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냉도체 판정 확대 신중해야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돼지고기 냉도체 등급판정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확대할 경우 육질을 더욱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기 때문에 양돈농가의 고품질 돼지고기 생산 의욕을 높일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 더 좋은 돼지고기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필자도 이러한 주장에 공감하며 이를 지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냉도체 등급판정은 도축 후 예냉시설에 보관한 뒤 5℃의 온도에서 단면적을 살펴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등급판정을 실시할 경우 상온에서 판정하는 것 보다 1+등급 출현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를 원활히 시행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선행조건이 따른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무리하게 시행할 경우 업계 전체에 혼란을 야기 시키는 것은 물론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등급판정 결과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냉도체 판정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첫째, 돼지 후기처리를 반드시 해야 한다. 최근 후기처리를 실시하는 양돈장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또 농가들이 후기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밀사 방지를 위해 축사를 증축하는 등 추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돼지고기를 온도체(20~25℃)에서 등급을 판정할 경우 근내지방의 발현이 좋지 않아 1+등급이 2~3% 수준이지만, 냉도체(5℃) 등급판정 시 근내 지방도가 확연하게 드러나 1+등급이 10%까지 향상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양돈농가들은 반드시 후기처리를 해야 한다.
둘째, 온도체 판정을 냉도체 판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예냉시설 등 기반시설이 요구된다. 도축장과 육가공업체들은 이를 위해 만만치 않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이는 결국 소비자 가격에 상당부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도축장들은 냉장시설을 충분히 갖출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고, 이를 위해 영세업체에 시설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도축장 구조조정 사업에 역행하는것이 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도축장들은 건폐율이 20%의 제한을 받고 있어서 자금을 지원해줘도 시설 개보수가 불가능 할 수 있다.
셋째, 돼지고기 지육 유통에 어려움이 많아진다. 현재 대부분의 돼지고기가 식육운반차량으로 유통되고 있다. 차량 운반시 돼지고기를 고리에 매달아 바닥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덩치가 큰 소의 경우 문제가 덜 되겠지만 돼지는 단면적 확인 후 몸통이 두 동강이 날 경우 문제가 된다. 운반 중 고리에 걸려있던 돼지고기가 두 동강 나서 바닥에 뒹굴어 다닐 경우 위생에도 문제가 있지만 제짝을 찾지 못해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자금만 쏟아 부을 경우 농가를 비롯한 업계에 아무 유익이 되지 않을 것이다. 차근차근 이러한 사항들을 고려한 상태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발굴하고 롤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먼저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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