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범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동물위생연구소장

 
수의과학 R&D사업에 대한 국가적, 사회(학문)적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국가 정책지원(방역, 축산물 안전관리 등) 및 축산 현장(현안질병 등)애로 해결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공급하는 것이다.
둘째는 연구결과에 대한 산출물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국내외 학술(논문 등) 발표 등을 통한 국가적 학문 위상제고와 연구원의 연구역량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해 본 글에서는 그간 우리나라에서 발생됐던 주요 가축 질병 3종의 사례를 통해 수의과학 R&D의 역할은 물론 관련 정책과 이해 주체(농가, 생산자 단체 등)의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부족하나마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
HPAI는 조류간 전염성과 폐사율이 높아 축산업에 주는 피해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감염 되는 질병으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가방역과 수의과학 연구개발 분야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현안 과제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03·04년, 06·07년 그리고 08년 등 총 3회에 걸쳐 발생됐다. 특히 올해에 발생된 HPAI의 경우는 그 어느 때 보다 국가경제 및 연관 산업에 대한 피해가 많았으며, 인체감염 논란 등 국민정서에 미치는 파장이 컸고, 또한 국가 방역체계에 대한 새로운 문제점과 대책을 마련하게 된 계기도 됐다.
특히 08년의 경우 인체감염의 위험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있었지만, 검역원에서는 감염된 조류에서 AI바이러스를 분리한 후 유전적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이를 WHO(08.2)에서 보고한 내용과 비교한 결과는 Clade 2.3.2 계통이며, 해당 바이러스는 중국 남부, 홍콩 등의 가금류에서만 발생되고 있는 계통으로 판명돼 다행히 현재까지 인체에는 감염사례가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공표했다.
또한 이번의 AI 바이러스는 일본(아키타 현 등), 러시아에서 발생한 사례와 비교 시 유전적 상동성이 거의 동일(99.7%이상)함을 제시함으로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우리나라에서 발생된 HPAI의 감염 경로(역학조사)를 규명하는데 귀중한 논거를 제시하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그간 HPAI 신속진단법(검역원 개발 기술로 현재 독일 등 46개국에 수출) 활용과 AI관련 국제공동연구(일본 동물위생연구소 등) 등을 통하여 지속적인 기술축적과 공급, 핵심기술 정보의 교류 등이 큰 역할을 하였으며, 향후 주변 국가와의 공동 연구와 전문가에 대한 인적 네트워크 확충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제시한 계기도 됐다.
■ 소해면상뇌증(BSE)
소해면상뇌증(일명 광우병)은 86년 영국의 홀스타인 젖소에서 광우병 증상을 최초로 보고한 이래 유럽 21개국과 비유럽 4개국 등 총 25개국에서 발생되었다는 보고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BSE의 발생사례 보고는 없었으며,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와 연계되어 국민적 관심과 갈등의 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됐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교훈뿐만 아니라 항구적으로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도 관련 연구를 더욱 강화할 필요성을 제시했고, 국가 검역에 대한 새로운 틀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BSE가 국민적인 관심과 국가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농식품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농협중앙회, 시·도가축방역기관이 공동으로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규정한 ‘통제된 BSE 위험국가’지위를 조기에 획득하기 위하여 예찰점수 획득에 더욱 활발하게 노력하고 있다.
그간 검역원에서는 영국, 일본 등 발생국과의 기술정보 교류는 물론 BSE의 새로운 진단기술 개발에 대해 국제공동연구(한·영)를 추진함은 물론 지자체 및 유관기관 등에 예찰평가기술 교육과 현장 기술지원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 구제역(FMD)
구제역은 05년도부터 다발지역인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에서 감소하는 경향이나, 아직도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 북한 등에서 발생이 계속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00년, 02년 발생 시에 방역주체는 물론 국민들의 능동적인 협조와 노력으로 그 어느 나라보다 모범적으로 청정화 시켰으며 현재까지 비 발생 국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회에 걸쳐 발생한 사례에서 경험했듯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이동통제 등에 따른 국민생활의 불편과 정서적 불안감이 매우 컸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만의 경우 97년 구제역 발생으로 약 385만두(전체 사육두수의 35%)의 돼지를 살처분 했고, 양돈 산업의 붕괴는 물론 약39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하며, 5년간의 경제적 손실은 무려 42조원에 이른다고 추정됐다.
따라서 구제역과 같이 경제적 피해가 엄청난 재난형 질병은 사전예방이 매우 중요하며 평소 철저한 국경검역과 차단방역을 통하여 항구적으로 비발생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향후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변 국가에 대한 거점연구 기반을 확보하고, 전문가 파견을 확대하고 기술정보 교류 및 재정적인 지원도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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