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계열화가 왜 필요하고, 이때 왜 협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냐는 질문의 답은 간단하다. 축산물의 산지·도매가격과 소비자 가격의 연동성 때문이다. 축산 전체에서 축산물 가격 하락으로 아우성이다. 모든 축종에서 가격 폭락으로 대대적인 할인 판매행사가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이 연동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감정도 편치 않다.

축산물 유통업체들의 이윤추구 행위는 가격 하락 때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산지·도매가격이 상승할 때는 원료육 가격 상승분이 곧바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지만, 하락할 때는 시차를 두고 반영하거나 반영하는 폭을 조절함으로써 일정 이윤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도매가격과 유통마진의 변동 방향은 반대였다. 쇠고기 도매가격이 1% 하락하면 유통마진은 오히려 0.56% 상승하고, 돼지고기의 경우에는 1% 하락할 때 유통마진이 0.3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닭고기는 100원 하락하면 유통마진 25원이 증가했다.

 

유통 축소 쉽지 않아

 

유통단계만 축소시키면 가격 연동은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이다.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축산물의 특성 상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유통단계를 줄이는 방법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쉽게 축산농가가 자신이 기르는 축산물을 도축장까지 가져가서 임도축하고 그것을 가공한 후 내다 팔면 간단하다. 그러면 단계별 소요되는 유통마진을 줄일 수 있고, 줄어든 비용만큼 소비자 가격도 낮춰질테니까.

축산물의 유통마진은 생산자가 출하하는 시점부터 발생된다. 운송비용의 지불은 농가 편리(?)의 댓가이다. 4~7단계까지의 유통마진은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다 그만큼의 댓가가 따르게 마련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불만스러운 가격은 소비자가 여러 곳의 축산물판매점을 다니면서 비교 분석하지 않는 것에서 오는 편리함의 댓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산계열화가 절실히 필요한 것은 그리고 그 중심축을 협동조합이 담당해야 하는 것은 국내 축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그나마 가격 연동제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모양은 다 갖춰져

 

협동조합은 개별농가 중심의 생산과 출하방식을 산지를 중심으로 조직화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거래 교섭력을 제고할 수 있으며, 유통 주체별로 분산돼 있는 도축·가공·배송 기능을 통합해 유통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일관경영체계 구축이 가능하다. 또 안정된 최종 소비처를 확보하는 동시에 소비 트랜드를 파악하면서 소비 기반을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협동조합의 조직이 가장 이상적이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모양은 다 갖춰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기적 기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선 조직에서부터 문제점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협동조합형 대형 패커를 표방하고 있는 농협중앙회 안심축산부의 한 관계자는 한우의 경우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데, 돼지에서는 일선조합이 취급할 수 있는 물량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조합원들이 양질의 돼지는 대형 육가공업체들을 통해 출하하고, 등급이 낮은 것들을 조합으로 밀어낸다는 것이다. 영악한 비충성·무자격 조합원들 때문에 진성조합원들까지 피해를 보는 사례일 뿐만 아니라 대형 패커사업의 진척을 더디게 하는 경우이다.

 

강력한 계약이 필요

 

협동조합형 대형 패커의 모범사례로 꼽는 대니쉬 크라운(Danish Crown)의 경우를 보자.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출자금을 납부해야 하고, 협동조합은 조합원과 출하계약을 맺어 출하 축산물을 판매한다. 협동조합과 조합원들 간의 계약은 기본적으로 조합원은 조합 이외의 다른 곳에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엄격한 체계는 조합원에 대한 조합의 독점적 위치라고 EU에서 반독점금지 규정에 의해 제약을 받아 현재는 생산량의 20%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판매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또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공급하는 돼지에 대해서 전량 판매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고, 생산량은 조합의 자율로 결정할 수 있지만 가격 결정은 협동조합의 권한으로, 결정된 가격에 대해서는 모든 조합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현재의 대니쉬 크라운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같은 상호 강력한 계약이다. 농협이 대형패커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시스템이다. 중앙회와 조합 간의 연대, 그리고 조합과 조합원 간의 강력한 연계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현행 조합원 하한선 규정을 포함한 조합원 제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규정된 조합원이 미달될 경우 조합이 존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충성·진성 조합원들로 조합을 꾸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축산물 대형패커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괄적인 체제 개편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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