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최근 축산업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데 이를 외면하고 축산농가와 상생의 의지가 없는 배합사료업체를 강력 규탄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가격을 올린 사료업체들은 가격을 원상태로 돌리라는 내용이다.

축단협은 326인상 철회’ 1차 성명과 410강력 경고’ 2차 성명을 발표하면서 전국 축산인이 동참하는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축종의 농가들이 생산비 조차 건지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 데 사료업체들은 아무런 상생의 노력이 없다는 것이 기자회견의 골자였다.

내 어려움 알아 달라?

10일까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전국 축산농가의 뜻을 모아 강력한 정부 차원의 대책 수립을 요청하겠다고도 했다.

축단협이 영리업체인 사료업체들을 대상으로 내놓은 성명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말로 표현하긴 좀 뭐하지만 투정으로 들리기도 하고, ‘협박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면 내 입장이 지금 어려운데 너희들도 너희들만의 어려움을 내세워 이익을 남기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료업체들의 사료값 인상과 관련 생산자단체들이 성명을 내고 격앙되고, 분노하면서 불만을 표출하는 이러한 행태가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인가. 성명도 자주 내면 값어치가 떨어지고, 그 내용도 진부해 질 뿐만 아니라 투정으로 비춰진다.

다행히 축단협의 이런 움직임에 몇 몇 사료업체들은 검토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상한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생각해 보겠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동안 시간은 흘러 갈테니까. 시간을 두고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의미 외에 얻은 것이 없다.

엄밀히 따지면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남의 재산의 손익을 제3자의 입장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사료업체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지금 사료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는 것은 농협사료가 가격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지 생산자 단체들의 항의나 성명 때문이 아니다.

순박하다 못해 바보

정해 놓은 시한이 지나면서 축단협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가격 담합을 제소하겠다고 했고, 품질검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 사료업체들에 대한 생산자단체들의 가격에 대한 불만 표출을 짚어보면 순박하다 못해 바보(?)같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정상적인 생산자와 소비자의 입장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축산농가들은 사료값 인상에 초점을 맞춘다. 한참 성토하다가 인상되지 않으면 자신들의 의견이 관철됐다고 안도한다. 그리고 이전의 품질과 현재의 품질이 얼마나 차이가 발생했는 지 알기까지에는 꽤 오련 시간이 걸린다. 뭔가 이상하다. 180일에 출하하던 돼지를 190일까지 키워야 하고, 한우고기의 품질도 이전 같지 않은 것이 궁금하다. 체중이 이전처럼 불어나지 않는다. 등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배합비를 보면 달라진 것도 없다. 그렇다고 소나 돼지나 닭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옥수수도 대두박도 그 밖의 사료곡물에도 품질이 다르고, 그에 따른 효과도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도 금방 잊는다. 가격이 오르지 않았으니까. 사료업체들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체들이다. 거짓말 중 으뜸은 장사꾼이 손해 봤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인상 요인이 발생했는 데 인상하지 못하게 하면 당연히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예상하지 못하면 그게 바보(?)이다.

FMD가 발생하고 돼지 마리수가 줄어들면서 그냥 암퇘지를 종돈으로 활용하는 ‘F2’라는 용어가 생겼다. 미발생 지역에서는 소위 대박이 났다. 돼지고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한달 수익으로 1년 수익을 벌어 들였다. 품질은 둘째 문제였다. 소비자의 마음도 뒷전이었다. 외국산 돼지고기 수입의 물꼬가 터졌다. 그 결과 품질이 떨어진 국내산 돼지고기를 구입하던 소비자들의 마음도 외국산으로 돌았다. 고품질의 국내산 돼지고기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결국엔 농가만 손실

품질이 떨어지면 그 손실은 농가가 보게 되어 있다. 무작정 인상을 인위적으로 억제시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한 사료회사는 가격 인상 때는 자신들과 계약한 영농조합법인과 논의한다. 이번에도 인상했지만 반발이 없다. 영농조합법인 참여농가에게 물어봤다. 그는 만족한다고 한다. 왜냐 인상할 요인이 있고 인상된 만큼 사료의 품질은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자단체들은 매번 사료값 인상 반대만 할 일이 아니다. 지불하는 가격에 맞는 원료곡물을 사용하고 있는 지, 사료업체들끼리 가격 담합을 하고 있는 지를 파고 들어가야 한다. 생필품 이나 공산품 가격이 인상될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유독 사료업체에게는 이상한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된다.

정부에 기대고, 압력과 투정이나 협박으로 될 문제가 아니다. 생산자단체들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올려야 할 요인이 생기면 왜 그런지 원인을 찾아 인정해 주고, 내려야 할 때는 반드시 조속히 내려야 하는 연동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상거래는 도덕적으로 인위적으로 감정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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