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 과정에서 실태가 드러나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됨으로써 농업인은 물론 많은 국민이 하나같이 개탄을 금치 못하고 분통을 터뜨리며 울분을 토하게 만들었던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불법, 부당 수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10일부터 실시된다.
쌀 소득보전 직불금은 쌀값이 정부가 설정한 기준가격보다 낮아지는 상황이 시장에서 나타나는 경우, 그 차액의 85%를 경자(耕者)인 농가에게 직접 지급하여 주는 제도로서 국내외 농업 여건 변화와 통상규범에 따라 불가피하게 정부가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서둘러 도입했었다.
쌀 직불금 도입 목적과 배경을 보면 수급 대상자는 실제로 쌀농사를 지은 경자로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농지를 소유한 채 도시에 실제 거주하거나 농업 이외의 업종에 종사하며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가짜 경자"들이 신청, 수령함으로써 사실상 ‘진짜 경자"들의 몫인 쌀 직불금을 가로챘다는 주장과 비판까지 제기됐다.
농업인단체 대표 등이 철저한 진상 파악과 규명, 그리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가짜경자" 중에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공직자,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더욱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올해는 비료 등 농자재 값이 어느 해보다 급등, 생산비가 가중됨으로써 ‘진짜 경자"들의 사정이 말이 아니었고 속이 탔으며 시름이 극에 달했다.
다행히 일부 작목은 작황이 좋아 수확의 기쁨을 조금이나마 누리는가 싶었는데 시장에서 값이 줄줄이 폭락하는 바람에 이른 봄부터 피땀으로 키우고 보살 핀 자식과 같은 결실들이 폐기되고 수확 자체가 아예 포기된 채 방치된 현장을 바라보며 탄식을 늘어놓기도 했다.
남녘의 ‘진짜 경자"들은 가을가뭄이 장기화하는 바람에 약한 바람에도 먼지가 일어나는 사막처럼 바짝 말라 버린 농경지를 바라보며 할 말들을 잃었고 급기야 심화된 식수난에 식수 확보를 걱정했다.
이처럼 어려운 현실에서 연일 보도되고 전파된 쌀직불금 불법, 부당 수령 사건 소식들을 접했을 ‘진짜 경자"들의 심경은 오죽했을까. 그 심경은 국감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24일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긴급 농민대회 참석자들이 절규하며 머리 위로 치켜들었던 ‘가짜 농민 처벌"이라는 피켓구호에서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었다.
농심과 농사의 신성함, 농사짓기의 어려움과 요즘 쌀농사의 수지상황 등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이들을 참을 수 없게 만들고 분노를 표출하게 만들고 있는 부재지주 등의 직불금 신청과 수령은 사실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정부가 제도 도입과 시행 근거를 마련하는 과정과 국회 심의과정에서 이미 작금의 사태와 갈등 등에 대한 우려와 함께 문제 제기가 있었으며 일부 언론의 보도에 반영되기도 했다.
쌀직불금 신청, 수령자 중에는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하자가 없어 문제 삼을 수 없는 경우의 당사자가 물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실상 파악과 명단 공개에 너무 신중한 입장을 취해서는 안 된다.
고위 공직자든 일반인이든, 농지 합법 소유자든 불법 소유자든 실제로 경작하지 않고 직불금을 수령했다면 이는 엄연한 불법행위로 시정은 마땅하다. 실제 경작 여부 확인과 불법 여부 판단은 필요로 하는 인력과 시간, 설정이 간단치 않을 판단기준 등을 고려하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여야가 합의한 쌀 직불금 불법 수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더욱 예의주시하고 싶다. 그런데 전국의 농업인과 온 국민이 지켜 볼 국정조사가 답답증만 키우고 보기에도 딱한 정쟁의 장으로 변질하지는 않을 지 솔직히 걱정된다. 전·현 정부의 책임 공방으로 파행하고 수박 겉핥기로 종결돼버린다면 이번 국정조사는 또 다른 파장과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직불제를 농가소득을 보전해주는 단순한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쌀직불금 불법 수령 사건을 바라보면 착각과 오해를 할 소지를 내포하게 된다.
직불제는 우리의 주식인 쌀산업을 지키고 지속시키기 위한 산업정책임은 부연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정책이 ‘가짜 경자"들의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쌀 직불금 수령으로 인해 왜곡 인식되고 취지가 무색하도록 폄훼되는 ‘진짜 경자"들로서는 통곡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이라는 단어와 원칙이 이토록 무시되고 무색하도록 지금껏 덮어두고 입을 다물어 온 우리와 우리사회는 최근 철옹성을 더욱 공고히 한 미국의 농업 지원정책과 각종 소득보전제도를 눈여겨봐야 한다.
지금 농촌에선 농지를 임차해 쌀농사를 지어 온 소작농들이 전전긍긍 하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고 있단다. 농지 임차와 경작권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쌀 직불금 파문은 농지의 불법 취득과 양도세 탈세 문제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따라서 이번 국정조사는 격한 감정을 진정시키고 무엇보다 소모적인 책임 소재 가리기 공방, 식상한 면피 등을 지양하고 흉흉해지고 있는 농촌사회의 분위기도 고려하는 진단과 처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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