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축산유통부 김종철 차장

 
지난달 27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시작했다.
LA갈비와 척아이롤 등을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당초 마트의 우려와 달리 준비한 물량이 일찌감치 바닥을 보일 정도로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는 보도에 얼마전 전국을 달구었던 촛불시위의 기억이 겹치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장기간 지속된 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서민의 입장에서는 돼지고기 가격으로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하기 어렵고, 외면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도 없지만 수입축산물의 홍수속에서 과연 우리나라 농축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축산업 등 농업은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으로 한번 기반이 무너지면 다시 되살리기가 무척 어렵고, 되살린다 해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에 음식점 원산지표지제도가 12월 22일 부터 확대 시행되는 것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식점 원산지표지제도는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축산물과 쌀, 김치에 대해 원산지표시를 의무화한 제도로 6월 22일에는 쇠고기와 쌀에 대해서만 적용하던 것을 12월 22일부터 돼지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김치까지 확대하고, 대상 업소도 축산물의 경우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한 제도이다.
원산지표시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쇠고기를 먹으면서도 그것이 진짜 한우인지 아닌지 음식점 주인만 알 수 있었고 소비자는 그저 한우겠지, 아니 한우이기만을 바라던 과거와는 달리 원산지를 의무적으로 밝혀야 하는 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식당에서는 한우를 한우로, 수입육은 수입육으로 팔고 원산지표시제도가 법적으로 뒷받침한다면 소비자에게는 선택권이 강화되고, ‘음식점은 정말 한우일까?’ 하는 불필요한 의혹으로부터 해방되어 영업이 활성화 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소비자와 판매자간의 신뢰 강화는 결국 국내축산물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우리의 생명산업을 지키는 힘이 될 것이다.
음식점에서 원산지를 확인하는 조그마한 수고로움이 나의 지갑을 지키고 나아가 생명산업인 농축산업을 지킨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새기며 원산지표시 확대시행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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