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전염병 관련 보도 신중해야

 
지난 4월 25일 멕시코에서 신종 인프루엔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모든 방송매체의 헤드라인 뉴스로 반복 보도되었다. 미국 국경과 인접한 대규모 돼지농장에서 발병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WHO에서는 ‘돼지 인플루엔자’라고 명명했으며, 전세계적인 유행을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대로 구제역, AI 등 과거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가축 전염병으로 인한 축산업계의 엄청난 피해상황이 되살아나며, 돼지 사육농가와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 닥칠 충격파가 염려됐다.
예상대로 소비자들의 돼지고기 기피현상이 나타나면서 돼지고기에 대한 수요가 연중 최고치를 나타내는 5월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축산물공판장 경략가격이 1주일 사이에 23%나 하락했고, 사육농가들은 추가 하락을 염려하여 조기 출하를 고려하게 되었고, 농협은 홍수출하에 의한 추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전개하는 상황까지 악화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 전염병이 돼지와 관련성이 적은 것으로 판명되면서 명칭도 ‘신종 인플루엔자’ 등으로 변경되어 돼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상황은 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신종 플루’ 발병 보도를 보면서 과거 가축 전염병이나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등에 대한 매스컴의 보도 자세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우려를 할 수 밖에 없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 접어들면서 식생활과 건강 관련 정보는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항이 되었으며,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관련 산업 자체의 존망을 좌우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인접 국가는 물론 지구 반대편의 외국에서 발생한 가축질병 보도에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 국민의 정서를 고려하여 신중한 보도가 요구된다. 특히 축산업에 종사하는 양축농가는 물론 관련 산업 종사자, 외식산업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년전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시 수많은 닭, 오리 사육농가는 물론 가장 대중적인 식품인 치킨점과 오리전문 대형 음식점들이 폐업으로 내몰려 가정이 풍비박산되는 비극을 불러오지 않았는가.
그러나 우리 언론 보도의 현실은 선정적인 제목과 가능성이 적은 위험성 나열로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장할 뿐이다.
또한 전문가의 의견을 덧붙이는 관례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는데 정부의 대응방안이 나오기도 전에 검증되지 않은 자칭 전문가가 양산되고 비전문적인 분석과 논리가 다시 국민들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
우리나라 식품사고와 가축 전염병에 관한 언론 보도는 즉각적이고 치명적으로 관련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여 신중한 용어 선정은 물론 국내 유입 가능성, 인체 감염 경로, 숙주동물 관리 대책, 정부의 대응방안 및 국민들의 행동요령 등을 종합하여 냉철한 시각으로 보도하여야 한다.
국민의 식생활을 왜곡하고 관련 산업 종사자와 생산농가의 생계수단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내용은 없는 지 철저하게 검증한 연후에 보도하는 한 단계 성숙된 언론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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