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란 사전을 찾아보면 제일 먼저 원래 하나였던 것을 둘 이상의 부분이나 조각이 되게 함이라고 나와 있다. 그리고 그 다음 아래로 내려가면 어떤 감정이나 행동 등을 함께 하다는 감정적 표현이 게재돼 있다.

앞의 것은 하나였던 것을 둘 이상으로 조각내니 원래 하나였던 크기나 부피가 작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상하게 뒤의 것은 그렇지가 않다. 2개도 됐다가 3개도 된다. 나눌수록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니 말이다. 수량으로는 분명히 작아지는 것이 정상이건만 감정으로는 커지니 참 오묘하다.

장애우를 위한 시설에서 봉사하는 분들은 고생하십니다라는 겉치레 인사가 가장 듣기 싫다고 한다. ‘내가 하는 일이 고생스러운 일인가?’ 의아스럽다고 한다.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왜 진작 못했을까

 

그 분들은 봉사라는 말 자체에도 거부감을 느낀단다. 왜 그럴까 질문하면 웃으면서 당신도 한 번 해 보라고 한다. 해 보지 않고는 그 의미를 모른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굳이 강제하지 않는 이유는 강제성은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봉사(?)의 본 뜻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엔 어떤 계기가 있어서 나도 한 번 좋은 일 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쉽게 생각하고 뛰어들었다가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고, 힘들어서 그만 두겠다고 했다가도 눈에 밟히고그래서 조금만 더 하자고 했다가 몇 년동안 쭉.

그렇게 힘겨워했으면서도 그 분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내가 왜 진작 이러한 일들을 하지 않았던가에 대한 후회란다. 오히려 후회를 한다니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에겐 참으로 이해가 안되는 사람들이다. 기부천사로 알려진 가수 김장훈 씨의 경우를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남들은 제 먹을 것 챙기기도 힘들고, 있는 돈 불리기에도 정신없는 데, 돈만 생기면 뭔가 좋은 일에 쓰기를 원하니 말이다.

 

준건 난데 받다니?

 

어떤 계기로 그 분들과 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는 데 그 때 ! 이런 일들에는 중독성이 있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나의 작은 힘 하나가 남에게 기쁨을 주고, 나의 보잘 것 없는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은 맘 속에 잠들어 있던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깨웠던 것이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분명히 객관적으로 준 것은-일반인들의 용어로 베푼 것은- 나인 데, 감정은 그 반대로 밀려오니 말이다. 그것은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 왜 내가 얻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거지?

A씨는 양돈업계에서도 명망있는 분이다. 그 분도 여건만 되면 남을 돕고, 기부도 하곤 한다. 수시로 돼지를 잡아, 고기를 예쁘게 포장해 인근 주민들을 찾아 뵙고 맛 보라고 선물하기도 한다. 노인정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을 청년회, 심지어는 공무원들에게도 회식하라고 고기를 제공한다.

처음엔 주민들 사이에서도 저 사람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닌가또는 돼지 분뇨냄새 때문에 민원을 낼까봐 미리 선심을 쓰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다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는 A씨의 행동에 주민들은 흔쾌히 마음을 열고 스스럼없이 대했단다. 나중엔 주민들이 오히려 미안해서 마을 잔치 등에 초대는 해도 돼지고기를 기증하라는 말조차 하지 않더란다.

A씨가 그렇게 한 것은 단순히 미안함 때문이었다. 마을에서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행여 주민들에게 피해는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주민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춰질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것이 계기가 돼 뭔가 주민들에게 미안함을 전달할 수 없을까 하는 마음이 일의 시작이었다.

그는 FMD로 모든 돼지를 땅에 묻었을 때 주민들이 보여준 행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A씨의 손을 잡고 자신의 불행인 양 울먹이면서 힘내라고 아픔을 함께 나누었고, 입식을 할 수 있게 오히려 힘을 써 주었던 주민들의 마음은 너무나 큰 선물이었다고 한다.

생산자단체들이 본격적으로 나눔축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나눔축산운동본부가 발족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리고 곳곳에서 지역주민들과 상생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어려울수록 필요

 

그동안 축산을 하면서 주변에 끼쳤던 피해가 있다면 사과하자는 것이다. 나눔은 그렇게 함으로써 다시 태어나야 축산업이 지속 가능하다는 자각이요, 자정의 노력이다.

지금과 같이 축산업이 위기에 직면해 있는 데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냐고 할지도 모른다. 상황이 좋을 땐 언제나 가능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려울 때 일수록 주변을 돕고, 함께하려는 노력이 습관화되야 한다.

나눔이란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독재와 반대의 개념에서 민주주의요, 경제적으로는 독점과 대치하는 점에서 자유경제요, 문화·사회적으로는 계층 간의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일탈된 질서를 다시금 바로 잡자는 의미에서 의식 회복운동이다.

나눔이 왜 필요하냐고?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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