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자세

 
농업은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를 가장 먼저 입게 되는 산업이다. 따라서 어느 분야보다 우선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책은 크게 적응(Adaptation)과 완화(Mitigation) 두 가지로 나뉜다. ‘적응’은 폭염 시 야외활동을 자제한다거나 가뭄에 대비해 댐을 쌓는 등 기후변화에 의한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완화’는 기후변화 원인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자가용 대신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지금 당장 완화대책을 실천한다고 해도 지구온난화는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적응과 완화대책은 미래 기후변화의 양상을 예측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현상 중 하나가 강우의 집중현상이다. 총 강수량이 증가하는 반면 강수일수는 감소해 강수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호우일수가 증가하면서 여름철 침수피해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2002년부터 8년간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강우로 인한 농업시설 및 농경지 침수피해는 1조 1300억원에 달한다. 현재까지의 농경지 배수설계기준은 쌀생산 증대 및 국내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설정되었으며, 최근에는 논에 밭작물(원예작물 등) 재배면적이 증가하면서 침수피해규모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현재의 농업시설 설계기준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기후변화에 맞춘 배수설계 기준 상향에 대한 검토를 마쳤으며 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
여름철 집중호우와 더불어 가뭄현상도 기후변화의 징후 중 하나이다. 국내 101만㏊의 논 중 10년 빈도 가뭄에도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수리안전답은 50만4000㏊에 불과하다. 장래 쌀 수급상황 등을 고려한 적정 논 면적인 83만ha를 감안하면 신규 용수개발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로 물그릇에 해당하는 저수지크기를 키우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농어촌공사는 올해 말까지 저수지 96개소의 둑높이기 사업을 통해 저수지 담수능력을 높일 계획이다.
두 번째로 고려해볼 수 있는 방안은 농촌용수 이용체계를 재편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특징 중 하나가 홍수기 지역별 강우의 편차이다. 실제로 지난 여름 서울과 충청 등 서부지역은 1천mm이상의 강우량을 보였으나 동해안은 300~600mm로 예전의 25% 수준에 불과했다. 농어촌공사는 용수가 부족한 지역과 여유 수자원을 보유한 지역 간의 용수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당장 올해부터 강원 철원지역을 비롯한 4개 지구를 시작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세 번째는 물을 담고 있는 시설물의 보수·보강 사업이다. 자연재해는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데 반해 국내 농업 농업시설물 대부분은 노후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농어촌공사는 농경지 침수 등 재해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기준 미달 시설물에 대한 중장기 보수·보강 계획을 수립해나갈 계획이다. 집중호우로 재산 및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충남 예당저수지에 대해서는 물넘이 확장사업을 추진 중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책이 기후변화에 대비한 적응전략이라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은 완화전략이다. 농어촌공사는 2016년까지 풍력 20개소와 소수력 57개소, 태양광 6개소 조성을 통해 92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를 생산할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비 중 부지매입비율이 높은 편인데 농어촌공사는 저수지와 양·배수장 주변에 풍부한 토지를 보유하고 있어 원활한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원예농가에 지열발전설비를 지원함으로써 화석연료 냉·난방시설을 대체해나가고 있다.
지난 겨울은 2월 막바지 한파로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올여름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그리고 향후 50년, 100년 간 한반도 기후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가? 농업은 물론 모든 영역에 걸쳐 기후변화를 예측한 적응대책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완화대책을 마련해 실천해 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