 거세다.

피해액을 정하는 지원위원회가 3차례나 열리는 동안 한우산업을 대표하는 한우협회가 배제된 상태에서 결정된 절차상의 문제와 정부의 산출방법에 의하면 생산비는커녕, 경영비조차 보전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정부는 한우와 한우송아지를 포함시키면서 환영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우농가들은 우리가 거지냐며 강한 모멸감을 내비치고 있다. 산출 방식도 너무 어려워 농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어떻게 계산되는 지 머리만 복잡하다. 설명하기 어려워서 지원위원회에 배석시키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그 어려운 산출을 해 줄테니 고마워하라는 의미인가?

 

# 장면 4.

박근혜 대통령이 유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밑에서는 단계 축소를 위한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그 와중에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직거래. 농림축산식품부도 직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농식품 유통의 전문가들이나 일선조합 유통관계자들은 직거래가 대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직거래는 말처럼 쉽게 소비자가 생산지에 가서 농축산물을 구입하거나, 생산자가 소비지에 와서 판매함으로써 비용을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다. 수송과 보관 그리고 대금정산 등 유통 참여자에 의해 수행되는 모든 것들을 고려할 때 이런 개별화된 직거래는 오히려 유통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통은 좋은 말이다. 위와 아래, 옆과 옆이 물 흐르듯 화합해 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시하거나, 함께 고민하지 않거나, 쏠림현상을 가지면 소통은 불통이 된다. 소통과 불통은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관련 공무원들의 얼굴이 바뀌었다. 긍정적인 면을 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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