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소득 안정 기여…계열업체와의 분쟁도

축산업의 계열화는 1990년부터 육계산업과 양돈산업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현재 닭고기의 약90%, 돼지고기의 20%가 계열업체에서 생산되고 있다.

축산계열화는 그동안 축산농가의 소득안정과 축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생산요소의 품질문제와 평가방식을 둘러싸고 농가와 계열업체의 분쟁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축산농가와 축산계열화 사업자 간 공정한 거래와 상호협력 관계를 도모할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222일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이하 축산계열화법)을 제정하고 지난달 23일 시행에 들어갔다.

축산계열화법은 축산농가와 축산계열화사업자 간의 공정한 거래질서 정착을 위해 상호 거래과정에서 준수해야할 사항과, 축산계열화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시정초치 및 과태료 부과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농가와 계열사 간 가장 민감한 부분인 사육자재의 품질기준 등에 대한 세부내용은 향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고시에 담길 계획으로 양측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축산계열화법이 농가와 계열사 상호 간 갈등을 줄이고 상생·협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법이 제정됐다고 모든 갈등과 분쟁이 해결돼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축산계열화법은 공평하고 올바른 축산계열화를 위한 하나의 계기나 조건이 될 뿐이다.

우리나라 축산계열화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축산계열화법 시행에 따른 업계 반응 및 계열화사업의 발전 방향 등을 조명해 본다.

 

  

계열사 부도나면 농가 줄도산

 

사료 원료 원산지 따라 달라

농가 피해 땐 조정 방법 없어

상호 신뢰 부족 계약 파기 빈번

계열사 안정적 판매처 확보를

 

 

육 계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축산계열화 평가와 발전방안발표 자료를 통해 육계계열화 발전 과정에서 종계생산성에 대한 계열사의 투자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종계 생산성 부분을 사실상 그대로 방치한 결과 병아리 품질이 계약사육농가와 계열업체 간 분쟁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사료 원료들의 원산지나 작황에 따라 품질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료 품질이 균일하지 않다는 점도 농가와 계열사 간 빈번한 분쟁의 소지가 되고 있다.

위탁사육계약서에 대한 농가들의 불만도 높다. 계약서에 병아리 및 사료품질에 대한 보장이 없으며 위탁 사육수수료가 낮고, 약품비·깔짚비 등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사료·병아리 등 주재료의 품질 저하로 인해 농가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조정 또는 해결방법에 대한 관련 규정이 없다. 계열사가 파산할 경우 이에 대한 대비책도 전무하다.

생계 위주의 닭고기 원가 가격결정 구조 또한 문제다. 계열업체와 대리점, 대형할인점과의 계약은 시세연동 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외식업체와의 계약은 고정가격으로 계약을 맺고 있다.

유통업체(대리점, 대형할인점)의 경우 당일 거래가격은 전주시세 평균가격을 이용하고 있다. 농가와 계열사의 계약가격은 대한양계협회 고시 가격 기준으로, 계열사와 유통업체와의 계약가격은 한국계육협회 고시 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농협 발표가격은 농가와 업체(계열사, 유사 인티 등)와의 실거래 가격의 성격을 띠고 있다.

특히 도계육의 공장도 가격은 생닭사육비에 도계가공 비용과 기업이윤을 고려해 결정돼야 하지만 현재 국내 도계육 가격은 별도의 생닭가격(양계협회)이 존재해 산지의 생닭가격을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어 도계육공급자와 수요자 간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

 

양 돈

계열사가 계열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비육위탁 농장 확보 문제다. 국내에 중·소규모의 육가공업체가 많은데다 대규모의 개별 농가들이 2사이트 체제로 사육방식을 전환하면서 비육위탁 농장이 부족한 실정이다.

비육위탁 사육농장 부족과 더불어 농장의 영세성과 사육 시설의 노후화도 계열사의 계열화 추진에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시설 개선 자금을 농가에 지원하고 있지만 농가의 담보능력 부족으로 자금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 농가의 사육시설 개선을 위해 계열사가 담보를 제공할 경우 계열화 사업 확대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돼지 폐사가 발생할 경우 계열사와 농가의 분쟁 발생 소지가 된다. 농가 입장에서는 자돈과 사료의 저품질이 폐사의 원인이라고 주장할 수 있고, 계열사 입장에서는 사양관리 미비, 시설 노후화, 농가의 기회주의적인 행동 등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특히 시장가격이 상승하거나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매입자가 나타날 경우 계열사와 농가 간 계약 파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계열사가 자돈 및 사료 등 생산요소를 적기에 공급하지 않아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도 있다.

계열사가 지속적으로 계열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육의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해야 한다. 규모가 큰 계열사는 시장에서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육을 생산해 대형 할인점과 안정적인 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자체 직매장을 개설해 계열화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영세 계열업체의 경우 자제 매장 확보에 투자할 여력이 없거나 대형 할인점과의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다.

계열농가를 포함한 우리나라 양돈농가의 생산성(MSY)은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생산성 저하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부분이 시설의 노후화, 사양관리 미흡, 농장주의 불근면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농가의 생산성이 낮아 사료의 허실이 발생할 경우 비육돈 생산비가 높아져 결국 돼지고기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럴 경우 계열사도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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