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조절 기능 약화 속 불균형 점점 심화

고유가와 사료가격 폭등 등 생산비 증가와 주요 축산물의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급조절을 통한 가격 지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시장상황에 따른 축산물의 수급조절 기능이 사실상 사라져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급이 갑자기 늘어나거나 소비가 줄어들면 농축산물의 가격은 내려가기 마련이고 이에 따라 공급도 소비에 맞춰 생산을 줄여나가고 이후 가격이 회복되는 것이 지금까지 전통적인 수급조절 방식이지만 정부의 가격지지 정책이나 축산기반 유지를 위한 안전장치, 규모화 등 여러 이유로 인해 2000년대 들어 시장에서의 수급조절기능이 상실되고 있다.
다른 축산물과 달리 가격지지를 받는 낙농의 경우 2001년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황에 놓여 있지만 정상유대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불이익 속에서도 초과원유의 생산은 계속되고 있고 오히려 규모화를 추진, 많은 농가들이 쿼터매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대비 공판장 경락가격, 송아지가격 모두 100만원 가까이 추락한 한우도 사육수수가 줄지 않고 있어 시장 기능에 의한 수급조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돈도 사료가격 폭등에 폐업이나 도산한 농가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사료가격만 안정됐다면 경쟁적인 입식은 계속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육계도 지난해 대닭 기준 600원대까지 추락하는 불황이 1년 넘게 지속, 복경기까지 사라지는 최악의 수급불균형 상황이 도래했지만 지난해 원종계 도입물량은 오히려 늘어났고 이러한 생산부분 수급조절 실패로 하림 등 거대 계열사들까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적자를 보기도 했다.
산란계도 마찬가지로 현재 적정물량대비 10% 가까이 많은 6000만수 가까이 사육돼 계란 가격하락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입식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주요 축종들이 공급 증가, 또는 소비 감소, 수입축산물의 급격한 증가 등 수급조절 실패에서 기인한 가격하락에도 물량을 줄이지 않는 것은 정부정책에 기인한 면이 크다.
한우의 경우 이정도의 송아지가격 하락이라면 상당수의 번식 농가들이 암소 출하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지만 송아지안정제라는 안전장치에 현혹 암소의 도축수는 크게 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송아지안정제로 혜택을 보는 농가가 아주 제한적이고 액수도 최대 30만원에 불과해 100만원 이상 가격이 하락하고 사료가격까지 폭등한 상황에서 송아지안정기금이 번식 농가 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양돈과 산란계의 경우는 규모화의 폐해가 수급조절 기능 상실로 이어진 면이 크다.
수익률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가 주창한 규모화에 동참하는 농가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수억원대의 막대한 투자가 이뤄진 시설을 놀릴 수 없어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입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잉 입식이라도 해서 수지를 맞춰나가려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양돈의 경우 과잉 입식에 의한 생산성 하락으로 사육두수는 많으나 출하두수는 별로 늘지 않는 악순환까지 겹쳐 농가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육계의 경우는 계열화로 인해 수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계열화 이전에는 40여일 만에 출하를 하는 육계의 특성상 한번 손해를 보면 다음번에 입식을 늦추거나 입식물량을 줄이는 등 시장 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해 다음번에는 큰돈을 버는 상승장과 하락장이 반복했지만 계열사가 종계부터 사육 도축 유통까지 전과정을 담당하다보니 한번 종계를 입식하면 전 과정이 시장상황과 상관없이 종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당초 목표했던 물량을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2003년, 2006년, 2008년 AI가 발병해 대규모 살처분이 없었다면 자연스러운 물량 감소는 기대하기 힘들었을 정도로 육계분야 공급과잉은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낙농의 경우 쿼터제 도입을 통해 물량감소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고, 육계도 양계협회가 나서 원종계의 쿼터제 도입을 통한 물량조절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시장에서의 수급조절 기능이 상실됐기 때문에 인위적인 수급조절에 나선 것.
자조금을 통해 소비부분 확대에 주요 축종이 힘을 쏟고 있지만 각종 악재와 영양공급 과잉 상태가 계속되면서 축산물의 소비는 증가보다는 현재 정체되어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정부가 내 놓고 있는 사료가격 안정대책 대부분은 해외사료자원개발 등 중장기대책 뿐이어서 단기 해법인 수급조절 정책의 도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으며 오염총량제, 등록제 등을 활용한 공급조절책, 낙농의 저능력우 도태사업과 같은 수급조절 정책이 시급해졌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