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의 위기는 바로 우리의 위기

 
가끔 한우 쇠고기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식당에서 ‘이 땅위의 자존심 우리 한우!’라는 표어를 접할 때마다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내가 살았던 고향, 그리고 정경이었다.
고향을 잊고 사는 요즘 세태에 고향을 생각하고 정경을 회상케하는 참 좋은 표어라는 생각을 하면서 기분 좋은 식사를 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 한우고기 값이 너무나도 많이 싸져서 한우사육농가들의 심경이 말이 아니란다. 시쳇말로 죽을 지경이란다.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은 작년 말부터 올해 봄까지 전개된 구제역 사태 이후 소비 급감 추세가 두드러졌던 와중에 수입육이 엄청나게 도입돼 국내산 쇠고기 소비를 대체하면서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언론 보도에서 주류였다.
이런 보도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웠고 고향 사람들, 한우사육농가들의 한숨이 얼마나 깊어질까라는 생각이 우려로 변해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농촌 출신인 내가 축산관련 사업을 시작한 때가 30년 전의 일인데 요즘처럼 한우산업계가 힘들어하는 상황은 처음이다.
가축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노파심에서 비롯되는 소비자들의 외면, 국제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 배합사료가격에 반영돼도 별도리가 없어 속수무책으로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의 축산업 구조이고 축산농가의 한계이건만 이웃에서 소 몇 십 마리 사육해 돈 좀 벌었다는 소문이 돌면 앞뒤 가릴 것도 없이 너도 나도 송아지를 확보하고 입식시킨 편승이 한 원인이 아닌가 싶다.
부업 규모 농가, 규모가 꽤 큰 전업 규모 농가 거의가 공통적으로 사육 규모 확대에 치중한 게 전체 한우사육 두수가 300여 만 두를 상회한 주요 요인이었고 결국 정부가 제시한 적정두수를 크게 상회, 오늘과 같은 국면이 현실화했다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축산인 일원으로서 착잡하고 우려가 커진다.
한우고기 소비를 되살리고 촉진키 위해 축산 유관기관, 단체, 일선 지역단위 축협, 대형 유통업체 등이 한우고기 대폭 할인판매 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치고 온라인상에서 전개됐는데 내가 즐겨 찾는 식당의 한우고기 가격은 1년 전 그대로여서 의아했다.
반면 지역 단위 축협이 직영하고 있는 한우전문 식당이 가격을 대폭 인하, 소비자 부담을 확 덜어주고 있다는 호평에 원거리임에도 찾아가 직접 체감해 봤다. 호평들이 과장이 아니었다.
도시의 상가 임대료 수준을 고려하면 대도시 주요 상권 내에 자리 잡고있는 한우전문 외식업소들의 경영도 물론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대부분 산지 소 값의 하락에도 외식업소 한우요리 및 구이 가격이 좀처럼 변동하지 않는데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의구심은 불신으로 이어지고 급기야는 한우고기를 외면하고 소비를 줄이게 된다.
한우고기 소비 진작과 확대에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하는 외식업소들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한우고기 가격 연동 적용에 적극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다.
한우산업이 무너져 버리면 한우농가뿐 아니라 연관 산업계도 한꺼번에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경제에도 파급할 것이다.
한우산업 연관 분야는 사료를 비롯해 운송, 축산시설기자재, 동물약품, 지역 단위 농·축협의 신용사업, 가공 및 유통, 외식업소 등으로 광범위하다.
이 같은 연관 산업 분야 종사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가 막막해진다면 어찌되겠는가. 내가 평생의 업으로 삼고 있는 사업과 회사가 한우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위기 타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자는 마음으로 올해 원가상승 요인을 반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에도 원가상승 요인 자체 흡수는 사실 불가능하다. 뾰족한 대책이나 대안이 떠오르지 않아 날로 걱정이 커진다.
두서없는 글을 맺으면서 과거에도 위기 상황이 오래 지속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되었다며 안이하게 대처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우산업에 국민적 관심이 기울여진 가운데 한우의 위기는 곧 우리의 위기라는 인식이 좀 더 폭 넓게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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