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전주김제완주축협 조합장

 
예부터 한우는 우리 민족과 가장 친숙한 가축이었다. 농경이 사회 기반이었던 과거 한우는 운반, 퇴비 등 농사일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죽어서는 고기와 가죽을 남겨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유일한 가축이었기에 농가에서는 한우를 사육하며 귀중한 재산으로 여겼다. 현재는 우리나라의 산업 발달로 인해 농업의 기계화가 추진되며 일소보다 고기소로서의 가치를 추구하게 됐다. 오랜 시간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해 온 한우는 체계적인 품질 관리와 육질 개량으로 한국인에 딱 맞는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고 귀한 날, 귀한 손님에게 내는 좋은 상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친숙하고 귀중한 한우의 현실을 생각하면 암담하기만 하다.
올해 3월 15일 결국 한·미 FTA가 발효됐다. 미국은 우리나라와의 FTA 본격화에 앞서 소위 ‘4대 선결조건’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포함되어 있었고 결국 이 협정으로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어 한우의 입지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의 관세가 40%라고는 하나, 이는 향후 15년 동안 점차 낮추기로 했고 2027년엔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다. 앞으로 15년. 값싼 수입 쇠고기를 충분히 이겨낼 만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도 모자랄 우리의 축산업 앞에 FTA라는 고개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미FTA 로 인해 더 저렴한 쇠고기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우리 한우농가는 사육의지가 저하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걷잡을 수 없이 퍼졌던 구제역으로 인해 축사가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한우 소비심리가 위축된 바 있으며, 최근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곡물 최대 생산지인 미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사료 값 인상이 우려되고 있다. 더구나 가축분뇨의 양이 우리나라의 농지가 수용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지금, 분뇨처리와 관련된 환경문제까지 우리의 한우농가가 떠안고 있는 고충이 너무도 가혹할 따름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농림업 부류별 생산액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웃돌았다고 한다. 국민소득이 올라가고 선진화 될수록 육류소비가 늘게 되는데, 농협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의 1인당 육류 소비가 1980년 11.3kg이었던 것이 2010년 38.8kg으로 3.5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았다. 이렇듯 축산업의 비중과 육류 소비의 증가로 인해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나, 우리 한우를 지키기에는 외부환경이 너무나 어둡기만 하다. 우리의 것을 지키고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안전한 먹거리의 생산과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값싼 쇠고기 수입과 늘어나는 생산비, 감소하는 한우 소비로는 친환경 먹거리 생산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한우농가 및 관련 부처는 높은 한우 생산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 값을 낮춰 소비자가 쉽게 다가올 수 있는 판매가를 맞추고, 한우가 안정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소비자는 이 땅에서 자라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우리의 먹거리 한우를 지키기 위해 자부심을 갖고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었으면 한다.
매주 금요일은 우리네 한우 농가를 독려하고 소비 촉진을 위해 정한 ‘한우 먹는 날’이다. 저렴하지만은 않은 한우를 구입하는 것이 부모님 세대에 비하면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치 없는 것을 구입하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했다면 그것은 응당 사치이고 돈 낭비일 것이다. 일곱 날 중 하루라도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저녁식탁에 앉아 우리 한우를 먹으며 대화하는 것은 이 땅위의 자존심도 지키고 가정의 웃음꽃도 지키는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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