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이력추적 관리 시스템 도입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한·EU FTA가 발효되면 우리 축산업은 엄청난 피해를 받게 될 것이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EU FTA 체결 후 15년간 우리 농축산물 생산 감소액이 2조7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그 중에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축종이 양돈으로 협정 발효 15년차 양돈의 국내 생산 감소액은 1055억~1214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EU FTA 체결에 대비해 우리 양돈산업은 질병 근절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생산비 절감으로 가격 경쟁에 대비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축산물의 품질 고급화와 안전 축산물이라는 이미지 제고를 통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 농산물이 수입 농산물에 비해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무려 83.8%라는 수치를 얻었는데 이는 우리 축산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의 핵심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도 수입쇠고기 등이 한우고기로 둔갑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우고기를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활용하면서 축산원에 의뢰된 민원분석 결과를 보면 02년도에 17%에 달하던 둔갑유통 비율이 05년 이후에는 1%수준으로 낮아져 유통질서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쇠고기 이력추적제 및 원산지 표시제의 도입으로 한우고기에 대한 소비 비율이 07년도 46.6%인 것이 09년도에는 50.1%로 증가해 국내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
양돈부분도 EU의 값싼 돼지고기가 국내산 돼지고기로 유통되는 것을 차단한다면 우리 양돈산업의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국내에서 키우는 돼지가 모두 외국에서 도입된 돼지 품종으로 차이가 없기 때문에 유전자 감식법으로 돼지고기의 원산지를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악용하여 일부 부도덕한 유통업자들이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둔갑 유통시키다 원산지 단속기관에 적발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다.
그럼 어떻게 국내산과 수입산을 구분할 수 있을까? 생산이력제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쇠고기와 같은 방법의 이력추적제는 이론상으론 가능하지만 물리적으로는 어려움이 많아 돼지고기 이력추적 시스템은 농장단위 또는 브랜드단위로 도입하는 방안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육가공처리시간, 물류창고, 인력 등의 추가 소요에 따른 비용이 더 들어가는 등의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미 일부 돼지고기 브랜드 경영체에서는 생산 이력제를 도입해 운영하는 곳도 있다. 여기에 유통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접목한다면 완성도를 높이고 둔갑판매를 근절할 수 있는 훌륭한 제도가 될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한우판별법에 이어 돼지고기 유통투명성 제고를 위해 돈육 이력추적시스템 관련 기술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현재 적용 가능한 기술 중 국내산과 외국산 돼지고기를 구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력추적 관리 시스템이다. 따라서 국민적 관심사항인 안전한 돼지고기, ‘얼굴있는 돈육’이라는 이미지 부여로 브랜드 가치 제고는 물론 더 나아가 유통 돈육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드백이 가능한 돼지고기 이력추적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된다. 농장이나 브랜드 경영체에서 보다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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