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관 혁 (주)프레팜·(주)해담원 대표이사

 
정부가 최근 책임분담 원칙 확립을 내세우며 가축 매몰보상금을 상황별·발생시기별·규모별로 ‘적정’ 기준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니 일순간에 코가 막히고 귀가 막힌다.
우선 병성감정결과 구제역 감염축이 발견된 농장은 무조건 가축평가액의 70%만 지급한다. 또 구제역 증상 발생 후 신고한 시기 및 정부가 요구하는 필수 조치사항 준수 여부에 따라 보상금을 차등 지급하도록 했다. 발병 증상이 외관상 최초로 나타난 날의 다음날부터 4일 이내 신고했거나 개정안에서 제시하는 필수 조치사항 5가지 중 몇가지를 시행했느냐에 따라 평가액의 70% 중 80%, 60%, 40%로 감액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제역 양성축이 발견된 농장은 철저하게 방역조치를 해도 가축평가액이 100만원일 경우 70만원 밖에는 보상 받지 못한다. 또 조치사항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보상액은 56만원, 28만원으로 점점 낮아진다.
특히 발생신고가 늦었거나 방역상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농가의 경우 평가액에서 최대 80%까지 감액한다는 내용도 있다. 올 7월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질병 발생 및 확산의 모든 책임을 농가에게 전가시키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관련 법률이 원안 대로 개정됐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에 대해 예측 가능한 사항들을 모아봤다.
우선 질병 발생 신고 기피 농장이 발생할 것이다. 신고가 곧 손해라는 등식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일부 농장들은 버틸 때까지 버티고 숨기면서 문제가 되는 가축을 몰래 매몰하거나 출하해 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장운영은 나와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구제역 상재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둘째, 이번 구제역의 경우 농장들이 감당할 수없는 불가항력적인 사항이 많았다. 유입차단을 위해 두문불출하면서 소독에 전념했지만 발병한 농장들이 많다.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AI의 경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인데 이것에 대한 책임이 모두 축산농가에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번 축산과학원에서의 구제역 발병은 차단 방역에 게을러서 발생한 것인가 묻고 싶다.
특히 질병의 바이러스가 철새나 휴전선 인근 야생동물을 통해 국내에 유입된 것이라면 농장에서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또 질병 확산이 야생동물들에 의한 것으로 확실시 됐을 때 정부가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질수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의 몫이 될 것이 자명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구제역이나 AI 발병 및 확산의 원인을 축산농가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생각을 없어야 할 것이다.
셋째, 매몰 보상금 책정시 개량 성과가 뛰어난 젖소나 한우, 돼지 등의 유전적 가치를 인정해 줘야 한다. 현재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개량에 성공한 농가들에 대한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살아있으면 큰 가치를 할 가축이지만 매몰된 후 보상금은 생체중이 기준이 된다. 돼지나 젖소도 실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축산농가들은 이를 감내하고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희생을 감수해 왔기에 이번 보상금 감액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축산농가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기존의 80% 보상 기준을 100% 시가 보상으로 개선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관련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정부는 이와 함께 가격변동에 따라 보상금이 불합리하게 지급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상금의 지급폭을 설정한다고 발표했다. 가격이 오를 경우 과거 1년 평균 시가의 30% 초과분까지만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반대로 질병 발생으로 축산물 가격이 폭락했을 때에 필요한 적절한 추가 보상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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