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우브랜드 마케팅 전략의 시사점

 
한우가 2000년대 초반부터 생산 부문의 3통(혈통, 사료, 사양관리의 통일)을 통해 브랜드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품질고급화를 추구한 것은 한·미 FTA 타결 등 우육시장 개방에 앞서 매우 시기적절한 대응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태동된 수많은 한우브랜드는 현재 취약한 경영조직과 자립기반 부재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한우브랜드가 내실을 기하고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역사가 길고 소비자 신뢰가 높은 일본 화우브랜드의 마케팅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다.
지역 특산물로서 백여 년간이나 일본 소비자에게 신뢰를 쌓은 화우브랜드는 우리나라의 한우 브랜드에 비해 소비자의 인지도나 신뢰가 매우 높은 편이다.
주로 전통적인 사육지역을 중심으로 결성된 화우브랜드는 브랜드 명칭부터 시, 군 단위 지역명과 화우가 결합된 지역브랜드 형태가 대부분이고 연간 출하규모도 2000두 미만인 브랜드가 전체의 70%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마츠자카화우, 고베비프, 요네자와화우 등 일본 내에서 명품으로 평가 받는 화우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은 대도시 도매시장 브랜드 상장과 자체적인 판매 지정점 제도를 운영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정시’,‘정량’,‘균일 품질’을 원칙으로 대도시 중앙 도매시장에 브랜드 육을 지속적으로 출하함으로서 도매시장 중도매인들의 평가를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
더불어 산지 및 대도시 소비지에 브랜드를 상징하는 입간판을 걸고 브랜드 육을 취급하는 판매 지정점을 회원제로 운영함으로서 판매 지정점이 브랜드육을 최종 판매하고 소비자에게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판매 지정점은 소매점과 식당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정점이 되기 위해서는 가입비와 연회비를 납부해야 하고 그 대가로 브랜드를 전속 거래하는 것을 입증하는 입간판이나 인증서를 브랜드 경영체에게 받을 수 있다.
브랜드 경영체는 지정점의 관리를 통해 브랜드육이 제대로 판매되는지를 모니터링 한다. 일반적으로 판매 지정점에서 필요한 원료육은 경영체로부터 공급받거나 도매시장을 통해 구입하고 있으며 출하 물량에 비해 다수의 판매점에서 요청하는 물량이 많기 때문에 도매시장에서 일반 화우보다 약 20~30%정도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판매 지정점들이 이렇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명품 화우브랜드를 취급하는 이유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고 비 브랜드에 비해서 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에서도 소매점의 둔갑판매가 적발되는 사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상인들의 윤리의식이 높고 그런 행위를 한 소매점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가 엄격하기 때문에 드물게 발생한다.
또한 화우브랜드의 판매 지정점 제도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오랜 세월동안 형성된 신용을 밑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과 ’03년부터 시행된 쇠고기 생산이력제는 소비자의 신뢰도를 한층 더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화우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은 일본 우육시장에서 브랜드 주체가 대형 소매점포에 종속되지 않고 판매력을 확보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후발 브랜드들도 판매 지정점을 확보, 독자적인 유통채널을 구축하는데 가장 힘을 쏟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국제곡물가 급등과 경기침체로 인한 도매가격 하락 등 국내 쇠고기 시장여건은 매우 어렵다. 낮은 소비자 인지도와 브랜드 시장의 미성숙 등 한우브랜드가 극복해야 할 장벽도 높다. 하지만 한우브랜드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의 내실을 기하고 브랜드육 판매망을 확대해 간다면 소비자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지금 한우브랜드는 스스로 걸음마를 떼는 단계이다. 어렵다고 포기하기 보다는 생산농가와 소매점들을 조율하며 긴 호흡으로 한걸음씩 내 딛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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