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인들의 협회 살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14만 한우인을 대표했던 전국한우협회는 회장 취임 후 1달도 안돼 불의의 사고를 당한 정호영 전회장, 그 뒤를 이은 김남배 회장의 사퇴 등 1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3명의 선장이 바뀌게 됐다.

지난달 25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김남배 회장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장직에서 내려왔다. 고 정호영 전회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은 지 9개월 만이다. 그동안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협회는 마치 마()에 씌운 것 같았다.

한우인들로부터 뭇매

협회 내 부고 소식이 잇따르자 주변에서는 굿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430일 취임했던 김남배 회장도 5월 초 한우산업 생존을 위한 집회 투쟁를 돌연 연기하면서 도지회장을 비롯, 전국의 한우인들로부터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시작된 김남배 호의 한우협회는 임기 내내 내홍에 휩싸였다. 회장과 집행부, 도지회장 그리고 현장의 한우인들 간의 불협화음은 한우산업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게 만들었다.

김남배 회장은 사퇴사를 통해 지난 9개월 동안 한우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농가들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한우산업을 대변하는 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김남배 회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을 한우산업의 희망을 찾지 못했다는 것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다음 회장이 현안 문제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중도 사퇴했다. 그러나 9개월 동안을 지켜보면서 협회가 한우산업을 대변하지 못한 그 모든 책임을 회장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물론 수장으로서의 책임은 면할 길이 없다. 그러나 그런 수장을 보필해야 할 협회 내의 직원들,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집행부, 그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현장의 리더들 모두가 네 탓만 따지고 있다.

책임의 문제만을 놓고 보면 어느 누구도 그 짐을 덜어낼 수 없다. ‘그만둘 것이라는 말을 공식 석상의 자리에서 조차 스스럼없이 이야기 해 온 김 회장의 속내는 사실 협회를 통솔하기 힘들다는 의미였다는 것이 맞다. 왜 그랬는 지는 내부의 모든 사람들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 초유의 중도 사퇴라는 불미스러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말은 사퇴지만 100% 스스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리고 협회는 비상체제로 돌아섰다.

모든 잘못 봉합이 최우선

이제는 누구의 잘못을 따져야 할 게재는 지났다. 명실상부한 생산자단체 중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이전의 한우협회로 어떻게 돌아가느냐 만이 남았다. 어떻게 갈라진 조직을 하나로 모으고, 한우인들이 생존할 수 있느냐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떠난 자나 남아 있는 자들 모두가 떳떳해지는 길이다. 아직 한우협회에 남아 있는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차기 회장은 경선을 통한 선출이 아닌 추대형식으로 뽑자는 일부 의견이 그 불씨를 다시 짚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장 선출이 경선으로 치뤄지게 됐지만 화합과 단결로 모든 잘못을 봉합하자는 것은 향후를 기대할 만한 일이다.

경기도가 한우사업 예산 105억원을 삭감한다고 했을 때 도의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를 철회시킨 최근의 일은 14만 한우인들이 단합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 오게 되는 지를 잘 일깨워준 예이다. 그것이 한우협회의 불씨를 다시 살려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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