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규 농협 축산유통부 차장

최근 국제곡물가의 폭등과 고유가로 인한 생산원가 증가로 한우의 사육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산 우육의 전면개방 소식은 국내 한우산업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국제경쟁력의 관점에서 본다면 사료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규모가 작은 가족경영 형태의 고비용 생산구조를 지니고 있는 한우가 수입우육과의 가격경쟁에서 이길 방법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육의 수입자유화 이후 국내 한우농가는 지속적으로 한우 품질을 높여 왔으며 그러한 노력은 정책적 지원과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고급육 소비증가에 힘입어 10년 전 15%에 불과했던 1등급 이상 한우가 지난 해 3배 이상 증가한 51%에 이를 정도로 품질이 향상됐다.
이러한 한우의 품질 고급화는 미국산 우육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광우병 파동으로 안전성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우육의 품질이외에도 생산 공정이나 공급시스템 전체의 품질을 보다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축산여건이 유사한 일본은 2001년 광우병 소가 발견되면서 급격한 소비감소로 우육가격이 대폭 하락했으나 국가적인 차원의 안전시스템 확립과 생산농가의 위생관리로 1여년 만에 우육시장이 회복하였으며 한우와 비교되는 화우(和牛)의 경우 브랜드가 소비시장에 잘 정착되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안정된 소비를 유지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에서도 금년도 12월부터 쇠고기 생산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쇠고기 이력제도가 전면 도입될 예정이어서 한우의 유통과정은 보다 투명해 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생산 공정의 품질 면에서도 한우 산지의 축협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결성함으로서 균일한 품질의 안전 위생을 강화한 한우고기를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현재 횡성한우, 대관령한우, 안성마춤한우 등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들과 전남 동부권의 지리산 순한한우, 충남을 대표하는 토바우 등 광역단위 한우브랜드들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로 유통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도 높아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한우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몫이다.
한우가 브랜드를 통하여 한우만의 차별화된 맛을 제공함과 동시에 안전성을 강화하고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한다면 소비자 신뢰와 함께 앞으로 전개될 쇠고기 무한경쟁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것으로 확신한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